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 합격하기까지』9화
어느덧 아침 공기가 쌀쌀해졌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입시도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굴뚝같지만, 사실 지금 시기에 공부가 손에 잡히긴 쉽지 않습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여전히 흐르는 법입니다.
동시에,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지게 되죠.
이 시기에는 누구나 불안해지기 마련입니다.
'왜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지?', 혹은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죠.
사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본인의 부족한 점만 보이기 마련입니다.
지금껏 본인이 열심히 달려오셨기에, 그런 부분들이 보이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크게 두 부류로 갈리게 됩니다.
'모르는 부분을 외면하고, 아는 것만 공부하는 학생'과 '모르는 부분을 직시하고 공부하는 학생'으로.
이렇게만 보면 누구나 '후자'를 선택할 것 같지만, 놀랍게도 '전자'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무섭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무서워 죽겠는데, 모르는 부분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어떤 마음일까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런 약점을 '수능 이전에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수능날에 약점을 발견하게 된다면 참 가슴 아픈 상황이겠죠.
사람에겐 '관성'이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두려운 상황에선 보다 안전한 길을 택하려는 경향 말입니다.
그런 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낳는 법이 있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험생의 경우엔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편한 공부'만 반복한 학생들은 실전에서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틀린 부분은 '평가원에선 이렇게 출제하지 않지'라고 여기며 눈을 감고, 내가 아는 것만 공부하며 위안을 삼습니다. 모의고사를 풀고서도 '잘한 부분'에만 초점을 두고, '못한 부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죠.
더욱 시간이 흘러, 수능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도록 합시다.
과연 새로운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올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는 내용을 공부해도 헷갈리는 시점에 들어서야 '모르는 부분'만을 공부하려고 해도 크게 소화가 되지 않는 법이죠.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수능까지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순간이 더욱 가치 있는 법입니다.
관성에 집착하고, 불안해하며, 집중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단 하나,
'수능'이라는 결과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모의고사를 보던 때엔 '어차피 수능 아닌데~' 싶지만, 이젠 진짜 '수능 시험'이 코앞입니다.
한 발 한 발이 정말 무겁게 느껴지죠.
필요한 건 '과정'입니다.
정확히는 '관성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공부를 믿고, 수능의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관성.
동시에 지금껏 외면해 왔던 본인의 취약점, 관성에서의 벗어남.
'결과'에만 집중하지 말고, 현재까지 본인이 쌓아온 관성을 인정하고,
동시에 그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부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는 법입니다.
시간은 흘러 수능 전 날, 예비 소집일이 다가왔습니다.
학교에 가서 수험표를 받고, 본인의 고사장과 수험 번호를 확인하게 됩니다.
만약 본인이 '짝수형'이면 시작부터 싸한 느낌이 들곤 하죠.
또 수험번호를 토대로 시험장 내 본인의 자리를 검색해보기도 하고,
'짝수형 찍기 특강'에 대해 검색해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험표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수능 전까지 꽤나 시간이 '적당하게' 남습니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기엔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배운 것을 마지막으로 상기시키기엔 충분한 시간이죠.
마지막이니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책상에 앉지만, 생각보다 크게 집중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수능이 처음인 학생들에겐 말이죠.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오개념을 확인하고, 올해 평가원 모의평가에서 강조되었던 부분들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나면 어느새 저녁이 되어버립니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수능을 치르게 되고, 길고 길었던 입시가 끝나게 되죠. 한 편으론 자유를 만끽할 생각에 신이 나지만, 그것도 수능을 잘 친 이후의 상황이니 마음이 다시 답답해집니다.
수능 전 날엔 쉽사리 잠에 들 수가 없습니다. 당연한 거죠.
어느 부분에서 시험이 출제될지 궁금하고, 내가 취약한 부분에서 변별력을 주지는 않을지 무섭기만 합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믿을 수 있는 건 지금껏 다져온 본인의 실력밖에 없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하늘의 뜻에 달렸고, 지금까지 본인의 '과정'에 후회가 없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불안감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그 불안을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진정시키다 보면 어느새 잠에 들었고, 눈을 뜨니 그 날을 마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