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년 반 째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집 근처의 도보 5분 거리에 학원을 다닙니다.
운 좋게도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재밌게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은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 학원생들이 각자가 연습해온 곡을 발표식으로 치는 거죠.
각자의 실력이 다양하다 보니 수준급인 학생도 있고, 초보자도 있습니다.
곡 종류도 다양합니다.
클래식, 재즈, OST, 가요, 여러 장르의 음악을 피아노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학원에서 피아노 말고도 다른 악기도 가르치고 있어서 트럼펫, 바이올린, 첼로 연주도 감상했습니다.
20여명이 순서대로 자신이 준비해온 곡을 연주했습니다.
재밌는 점은요, 완벽한 사람이 없었다는 겁니다.
잘하는 사람도 그만큼 어려운 곡을 연습해왔기 때문에 실수를 했습니다.
초보자야 말할 것도 없죠.
음이 틀리고, 박자가 틀리고, 연주하다가 멈추고, 심지어는 중간에 죄송하다며 다시 연주를 시작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다들 손이 바들바들 떨리더군요.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요.
일부 손을 잘 안 떠는 분이 계셨지만 평소보다는 떨으셨을 겁니다.
저라고 달랐겠습니까?
분명 한 시간 전 집에서 연주할 때는 피아니스트인 척을 하면서 연주를 했는데
막상 연주회에서 연주를 하려니 손이 사시나무 떨 듯 떨리더군요.
저는 악보를 외워서 치는 편이라 긴장하면 연주할 음을 까먹을 수도 있었습니다.
어찌저찌 마무리는 했습니다만 저도 실수를 많이 했죠.
다른 사람의 연주를 보고, 제가 연주를 하고, 연주회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해보니까요.
작은 학원에서 하는 이름없는 연주회가 가지는 의미가 있더라구요.
틀려도 되는 연주회, 오히려 틀리면 박수를 더 크게 쳐주는 연주회.
서로 실력과 연습한 시간이 다르니까 존중해주는 연주회.
잘 못하더라도 끝까지 완주한 노력이 감동적인 연주회.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하나의 실수도 하면 안 되고 완벽함을 추구해야하지만 우리는 다르죠.
인생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습니다.
인생은 완벽할수도 없고, 그것을 추구할 필요도 없죠.
적당한 수준으로 꾸준히 하는게 낫죠.
아내에게 완벽한 사랑을 선물하려고 하기보다 적당히 괜찮은 사랑을 꾸준히 주는게 낫죠.
연주회 자체가 저에게 다소 실수가 있는 인생을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망각하고 살지만요.
어쩌면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완벽을 추구하지 말아라' 라고 가르쳐야 되는게 아닐까요?
이 부분은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거예요.
제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릅니다.
5년, 10년, 20년이 지나면 어떨까요?
저는 손을 덜덜 떨며 실수투성이의 연주를 했던 오늘이 생각날 것 같아요.
실력이 아니라 용기가 인정받았던 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레이스에서 완주한 날로요.
여러분은 이런 날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