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들었을 때 오고 싶었는데 가을이 가을 같지 않아서인지 제대로 색을 내지 못한 단풍들만이 말라비틀어진 채 간신히 가지에 걸려있다. 뉴스나 책으로만 접했던 이상 기후가 무엇인지 이제는 내 삶 가까이에서 느껴진다. 나는 그 단풍들과 같은 생각을 떨치러 이곳에 왔다.
지지난주에는, 일요일에 독서실을 가다가 '내가 왜 독서실을 가지'하는 생각을 했다. 급한 일이 있거나 공부해야 할 것이 있는 것이 아닌데, 나는 그냥 관성적으로 매주 주말에 갔기 때문에 또 독서실로 가고 있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하루 독서실 비용 육천 원은, 나의 불알은 떨치기 위한 비용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쉬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누워서 유튜브나 보는 것이 좋은 휴식은 아닐 것 같아, 시간을 쪼개가며 많은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해도, 그 휴식 또한 일처럼 느껴져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절에 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곳을 찾았다.
변하지 않는 산과 별을 바라보고, 방 안에서 멍하니 벽을 바라봐도 시간이 빠르게 흘러 신기하다. 영상도 소리도 없는, 완전한 적막 속에 나를 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의 일인가.
올해가 다 접어들어 겨울이 오는데, 나는 아직 마저 떨어뜨리지 못한 집착들이 많은 것 같다. 모든 것을 떨치고 마음의 월동을 준비할 수 있기를, 그리고 다시 찾아올 봄에는 새로운 꽃이 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