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쭉 써 내려간 초등교사 K의 10년일기 0
0. 글을 쓰기 시작하며
[하루 만에 쭉 써 내려간 초등교사 K의 10년 일기]
0. 글을 쓰기 시작하며
예전에 한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재판장을 배경으로 한 영상이었지요.
학교 현장은 수십, 수백 년간 바뀐 것이 없던 것이 문제다.
원숭이와 금붕어가 할 수 있는 것이 다름에도, 원숭이에게는 수영을, 금붕어에게는 나무 오르기를 가르치려는 것이 문제다.
디지털 시대로 변화된 이 시대에 근대 시기의 관점을 못 벗어난 학교는 죄인이다.
교육대학교 재학 당시에 한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이 영상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어쩌면 학교는 과거의 관점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던 걸지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사람들이 학교에 더욱 더 많은 책임을 묻고 있는 거구나.
학교는 많이 달라져야만 하구나.
그렇게 교직에서 1년, 2년, 3년을 지나 10년을 채워가며 그 영상을 다시 재생했습니다.
몹시 불편했으며, 그 내용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역시 저도 교직에 여러 해에 서 있으며, 그 특유의 매너리즘과 수동적 관점에 갇혀버린 탓이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영상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이 어쩌면 몇 십 년 전의 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말은 마치 ‘1990년대에도 폴더폰이 있었는데, 2020년대에도 폴더폰이라니 말이 되냐.’라는 말과 같게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그 외관 상의 변화가 없었다는 말로 우리의 교육이 변화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던 거였을까요?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고 금붕어가 아닌데, 하나의 사람으로서 다양한 영역에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 교육적이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던 거였을까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교직을 소중히 여겼던 10년이었기에 더욱 냉철하게 학교 현장을 짚어볼 수 있는 지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을 2023년 10월 22일 오전 2시 42분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일기처럼,
마치 제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우리 1학년 아이들처럼,
아주 편하게 글을 써보겠습니다.
틀려도 그냥 쓱- 쓱- 한 번 지우고 말지요.
일기란 것이 그런 것이니까요.
굳이 이런저런 미사여구나 저를 꾸미는 말도 딱히 쓰지 않지요.
일기란 것이 그러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K’라는 익명에 숨어 교직에서 경험한 10년의 일들을 쭉 훑어보겠습니다.
30년 전의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던 분들께는 생생한 2023년의 학교를 보여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교육 현장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 더 보탬이 될 수 있는 ‘유용한’ 일기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어릴 때 그 마음처럼 부모님께도 보여드릴래요.
잘했다고 도장을 주시던 그 때처럼 부모님께도 칭찬 받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저를 가르쳐주셨던, 제가 교직에 서고 싶게 만들었던 그 따뜻한 은사님들께도 보여드릴래요.
한 줄 한 줄 정성스럽게 사랑의 마음을 담아 써주신 피드백을 다시 한 번 받아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으로 지금부터 써 내려가겠습니다.
‘하루 만에 쭉 써 내려간 교사 K의 10년 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이 글에서 등장하는 날짜 및 인물의 이름은 실제의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