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셨습니다.
직원이 3명 정도 되었으니 정말 작은 곳이라고 할 만 합니다.
따로 공장부지가 있던게 아니라 상가 한 층을 임대해서 사용했죠.
거래처의 리모콘 기판에 납땜질을 하거나 부품을 조립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사양산업인걸 아시겠죠?
20년 전에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중국 인건비에 밀리고, 인력을 대체할 기계도 나왔을 겁니다.
아버지는 다른 일을 할 줄 모르고 두렵기도 해서 이 사업을 계속 해왔습니다.
사실 최저임금도 못 벌 정도였어요.
저에게는 새 어머니가 있는데요, 새어머니도 공장에서 같이 일을 하셨습니다.
사실상 사장의 역할을 도맡아 하셨죠.
사업 말년엔 아버지는 일을 거의 하지 않으셨으니까요.
당신의 큰 아들이자 제 형인 장애인 형을 돌보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우울증이 있었어요.
상황이 그리 되니 새어머니는 거의 혼자 공장을 꾸려 나가야 했습니다.
하루 10시간을 넘게 일하셨던 것 같아요.
일이 끝나면 집안일도 하셨습니다.
종종 저녁에 잠깐 나가시곤 했는데, 미리 작업을 해야 된다고 하시더군요.
예컨대 작업을 안 해놓으면 직원에게 건당 100원을 줘야하는데 작업을 해놓으면 50원만 줘도 되는거죠.
선작업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아무리 생각해도 최저임금도 못 버는 직업이었습니다.
당장 나가서 편의점 알바를 하거나 많이들 따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보호사를 해도 되었을텐데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었겠죠.
제가 중년이 되어보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요.
아마 새롭게 도전한다는게 두려웠을 거예요.
아버지도, 새어머니도 새로운 것을 배워 무언가를 다시 시작한다는게 쉽지 않았을거예요.
제 눈에는 너무나 쉽고 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여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니였겠죠.
만약 우리의 소중한 사람이 혹은 내가 다이아몬드를 캐려고 땅만 보는 삶을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만 하면 다이아몬드가 있는데, 땅 밑에 있다고 굳게 믿으며 계속 땅을 파고 있다면요.
그들이 우리의 말을 잘 듣지 않거나 무서워 한다면요.
삶도 비슷하지 않나요?
우리는 위로 올라가려는 것엔 익숙해져 있어요.
누구보다 빠르게 가려고 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을 돌아보면 답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요.
경력관리라고 해서 관련 경력만 많아야 하고, 이것저것 해보면 회사에서 안 좋게 보죠?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아야하지만 여러 지식을 다양하게 아는건 쓸모가 별로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하죠. 기술이 안 된다고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갈고 닦아 왔고, 지면 패배자가 된다고 배웠어요.
앞의 문이 잠겨 있으면 그저 옆 문으로 들어가든지 돌아가면 되는데 그저 남들보다 빠르게 문 앞에 서기만 배웠다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나?
남을 이기기 위한 생각만 하다가 정작 옆에 있는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진 않았나?
내 목표는 행복한 삶과 얼마나 가까운건가?
저는요.
옆을 잘 살펴봐서 성공하는 방법을 꼭 찾을거예요.
경제적, 사회적 성공이 아닌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는 의미의 성공하는 방법을요.
먼저 천천히 걷는 법부터 연습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