수박이 이렇게 달고 시원하고 맛있는 과일이었나.
아님 여름이라서 유독 맛있게 느껴지는 걸까.
아침에 웅이 과일 도시락에 수박을 썰어 담다가
수박색이 참 새초롬하니 선명하고 예쁘게
잘 익어서 나도 모르게 한 조각을 가져가
한입에 쏙 넣었다.
겨울에 먹는 수박과 여름에 먹는 수박의 맛은 다르다.
하우스 수박이 아닌 여름의 강렬한 태양빛과
이 계절의 습도과 바람과 자연을 머금고
우리 집 식탁의 여정에 이르기까지
수박의 온 기운을 함께 먹는 것 같다.
제철 과일을 먹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냥 새콤 달콤해서 먹는 게 아닌 그 계절에만 유독
더욱 빛나고 풍성해진 맛과 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요즘 웅이의 과일 도시락에는 수박과 청포도
그리고 딱딱 복숭아가 담긴다.
일 년 내내 과일 없이 못 사는 과일둥이 웅이는
특정 과일에 대한 선호도가 아주 분명하다.
청포도와 적포도를 함께 담아주면 청포도만 다 먹고
적포도는 남겨 가져온 과일 도시락 통을 본 이후
나는 이제 장 볼 때 포도는 청포도만 산다.
복숭아는 말랑이가 아닌 딱딱 복숭아를 좋아하고
예전에는 자두도 복숭아와 같은 마음으로 좋아했지만
최근에 장을 같이 보러 가서는 ‘자두도 살까?’
하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걸 보면
자두에 대한 애정은 요즘 좀 식은 것 같다.
웅이는 사과 역시 포도처럼 청사과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사과는 도시락으로 싸주면 변색이
되기 때문에 음식의 비주얼을 보고 먹기도 하고
안 먹기도 하는 웅이를 생각해 나는 아예 사과는
과일 도시락에서 제외한다. 대신 사과 특유의
내추럴한 달달함을 특히나 좋아하는 웅이를 위해
100% 사과 주스로 대체해 항상 집에 구비해 둔다.
나는 사과 주스보다는 오렌지 주스를 좋아하기에
장을 볼 때면 항상 두 가지의 주스 (오렌지, 사과)를 함께 산다.
아기자기 모양도 색깔도 귀여운 딸기는
우리 둘 다 좋고 싫어짐 없이 항상 좋아하는 것 같고,
이름만 들어도 건강함과 풍성함이 느껴지는 바나나와
블루베리는 1년 내내 매일 우리 집 아침 식단에 올라오는 아이들이다.
과일둥이 웅이 덕에 사실 나는 싱글일 때보다
과일을 더 먹게 되었다. 기운이 없을 때 그리고
배가 고프지도 그렇다고 막 부르지도 않은 상태이지만,
뭔가 아쉬움이 드는 상태일 때 먹는 과일은 배의 만족도를 100%로 끌어올려준다.
이 여름이 가면 요즘 느끼는 수박맛을
내년에나 다시 느낄 수 있겠지.
그러니 지금 맘껏 수박을 즐기고,
웅이와 나란히 앉아 수박을 떠먹으며 하루 일과를
재잘재잘 노닥거리는 우리의 이 밤도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