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품은 로망이 있다.
나에게는 학창 시절 보았던 네이버 웹툰, 메가쑈킹 작가의 〈혼신의 신혼여행, 2007〉이었다.
신혼여행을 제주도 자전거 일주로 하는 발상 자체가 너무 멋져 보였다.
어린 나이에 보통의 신혼여행은 왠지 뻔하고 고리타분해 보였는데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제주도 자전거 종주라니!
그래서 나 역시 남들과는 다른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멋진 어른을 꿈꾸며 다짐했다.
‘성인이 되면 나도 꼭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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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전혀 멋지지 않은 30대가 되었다.
앞자리가 바뀌니 10대 때도 안 겪었던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왔다.
괜히 마음이 복잡하고 미래는 불투명했다.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먼지 쌓인 채 미뤄둔 버킷리스트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래서였다.
준비도 안 된 채, 기어도 못 바꾸는 초보가 호기롭게 나섰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왜 이걸 한다고 한 거지?’ 하며 수없이 후회했지만,
길 위에서 만난 순간들은 영화처럼 남았다.
제주 바다는 알다시피 어느 해안이든 똑같지 않다.
어딘가는 짙푸르고, 어딘가는 옥빛이었으며, 또 어떤 곳은 유리병에 반사된 거 같은 투명한 빛을 띠었다.
그 색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니 이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다.
길가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4월의 유채꽃이 피어 있었고 웃으며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어머님들, 즐거운 가족들 , 연인 그리고 자아를 찾아온 저마다의 사람이 있었다.
그 물결 사이로 자전거를 달리며 문득 생각했다.
지금 고생과 후회가 뒤섞여도 내가 주인공인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그렇게 무모했던 도전은 결국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기억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 〈나 혼자 산다〉 뉴욕 마라톤 편을 보다가 괜히 마음이 들떠 ‘10년 뒤엔 뉴욕에서 마라톤을 뛰어야지’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요새 더워서 기억을 잃은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