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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식이 Nov 01. 2024

퇴사 후 휴식과 공백, 그리고 인생

출처 : 롯데 공식 블로그

오늘은 전 직장동료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올해 2월에 퇴사를 했고 이 친구는 10월 초에 퇴사를 했습니다.

같은 팀에서 파트너로 일을 했기 때문에 친한 친구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성별과 결혼여부겠네요.

저는 남성이며 미혼이고, 동료는 여성이며 결혼을 했습니다. 

예쁜 딸도 한 명 있고요.


서로 집이 멀어 중간 지점을 정하다 보니 김포공항 롯데몰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전철에서 내려 꽤 걸어가야 되더군요.

오랜만에 오는 롯데몰이라 신기했고, 외국인이 많아 놀라웠습니다.


우리는 베트남 음식점에서 쌀국수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는 밥 먹고 카페를 가서 해도 되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식사하면서도 할 얘기가 많더군요.

식사하면서 했던 얘기는 같이 일했던 팀장님 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잠깐 일했지만 같이 일하기 어려운 분이었어요.

회피성향이 강하면서도 실무자 의견에 동의를 잘 안 하셔서 일을 추진하기가 어려웠죠.

동료는 당한 게 많았는지 열을 내가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제가 직접 본 광경은 아니지만 상상이 가더군요.


쌀국수를 맛있게 먹고 근처 카페로 갔습니다.

카페가 여러 곳이 있었는데 전부 사람으로 가득 차있더군요.

그나마 사람이 없는 카페를 찾아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때부터는 정말 편하고 즐겁게 얘기를 했습니다.

일, 결혼, 자녀, 업계, 친구 등 여러 얘기를 했는데요.

결국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미래였습니다.


저희가 일했던 분야는 시장이 작고 생소한 분야라서 경력을 범용적으로 살리기가 어렵습니다.

회계, 인사, 마케팅, 영업 같은 분야는 어느 기업이나 자리가 있지만 저희는 업계 특성상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저희가 일하던 곳이 그나마 나은 곳이었어요.

급여나 워라밸도 괜찮았고요.


그런데 왜 나왔냐? 계약직이고 재계약을 한다고 해도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서로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 회사에 입사하기 전의 우리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너무 달라져있는 거죠. 

안락함에 안주해서 발전이 없는 상태로 지속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겁니다.

우리가 퇴사를 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동료는 애기가 있다 보니까 재계약을 고민했다고 해요.

남편에게 고민상담을 하니 남편이 그러더랍니다.

'거기서 계속 일하면 다른 선택지는 잘 안 보일 거다'라고요.


우리는 일을 하면서 다음 커리어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뜻이죠.

비슷한 직장을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시야를 넓게 가져서 새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게 어렵다는 뜻이에요.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만약 제가 2월에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저는 하루 방문자 5천여 명의 블로그도, 브런치 작가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시간이 남는 상태에서 내가 잘하는 무언가를 하려다 보니 이것저것 도전하게 된 거죠.

제가 만약 직장에 그냥 다녔다면 다달이 월급은 나왔을 겁니다. 

그다음이 문제죠. 


내가 50세, 60세가 되면 뭘 할 것인가?

나만의 장기, 특기는 뭐가 될까?

내 인생을 정의할 수 있을까?


여러 고민이 드는 겁니다.


제가 직접 퇴사를 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실패도 해보니까요.

정말 절벽 끝으로 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게 있습니다.

온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냉혹함이 있어요.

반대로 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도 있습니다.

계절이 지나가듯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세상을 느낍니다.

무한한 도전이 있고 많은 실패와 작은 성공이 있다는 걸 느껴요.

작은 성공은 또 다른 실패를 만들고 결국엔 큰 성공을 만들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퇴사를 하지 않았으면 꾸준한 도전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퇴사가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실패와 좌절로부터 많이 배웠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퇴사가 만능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돌봐야 할 가족이 있고, 회사생활이 잘 맞을 수도 있죠.

무엇이 낫다 얘기할 수 없습니다.


퇴사를 해보면 세계가 넓어지는 건 맞아요.

그 세계가 아름다울지는 미지수입니다. 

마치 도박과 같아서 마냥 좋다고 얘기하기가 어려워요.


저에게는 좋았습니다.

무언가에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게 스릴이 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과 실패, 작은 성공을 반복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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