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그래도 아플 땐 아파요
6-2. 그래도 아플 땐 아파요
아이들도 참 좋고, 동학년 선생님도 좋고.
이렇게 행복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교사로서 힘든 순간은 또 찾아와요.
[2019년 6월 27일 목요일, 날씨: 흐림, 그리고 비]
전화가 왔다.
내가 평상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살펴보던 진아의 어머니였다.
진아는 우울한 정도가 많아 정말 애를 많이 쓰고 살펴보았다.
한 학기가 끝나가는 지금, 진아의 교우관계가 많이 개선되어 감정선도 더욱 풍부해지고 좋아졌다.
진아한테 쉬는 시간마다 대화를 걸고, 친구들과 놀 기회를 만들었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해서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결과를 어머님도 느껴서 전화를 준 것이려나?
"안녕하세요, 어머님! 오랜만이네요. 무슨 일로 전화주셨을까요?"
—선생님, 늘 진아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진아가 나날이 잘해주고 있어 다행이지요."
—그렇죠. 저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진아 어머님은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 진아 챙겨주신 김에 돈 한 300만 원 정도만 챙겨주실 수 있을까요?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답이었다.
300만 원을 챙겨주라니.
—그냥 달라는 건 아니고, 제가 바로 갚을게요. 선생님, 진아 봐서라도 좀 도와주시죠.
정이 뚝 떨어졌다.
"어머님, 그건 저의 역할이 아닌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 통화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여러 묘한 감정이 뒤섞였다.
그간 내가 진아에게 준 애정은 진아의 어머니에게 어떻게 다가간 것일까.
그냥 이용해봄직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여겨진 걸까.
곰곰이 예전 상담 기간 때 진아 어머니가 학교로 왔던 순간을 떠올렸다.
아우디 A5를 몰고 오셨었지.
그냥, 뭐 그렇다고.
이해하기 힘든 학부모는 매해 두세 명이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담임교사를 힘들게 하시는 경우도 있고, 가끔 간헐적으로 흔들어 주시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이런 순간에 제일 안타까운 것은 뭐랄까, 제 마음이 상처받는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근데 그러면서 제 스스로도 커가는 것 같아요.
매해 학부모님들의 이런 반응을 겪으며 하나는 분명히 알았어요.
(빈 말이 아니라, 정말 매해 최소 두 분은 계셨거든요. 현실이 이런 상황이랍니다.)
저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애정이 가정에까지 오롯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결국 교사도 하나의 직업이라는 것이랑,
교사가 아무리 사명감을 갖고 소명의식을 갖고 일한다 한들, 그것이 고마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의 눈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그것을 넘어서서 하나 더 요구해도 되는 계기'로 생각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지금의 시점에서 의견을 덧붙이면 그래요.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 '교사로서의 열정'을 덜어내야 할 때가 오고 말았다는 비판적 의견이 많아요.
교사이기에, 선생님이니까 하나하나 참고 견뎌왔던 일들을 사회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이 찾아왔다는 거죠.
예를 들면 아이들과 다양한 외부활동을 하는 것은 엄연히 교사에게 주어진 업무가 아니고, 교사가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니까 추가적으로 다양한 서류 작업을 보완하고 계획을 세워 집행한 결과이죠.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사회가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저 교사는 저걸 담당하나 보구나.', '아, 저게 교사의 일이구나.'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더해 다음 해에 만난 담임교사에게 그것을 당당하게 요구해요.
"작년에 만난 담임교사는 그걸 해줬는데, 올해 담임교사는 왜 이런 걸 안 해주죠?"
뒷담화가 돌아요.
결국 교사 한 명의 헌신이 교사들을 위한 반응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교사들을 해치고 공격하는 그런 것으로 바뀌어 돌아오는 시대가 되고 만 것이지요.
실제로 2020년에 옆 반 선생님께 돈을 빌려달라고 한 학부모는 2021년에도 새로운 선생님께 그랬고, 2022년에도 또 그랬어요.
한 번 아이를 아끼는 마음으로 돈을 빌려준 선생님의 호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이지요.
문제는 이런 일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고, 교사의 목을 옥죄는 것으로 점점 자라났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던 교사들이 아프게 되는 날이 찾아왔어요.
저는 그걸 좀 더 빨리 느꼈을 뿐이죠.
교사들도 아플 땐 아파요.
지금은 많이 아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