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뭘까요?
아마 '가만히 있으라'는 주문일 겁니다.
차라리 뭘 하라고 하면 좋을 텐데,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가만히 있기가 힘들죠.
몇 초 가만히 있는 듯하더니 눈을 열심히 굴리고
손을 계속 움직일 듯 말듯하면서 무언가 하려고 하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성인이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자기계발과 경쟁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만히 있는 건 죄악이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은 방학 때 어학연수를 가거나 자격증을 따야 하고요
직장인들은 퇴근 후 영어학원을 가야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수영을 해야 하고요, 잠들기 전에 명상을 해야 합니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나를 개발하기 위해서죠.
명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제가 명상 전문가는 아니지만 명상을 잠깐 책으로 공부해 본 적이 있습니다.
명상에는 '마음 챙김'의 개념이 있는데요.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게 두지 않고 그저 흘려보내면서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걸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가만히 있는 행위를 하는 거죠.
호흡이나 현재 감각에 집중하긴 하지만요.
남들과 경쟁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승리하는 삶을 살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취직을 하려고 하면 공백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하고, 집에서 쉬면 비전이 없는 사람으로 비칩니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제가 느끼기엔 그렇습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을 던져준 책이 있었습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안티프레질>이라는 책입니다.
저자는 선물, 옵션 등의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활동했으며 경제에 대해 통찰력 있는 내용의 저서를 여러 권 집필했습니다.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인세르토 시리즈를 집필했고 그중의 하나가 바로 <안티프래질>인데요.
저자는 '의원성 질환'을 이야기하며 굳이 안 해도 될 상황인데 무언가를 해서 손해를 보는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의원성 질환'은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나 질병을 말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병이 없는데 의료행위를 해서 병이 생기는 거죠.
무한 경쟁, 자기계발의 시대에 '의원성 질환'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빠르게, 높이 살려고만 하는 게 정상인가?
경쟁력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삶을 벼랑 끝으로 밀고 있는 건 아닌가?
부동산, 주식 투자 안 하면 나중에 바보 된다고 해서 관심도 없는데 돈을 쏟아붇는 게 맞나?
영어에 관심 없는데 영어는 할 줄 알아야 하니까 영어학원을 다니는 게 맞나?
그냥 쉬고 싶은데 죄책감을 느끼는 이 상황이 정상인가?
변화가 빠른 시대에 살다 보니 차분히 생각할 시간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내 시간을 내어 이 행위를 해야 하는지 본질적으로 질문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해서 내 인생이 정말 나아질 것인가?
어쩌면 그냥 이대로 두는 게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계속 고민해야 하는 거죠.
초조하거나 다급해져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한 번쯤 브레이크를 걸고 차분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게 '의원성 질환'이 될 수도 있지 않을지.
가끔은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나을 때가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