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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나쌤 Jan 31. 2023

아빠가 짚어던진 라이터가 마당에서 탕 소리가나고 터졌다


탕 소리가 나고 마당에서 불꽃이 튀었다. 아빠 라이터가 마당에 튀어나온 돌에 부딪혀 깨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와 아빠 사이에 어떤 말이 오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건 그날 아빠는 뭔가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한마디의 욕설을 내뱉었고 라이터를 마당에 짚어 던졌다. 그리고 라이터는 펑 소리를 내며 터졌다. 내가 기억하는 그날의 분위기다.



내 나이는 고작 다섯 살 밖에 안 되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나는 혹시 아빠가 엄마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불안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엄마.'

목구멍까지 올라온 목소리를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그 목소리를 내는 순간 더 큰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온몸으로 엄마를 힘껏 안았다.

다섯 살의 작은 아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엄마를 지켰다. 그렇게 무서운 밤은 지나갔다.



가끔 잠재의식 속에서 꾸역꾸역 기어올라오는 기억의 파편들이 있다. 그것은 한 장의 사진처럼 남아있기도 하고, 영상으로 재생되기도 한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이 망각이라고 한다. 그런 인간에게 각인되는 기억이란 어떤 것일까? 너무 행복해서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나쁜 기억일지도 모른다.



감추고 살면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 생각했던 기억들이 하나도 지워지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있다. 묵혀둔 감정은 그 안에서 점점 썩어간다. 우유를 장롱 속에 오랫동안 두면 점점 상하고 냄새가 나듯이...








좋지 않은 기억을 꺼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괜찮은 듯 그렇게 살아왔지만 해소되지 않은 묵은 감정들은 때때로 삶의 곳곳에서 불청객처럼 찾아옵니다.



감추고 산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꺼내지 못했던 것은 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죠. 내 안에서 고여서 썩어가고 있는 묵은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놓으려 합니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폭발하듯 스트레스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죠. 그것을 오롯이 받아냈던 건 저의 가족들이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이상 저의 감정 받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감정을 꺼내는 연습을 해 봅니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저의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한 줄기 위로와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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