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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식이 Nov 16. 2024

바이섹슈얼(양성애자)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제 꽤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영어 공부를 위해 언어교환 어플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영어로 채팅을 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유용합니다.

우리가 미국문화는 그나마 익숙하지만 무슬림 문화는 잘 모르잖아요?

이전에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배울 수 있어서 재밌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무슬림문화도 사람마다 다르더군요.

무조건 히잡을 쓰고 종교의 계율을 100% 지키는 게 아니라

일부만 수용하는 사람도 있고, 개인차가 있었습니다.

일반화는 어려운 거죠.


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직접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온 친구였는데 한국에 벌써 5년 동안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얘기를 들어보니 영국보다 한국이 살기 좋다고 하네요.

안전(치안)과 물가, 의료의 문제가 주요 이유였습니다.

이 친구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꿈, 커리어를 생각하기보다는 한국에서 머무를 비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을 계속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적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거죠.


그 친구와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바이섹슈얼이라고 하더군요.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좋아하는 양성애자죠.

저는 놀람과 동시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주위에 동성애자, 양성애자 친구가 한 명도 없으니까요.

최소한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요. 그들이 커밍아웃을 안 했을 수도 있죠.


연애는 남성과 하는 걸 선호한다고 해요.

여자를 사귀려면 동성애나 바이인 사람을 만나야 할 텐데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레즈비언 바를 가면 된대요.

제가 "너는 술을 마시지 않는데 여자 만나러 바를 가는 거냐?"라고 물으니

웃으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열정적이라고 놀렸습니다.


저는 한국사람들이 여러 부분에 있어 보수적이라고 생각해서요.

친구한테 만났던 한국인 남자친구들은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였냐고 물어봤어요.

의외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대요.

근데 그게 더 찜찜했나 봐요.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해 주는 느낌이 아니라 아예 상관을 안 하는듯한 느낌이었대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자신을 장기적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 수 있으니까요.


미국 코미디 프렌즈를 보면 남성주인공 중 한 명인 로스의 아내가 알고 보니 레즈비언이었다는 게 초기 에피소드로 나옵니다. 10년 이상 결혼생활을 했는데도요.

저는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만약 남자 또는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이 레즈비언 또는 이성애자 쪽이라고 판단이 되면 어떡하냐고요.

친구는 아마 결혼 전에 많은 걸 심사숙고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약간의 지식욕이 있는 저로서는 흥미로운 대화였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물어봤어요.

'만약 양성애자인 여자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이해할 수 있을까? 결혼을 생각하게 될까?'

답을 내기가 어렵더군요.

싫은 게 아니라 혼란스럽다고 할까요.

여성도 연적이 된다는 불안감, 보통의 틀에서 극단적으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프렌즈처럼 나중에 발생할 성문제 등이 떠오르더군요. 

친구는 자기가 어떤 성별을 사귀든 그 사람에게 집중한다고 했지만 상대방도 편하게 느낄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저처럼 망설이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점을 보면 한국에 사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분들은 삶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가 쉽게 이해해 주면 살기가 좀 편할 텐데, 아직 우리 사회는 넓게 포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친구가 양성애라는 점을 당당하게 밝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저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표현이기도 하고요.

그 점은 친구에게 고마워요.


오늘은 나의 그릇이 작다는 걸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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