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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니 Oct 16. 2024

이혼일기(82)

탄원서

안녕하세요. 판사님.


 벌써 제가 소를 제기한 지 만 2년이 넘었습니다. 아이와 저의 생활은 더없이 평화롭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를 키우는 것은 객관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한번도 고되다는 생각없이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피고와 함께 했던 날들이 지독한 지옥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예쁘고 기르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림을 꾸려가는 것에 대한 치하는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뭐하나 짚이는 것이 없는 맥락없는 트집을 잡히고 핀잔을 들을 때마다 그저 제가 모자라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허울좋은 학벌만 있을 뿐 경제적 능력이 없는 식모라고 여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생활비를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저 이 집에서 먹고 잘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마음먹고 아이를 위한 중고물품들을 찾아다니며 살았었습니다.


 5천원에 집에 꼭 맞는 아이의 미끄럼틀을 찾았을 때에는 얼마나 기쁘던지요. 빙판길을 달리고 버스를 타고 가서 받은 저만한 물건을 어깨에 메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뱉던 입김의 모양도 아직, 기억이 납니다.


 아침을 차려주고, 아이를 안고 달려가 어린이집에 맡긴 후 다시 달려와 설거지를 하며 공부했습니다. 없는 시간을 내어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도움을 청할 사람 없었습니다. 수험생이기 이전에 아이의 정서를 위하여 엄마 역할도 꼭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집안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나면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산책을 나갔습니다.


2차 답안지를 머릿속으로 복기하며, 저는 만2돌이 안된 아이에게 향긋한 풀향기와 벌레 소리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니면 이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줄 사람이 없었니다.


 피고는 상담을 하며, 제가 자신을 실업급여 부정수급으로 신고하여 자신이 공무원 생활도 못하게 되었다고 비난했습니다. 저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쳤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왜 저와 살겠다고 우기는 것일까요? 나는 대학원도 들어갔고 건물과 집이 모두 본인의 재산이므로 자신은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어오는 것과 다름이 없어 떳떳하고, 너는 대졸따위에 돈을 못버니 당연히 집안일을 모두 해야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이제와서 그건 어머니의 재산이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결혼생활 내내 세상 대단한 부자라고 거들먹거리던 피고는 소송에서는 나이 50이 먹도록 소득도 없고 재산도 없는 비참한 인간임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빠를 만나게 하기 위해 면접교섭에 응하지만, 아이를 위한 나들이조차 귀찮아 시댁으로 데려가 뭉개기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피눈물이 나도록 화가 납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이의 인생의 시즌들을 즐겁고 재밌는 경험과 체험으로 채우고픈 제안도 전혀 먹히지 않았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것도 놀랍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로스쿨을 가서 변호사를 할 사람이지 9급 공무원 따위를 할 사람이 아니라며 화를 내던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입니다.


판사님 앞에서는 가정을 지키겠다고 말하며 양육권을 고집하면서도, 실생활에서는 출퇴근이 하기 싫어 아이도 기르지 않는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쓰고, 그마저 들키게 되자 아주 손쉽게 퇴사를 해버린 비열하고 저급한 양심을 보아주세요.


 사전 처분에서 결정된 50만원의 양육비는 그의 수입에 비하여 말도 안되게 적은 금액입니다. 임시양육자 처분을 받으면, 아이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당시의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실업급여를 추가로 받고 있었던 것도, 지방직 공무원에 임용된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조정과정에서 그는 수입이 전혀 없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 피고의 말과 정황으로 드러났습니다.


 종합해보면 피고는 2021년 10월 경부터 매형의 거짓 회사에서 사직한 것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아왔고, 2022년 5월에 의정부시의회 공무원으로 임용되었습니다. 공무원을 그만둔 2024년 7월까지, 만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월급의 수입을 추가로 받아왔던 것입니다. 재판에 반영되지 않았던 그간의 그의 수입을 감안하여 양육비를 현실화 시켜주세요.


덧붙여 이미 자신 앞으로의 상당한 수입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모두 안정적이라고 하는 공무원을 저렇게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지 의문입니다.


 감사하고 소중한 아이를 제 힘이 닿는 범위를 넘기면서라도 열심히 키우겠습니다. 따뜻하고 바른 엄마로 아이의 정서와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며 기르고 있습니다. 부디 이 험한 세상에서 정직하고 올바른 사회의 일원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마음을 살피셔서 올바른 판결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24년 10월 15일  원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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