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버린 국적 불명의 땅 : 용산구

[부동산 포토 에세이] ep.1 용산구 23km 감성 임장기

by 우제

일요일 아침 9시 임장 이라니. 괜히 빡센루트를 짰나.. 후회하면서 경의중앙선 이촌역에 내려 스타벅스 이촌점으로 향한다. 이촌역 4번출구로 나오자, 부자동네의 냄새가 난다. 베이글에 크림치즈가 먹고 싶어졌다.



SCENE#1. 이촌동 & 서빙고동


백화점 매장에나 있을 법한 샵들이 아파트 상가에 일열로 늘어서 있다. 압구정 신현대 상가와 반포주공1단지 앞 상가들이 오버랩된다. 이곳은 오히려 백화점이 상대적으로 대중지향적임을, 그래서 그걸 한 단계 넘어선 듯한 컬렉션들을 보여주고 있다. 고급지다.


KakaoTalk_20221109_125442869.jpg

이촌현대맨션은 이주를 마치고, 뒷동부터 유리창과 새시를 하나씩 빼고 있다. 여기서 이주한 사람들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왕궁맨션



KakaoTalk_20221109_125443516.jpg

46년 차인데… 진짜 재건축할 필요 없이 그냥 살아도 되는 아파트처럼 보인다. @반도아파트



KakaoTalk_20221109_125444219.jpg

"용산구에서는 범죄예방 및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하여 지하보도에 클래식 음악방송을 24시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빙고지하보도


‘클래식 음악이 24시간 흐른다’는 용산구청 문구와 함께 실제로 들리는 클래식 음악은 대리석바닥과 타일의 울림이 만들어낸 어쿠스틱이 절묘하게 어울려 마치 콘서트홀에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오히려 난 다른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감독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잔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피가 튀기기에 너무나도 깔끔하고 정갈한 세팅이다. 마치 영화세트장 같은 나에겐 비현실 적인 지하보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지하보도 계단을 올라 서빙고동으로 향하니, 온누리교회에서 막 예배를 마친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일요일아침에 눈뜨는 일이 거의 없는 나에겐 이 또한 생경한 장면이었다. 일요일 오전에 차려입은 사람들. 조깅하는 동네 주민콘셉트로 쫄쫄이를 입고 왔지만, 그들은 이 시간에 오히려 차려입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신동아 아파트 단지로 걸어 들어간다.


KakaoTalk_20221109_125444781.jpg

아. 신동아. 말로만 듣던 신동아에 직접 발을 들여다보니, 알 수 없는 지기가 느껴진다. 이곳이다. 맘속에 꼭꼭 담아둔다. @신동아아파트


KakaoTalk_20221109_125445316.jpg

용산공원을 느껴보고자 서빙고역 육교를 건넜다. 맨날 다니는 80년대 일본 지바현 느낌의 광운대역 육교가 떠오르면서, 여긴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급진 지상철 육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빙고역



KakaoTalk_20221109_125445858.jpg

길 건너 이촌역 쪽 리모델링 단지들은 ‘굳이 리모델링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깨끗했다. 돈들이 많아서인가? 그냥 깨끗한 게 좋아서? 그들은 가뿐히 몇억 더 내고 더 비싸질 집에 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자이로 바뀌니 @ 한가람건영



KakaoTalk_20221109_125446468.jpg

동부이촌동 재건축 단지들은 정말 뭐라도 될 듯하다. 한강맨션 소실점 속으로 빠져든다 @한강맨션





SCENE#2. 한강로동 & 다시 이촌동


KakaoTalk_20221109_125447098.jpg

용산한강로 3가 부영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이 보이고, 그 사이 기찻길옆 오막살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촌로51길



동부이촌동을 나와 정비창쪽으로 향하는 길, 한강대우 아파트 뒷길로 경의중앙선 철길을 따라 걷는다. 가는 길에 파크타워, 시티파크, 용산센트럴파크 주복들이 보인다. 다들 파크파크하다. 이 가을에 용산공원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어떨까?


KakaoTalk_20221109_125447814.jpg

태극기만 아니었다면 홍콩인가 싱가포르인가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처럼 보이지 않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파크타워



BTS덕분에 세워진 거대한 HYBE빌딩을 지나, 한강대로를 건넌다.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이고, 이미 들어선 용산푸르지오써밋래미안용산더쎈트럴, 아모레퍼시픽 건물이 웅장하게 느껴진다. 정비창전면 특별계획구역으로 들어서자, 나지막한 땅 넓은 준주거지역이 나온다.


KakaoTalk_20221109_125448421.jpg

큼지막한 도로와 온 동네 상가들이 어떻게 다 동의를 이루어 냈을지가 궁금해진다. @한강로3가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라, 1년에 한 편 정도 <오징어게임> 같이 이슈가 되는 작품들은 챙겨본다. 그러다 우연히 본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남들이 다 인생드라마란다. 코로나 시국에 뒤늦게 넷플릭스로 정주행을 했었는데, 정말 그렇더라. 레전드다. 삶을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사는 게 멋지게 사는 건지 생각해보게 해 준 드라마라 하면 너무 거창 하려나? 여하튼 그랬다.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처럼 난 편안함에 이를 수 있을까?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KakaoTalk_20221109_125449098.jpg

드라마의 배경으로 많이 나왔던 이곳. 밤길이 아니라 아쉽지만. 같이 간 사람들이 모두 <나의 아저씨를> 안 봤단다. 다들 각자 그렇게 다르게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살아왔나 보다. @한강로동 땡땡거리



KakaoTalk_20221109_125449672.jpg

오세훈시장이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아시아실리콘밸리를 만든다고 발표하더니 뭔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촌고가차도



