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다가오는데도 오늘은 비가 너무내린다. 숨가쁘게 택배를 돌리던 우리는 이쁜 전구들이밝게 드리워진 까페의 루프텐트아래에서 일손을 멈추어야 했다.감미로운 음악소리와 향긋한 빵내음이 카페매장에서 흘러나오고 길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우리와 무관하게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왜 빗물에 젖은 이 거리에 이방인처럼우두커니 서있는 걸까?
우리가 겪는일들은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생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일까?
사람들에게 나의 고백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깐 말이다. <페소아>는 자신의 인생은 사실없는 자서전, 삶이 없는 인생이라고 했다. 나도 그처럼그저 내 느낌에 따라 내 삶의 풍경화를 그려나가고 써내려가는 중이다. 내 감각 속에서 깊은 평온의 닻을 내리려 애쓴다.
모든 걸 가진 가수 마돈나는 젊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수 있을까. 두개의 거대한 심연. 하늘을 응시하는 우물처럼 어쩌면 우리는 결코 자신을 실현하지 못하는, 영원히 꿈꾸는 그런 삶을 사는지도 모른다. 안간힘, 손에 닿지않는 선반위 꿀통을 향해 까치발로 애쓰는 키작은 어린아이 모습처럼... .
산다는 것은 타인의 의도대로 택배를 돌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생각은 자유롭고 감각, 자각, 느낌, 꿈꾸는 능력은 되살아 나고 죽어버린 내 심연 깊이 가라 앉은 의지를 다시금 되살려낸다.
나는 시간을 잡아늘리고 싶고 아무조건 없이 나 자신이 되고 싶다.
영혼에 미소를 띠고 비내리는 을시년스런 이 거리와 이 까페 앞에서,
이 사람들 사이에 한정된 인생을 고요히 받아들인다. 먹고마시기에 부족함이 없고 잘곳이 있고 꿈꾸고 글을 쓸 약간의 시간이 있는데 무엇을 더 <신>에게 요구하며 <운명>에게 바라겠는가.
인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깐. 그저 나는 이 거리의 까페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의 색채와 소리로 내 눈과 귀를 적시며 곧 다가올 밤과 마차를 기다리며 내가 만든 유랑의 노래를 천천히 부른다.
10월에 나무는 누레지고 11월의 바람에 나무는 벌거벗겼다.
나에게 주어진 산들바람과 빗줄기를 즐기고 그렇게 즐길 수 있도록 주어진 내 영혼을 즐길 뿐 더 이상 묻지도 찿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