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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글이 Aug 15. 2024

홍학의 자리 인정욕구에 대한 단상

베스트셀러 코너에 자리하는 소설이 눈에 띄어 읽었다. 파스텔 톤 표지 의자 그림에 시뻘건 피가 흐르는 표지도 강렬했고, 제목만으로도 왠지 미스터리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 들어 궁금하기도 했다. 


 예측불가 전무후무한 반전, 국내 미스터리 소설이라 씌여진 띠지의 문구도 책을 선택하는 데 한 몫했다. 소설은 취향이 아니지만, 반전이 있다고 하면 읽고싶은 마음이 든다. 


한 미성년 소녀, 다현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같은 반 담임 선생님과 사랑하는 사이였던 그 소녀는 교실에서 목을 매단채 죽어있는 채로 선생님 눈에 발견되었다. 


선생님은 유부남으로 부인과의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외도로 인해 이혼을 생각한 건 아니고, 그 시기에 사랑이 싹텄다. 선생님은 학생과의 만남에서 무언가를 충족하는 듯 했다. 그녀와 다시 결혼해서 가정을 차릴 의도는 없지만 현재 다가온 사랑에 충실한 듯 보였다.


가정환경이 불우한 다현이 불쌍하기도, 안됐다는 마음도 갖고 있었고, 그녀와의 육체적인 사랑만을 탐하는 것 같지는 않아 읽으며 고민했는데.. 작가의 의도를 읽고나서야 인정욕구를 채우는 이기적인 모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는 것을 추리소설가로서의 소명이라 생각하는 작가님이시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어릴 때 좋지 않은 가정 환경이 한 사람을 사회에서 어떻게 망가뜨리고 범죄자로 만드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흥미를 끄는 이야기로 중요한 질문거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소설의 힘, 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다.


다현을 죽인 것은 그가 아니었다. 그도 다현을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했고, 분노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다현의 관계에 당당하지는 않았기에 비난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충격적인 현장을 보고 바로 신고하면 간단히 끝날 수도 있을 것을.. 다현의 흔적을 아예 없애버리려는 시도 때문에 그는 더 곤란에 처하게 된다. 


인정욕구와 비난받고 싶지 않은 욕구가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마음속에도 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정욕구. 이 것 때문에 고민하고 괴롭고, 스트레스 받을 때가 꽤나 많다. 그래서 비난받고, 지적당하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인정욕구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적당한 지점에서 멈출줄 알아야 할 것이다. 중독되지 않도록 말이다. 나는 어떤 인정욕구에 중독되어 있을까 생각해본다. 


능력있는 사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가 여전히 많다. 상대의 반응에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내가 만든 성과에 대한 칭찬과 나의 존재가치를 분리시키는 연습. 꾸준히 계속해야 할 것이다. 결과물이 없어도 스스로 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으려면, 결과에 대한 칭찬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욕심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해주면서 나의 가치를 높이기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 마음이 익숙해지면 과하지 않게 상대를 배려하고,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엄청 좋았다가 미운 사람이 되는 일은 최소한 없을 것이다. 

 

인정욕구가 지나치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방어적이고,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지, 그리고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다. 흡인력 있는 구성, 예측하기 어려운 반전도 있는 국내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분께도 한 번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은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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