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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식이 Oct 27. 2024

어머니는 말하셨지, "흘러가는 대로 살아라"

저는 1년 조금 넘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원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어야 인생이 풍요롭지 않을까 해서요.

상상해 보세요.

70살이 된 어느 한 남자가 트로트를 피아노로 치고 있는 모습을요.

동년배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연주에 맞춰 신나게 노래하고 춤을 추겠죠.

비용이 꽤 들지만 계속 배우는 이유입니다. 

노년에 행복할 것 같아서요.


처음에 피아노를 배울 때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악보도 볼 줄 모르고, 피아노는 두 손을 다 써야 되는 악기니까요.

왼손으로 베이스/리듬을 치고 오른손은 멜로디나 코드를 친다...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래요.


막상 배워보니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곡은 계속 연습하면 어설프게 칠 수 있습니다. 

누가 들으면 '오! 이 곡을 치고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죠.

녹음을 해보면 제법 그럴듯합니다.


고수의 귀에는 다르죠.

선생님은 제 손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대요.

어떤 부분은 부드럽고 조용하게 쳐야 되는데 힘조절이 잘 안 되는 거죠.

선생님이 치는 걸 들어보면 제 연주와는 다릅니다.

피아노가 응당 내야 되는 소리를 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마치 손을 건반에 올려놓기만 한 것처럼 쳐야 된대요.


힘을 빼라는 얘기가 피아노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죠.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춤도 그렇고요, 심지어 생각이나 말에도 적용이 됩니다.

우리는 알고 있죠.

과하게 힘을 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요.


저희 어머니가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흘러가는 대로, 순리대로 살아라."

무언가 해야 된다, 이루어져야 된다라는 강박을 가지지 않는 거죠.

노력은 하되, 이루어지면 행운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내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안 됐으면 어쩔 수 없다.

인연이 아니니 보내줘라. 이런 의미죠.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때는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화가 나서 바로 싸운다든지, 지인이 어떤 잘못을 했다고 바로 관계를 끊는다든지.

그냥 놔두어야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러네요.


힘을 빼고 강물에 흘러가는 것처럼 인생을 사는 게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운에 과하게 기뻐하지 않고 불행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삶이요.

아직은 마음의 그릇이 작아서 그렇게 살긴 어렵지만 언젠가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겠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어떤 선택을 앞둔 분이 계시다면 잠시 보류해 보세요.

극단적인 선택이라면요. 최소한 결정을 아침에 하세요. 

밤에는 감성적이 되어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힘들대요.

감성적인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가끔은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으니까요.


저도 글을 쓰면서 과하게 감성적인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요.

여기서 글을 마치고 잘 준비를 해야겠어요.

쓸데없는 짓을 하면 안 되니까요.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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