KakaoTalk_20221109_125450309.jpg

기와에 십자가가 올라가 있어서, 차로 지나가다 본 어린 시절에 엄청나게 괴이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뒤에는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지만. 발품을 팔다 보니, 이렇게 직접 와보게 되기도 하는구나 @새남터순교성지



KakaoTalk_20221109_125450851.jpg

용산 재건축 재개발 구역지정된 곳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이촌1구역을 지나면서 여기 몸테크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을 잠시 해봤다. 뒤로 동원베네스트가 보인다 @문화맨숀



현대한강, 대림, 북한강 성원. 영원한 한강뷰 아파트 3개 단지를 둘러, 중산시범아파트로 향한다. 우리 말고 한 열 명정도의 임장팀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일정 거리를 확보했다. 단지 내로 들어가자마자 ‘우와’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1970년생. 한 2년 전인가. 강변북로를 지나는데 ‘박원순 시장 같이 죽자’라는 노랑 플래카드를 보고 잠깐 찾아봤던 중산시범아파트. 그래도 서울시에서 매각결정을 했다니, 어떻게든 진행은 되겠지.


KakaoTalk_20221109_125451616.jpg

몸테크로 추정되는 외제차들도 몇 대 보였다. 서울시가 과연 얼마에 땅을 내놓을까? @중산1차시범아파트






SCENE#3. 원효로동, 용문동, 효창동 & 청파동



뜬금포로 작년 10월에 선정된 리버힐 삼성아파트 앞 원효로4가71 모아타운을 지난다.


KakaoTalk_20221109_131209263.jpg

빨간 벽돌이 재개발의 대표벽돌이라 해도 이 집은 쫌 다른 빨간 벽돌인데… 이런 집들이 몇 개 있던데 ‘모아모아’ 질까 걱정이다.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원효로4가71



KakaoTalk_20221109_125452174.jpg

‘지금 사는 게 맞나?’ 산호아파트 재건축 단지 뒤로 3개 동 짜리 강변삼성스위트가 보인다 @산호아파트



실거주 갈아타기를 한참 알아보던 2년 전 그래도 용산에 뭔가 끌림을 가졌더랬다. 끝자락이지만 여기도 용산이다! 며,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강변삼성스위트리버힐삼성, 그리고 도원삼성래미안 매물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상승장이라 좋은 물건을 좋게 잡을 수 없어 보내주고 말았다. 그 뒤로 거짓말처럼 갖가지 용산 호재가 시작되고. 하락장인 지금도 용산구 끄트머리인 이들마저 잘 버티고 있다. 사실 아무도 내놓지 않았다. 올해 거래 자체가 없다.


신통도 떨어지고 모아도 떨어진 원효로3가 1구역과 2구역을지나 도원삼성래미안을 들렀다가, 굳게 닫힌 효창파크푸르지오를 뺑둘러 효창공원앞역세권도시정비형 재개발 쪽으로 향한다. 실거주로는 도원삼성래미안이 참 좋아 보였다. 공덕역도 걸어가고 효창공원역도 이용할 수 있고, 앞에는 경의선 숲길공원까지.

KakaoTalk_20221109_125452787.jpg

나도 모르게 ‘아 좋다…’ 해버렸다. 날씨까지도, 햇빛의 온도도 색깔도 @백범교



KakaoTalk_20221109_125453371.jpg

정비구역지정 공람이 끝나고 곧 지정된다는데, 이런 곳이 진짜 지정될 수 있을까? @효창공원앞역세권도시정비형 재개발



갸우뚱 거리며 효창공원앞 구역을 돌고 나와 대각선에 위치한 공공재개발지정구역으로 간다. 여기도 반대가 꽤 눈에 띈다. 결론은 LH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사유재산 강제수용하는 빨갱이…라고. 근데 어딜 가나 수긍가는 한마디말, “금싸라기 내 땅에 LH가 웬 말이냐?” 나라도 그럴듯하다.



다시 길을 건너, 효창공원앞 남영역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원효로1가 역세권 도시정비형 민간재개발)로 향한다. 여기는 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안심이 된다. 근데 내가 왜 안심을 하고 있단 말이냐. 근데 막상 다녀보니 여기도 비대위가 만만치 않다. 역시나 재산권 침해인데, 공급하는 주택면적 중 26평 이상이 185세대(5.58%) 밖에 안된단다.


KakaoTalk_20221109_125453952.jpg

길 건너 열정도의 젊은 상권이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는 듯했다. 이런집을 가지고도, 26평을 받을지 못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 중이다 @원효로1가 오하요도넛



재개발 남영동 업무지구 제2구역을 보며 청파동으로 향한다. 공업사들도 저 업무지구에 포함되어 개발될 예정으로 보인다. 신통기획1차로 선정된 청파2구역을 지나, 청파동1가 역세권 쉬프트 쪽으로 향한다.



KakaoTalk_20221109_125454766.jpg

웬만한 차들은 이길을 올라오길 포기하고 돌아가곤 했다 @청파1구역 삼용빌라



KakaoTalk_20221109_125455357.jpg

건널목 같은 도로가 끝없이 펼쳐진다 @서계동재개발



서울역 서측을 둘러보고 서울역으로 들어온 이때부터는 날도 슬슬 어두워지고 구역 구분이 안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임장을 급 마무리하고, 삼각지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대구탕을 먹으러 삼각지역으로 향했다. 그전에 삼각맨션을 살짝 들었는데, 이 시간이 훨 삼각맨션의 내면을 잘 보여줄 것 같았다.


KakaoTalk_20221109_125455927.jpg

노오란 개스등이 밝혀주던 삼각맨숀은 시간이 멈춰버린 국적불명의 장소처럼 느껴졌다 @삼각맨숀



다음은 어딜가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