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현아 Nov 09. 2023

울 수 없다는 것

16. 아직 다다르지 못해서


 아프다고 말해도 타인은 완전히 알지 못한다. 어떤 비유를 써서 말해야 이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질까.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남이 쓴 글과 남이 그린 그림으로 보여줘도 온전히 닿지 못한다. 내 마음은 내 것이라, 내 고통은 나만 느낄 수 있어서 타인에게 다다르지 못한다. 그럼에도 계속 보여주고 싶은 건 살려달라는 외침이거나 이러한 고통도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다. 내가 겪은 고통이 커다랗고 네가 겪는 고통이 작다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각자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걸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어느 날에는 울고 싶지만 울 수 없었다. 울 수 없다는 것은 내 안의 고통을 소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목구멍에 걸려서, 도저히 이 작은 구멍 하나를 넘기지 못해서 울지 못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