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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글이 Aug 07. 2024

파도의 의미


파도가 심한 날이었다. 해변에 튜브를 들고 온 사람들은 아쉽지만 물에 들어갈수가 없었다. 물살에 갑자기 휩쓸려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 안전요원 분들이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수고를 해주고 계셨다.


그렇다. 파도가 너무 거셀 때에는 뒤로 물러나는 것도 지혜다.  맞서싸우려거나 괜히 가까이 가서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내 인생에도 파도가 덮쳐온 날이 있었고, 그 것을 나는 피했다. 회피라는 말을 아주 싫어하는 난, 단어가 주는 어감에서 한동안 자괴감을 느꼈었다. 왜 나는 그것밖에 안되는 사람일까 싶어서.


하지만 그때 피하지 않았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스스로를 지켰다는 생각에 잘한거란 생각도 든다.


두려움이 파도처럼 덮쳐왔고, 그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에는 파도 바로 앞에 서있는 것 처럼 위협적이라 느꼈으니, 나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위협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와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자연스레 그 두려움이 사그라들었고,  이제는 그 파도가 나를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아마, 멀리서 바라볼 수있는 시간을 가졌기에 깨닫게 된 것일테다.


내게 덮친 파도를 왜 그렇게 큰 위협으로 느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내 인생에 파도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것 같다. 나름 평탄하게 살아온 것을 자랑으로 생각했었는데, 그점이 부끄러워졌다.


시련을 겪어본 경험이 많지 않아, 작은 어려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아닐까.  바다에는 크고 작은 파도가 늘 존재하는 것처럼 내 인생에도 파도를 디폴트 값이라 놓고 보아야겠다.


이번 파도는 나를 두려워 뒷걸음치게 만들었지만,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다시 마음을 진정하고 바다로 나갈 수 있게 준비를 시켜준 셈이다.  


파도가 올 때, 모든 여건이 맞아 떨어진다면 파도를 수월하게 탈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부서질 것이다. 하지만 부서지면서 좀더 단단하고 유연한 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드럽고 곱게 다듬어지는 백사장의 모래들처럼 말이다.


인생은 고통이고, 그것을 감내하는 것이기에 시련을 회피한다고만 될 일은 아니다. 마주하면서 겪어 나가야만 한다. 그것이 철학자, 니체가 말하는 인생에 맞서라는 의미인 것 같다.


나의 지금 상황, 주어진 여건이 운명이려니 그저 체념하라는 말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감내하고, 뛰어넘으며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


그동안은 파도를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피해다녔다면 앞으로는 파도를 인생의 상수라 생각하고, 열심히 맞서보려 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믿으면서.


조금씩 용기가 생긴다.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되면서 자연스레 나를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같이 생겨난  덕분이다.


이제는 전과 같이 파도를 보고 바로 뒷걸음치지 않겠지라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언제 갑자기 또 나를 덮칠까 무서워 스스로를 방어하는 모드가 될 수도 있다.

 

파도에 맞서는 것도, 뒷걸음질 치는 것도 모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 번 뒤로 물러나보니, 그런다고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더라. 오히려 나란 사람을 더 잘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고, 좀더 마음이 단단해지는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다.


전에는 파도 자체를 두려워 했다면, 이제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보려 한다.  출퇴근하는 일상이 단순히 힘든 것을 버티는 것이라 한다면 견뎌낼 자신이 없지만..더 강하고 단단한 내가 되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조금 덜 힘들게 느껴질 것도 같다.


내게 닥친 시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에 따라, 힘듦을 받아들이는 강도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파도를 무서워하는 대신, 그 것에 한 번 의미를 부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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