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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터레스트 Jun 15. 2023

마음이 아픈데 어쩌라고

겉으로 드러나면 문제 숨으면 난제.

신기하고 고맙게도 예전부터 사람들은 나의 무엇을 믿었는지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리 친밀한 관계가 아니어도 말이다. 아니면 친밀한 관계라고 착각했던 걸까?

내가 적절하게 유지하려는 거리감이 그들에게 마치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처럼 편하게 느껴졌던 것일까?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현재 진행형으로 사람들은 내 얼굴을 보면 뭐든 얘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나 리액션은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솔직하게 말해주려 하는 것이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걸 미움받을 용기라고 부를 때도 있지만, 보통은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에 그냥 툭 하고 보따리를 던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걸 들고 가든지 버리고 가든지, 들고 가서 풀어서 쓰든지, 들고 갔는데 풀어보지 않든지 그건 전부 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나에게 풀어놓는 이야기는 전부 힘들다는 이야기들이다. 각자의 이유로 말이다. 그리고 또 대부분은 마음이 아픈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우울증으로 판단하고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점점 바쁜 현대사회와 각박해지는 환경 속에서 그 누구도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그 와중에 본인의 힘듦이 가장 크게 와닿는 거겠지. 그런 부류들의 가장 큰 특징은 힘들다고 조언을 구하러 와서 조언을 해주면, 정말 그때뿐이고 돌아서서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무슨 관성의 법칙처럼 늘 거기 있으려고 하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그냥 그들 마음속에 내린 결론대로 말해주길 바라는 모양인데, 내가 또 그렇게는 못한다. 팩트? 내가 기갈나게 조져주는 분야다.

그들에게 하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1. 우울증이 문제인가?

2. 우울증이 있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가진단이나 그저 기분인 것을 아는가?

3.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나 우울증인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건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4. 우울하지 않아야 되는 상황인데 우울함이 계속되는 게 우울증이다.

5. 정말로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면 병원은 가봤는가?

6. 그리고 그들 중의 대다수가 병원을 찾아가서 상담과 치료를 받으며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지 않았다. 병원을 가봐라. 정확한 상담과 치료를 요한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 전문가에게 가라. 끝.


저 상태로, 나에게 와서 "저 우울증인 것 같아요..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라고 하면..

그래 드러나보자. 하고 들어준다. 듣다 보면 

"저 우울증이죠?"

우울증도 아니고

"저 조울증인가 봐요"

조울증도 아니고

"저 분노가 조절아 안 돼서 막 화를 내요. 분노조절장애인 것 같아요"

분노조절 장애도 또한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불만만 오지게 많은 지쳐있는 직장인일 뿐. 그러니 내가 진심으로 조언을 해줘도 들릴 리가 없다.

정말 아니야!!!!!!!!!!!! 너희들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다 괜찮아!!!!!!! 괜찮다고!!!!!!!!!! 뭐가 문제야 제발!!!!!! 속으로 한참을 소리칠 때가 많다.


심지어 이러는 사람들도 있다

"저도 작가님처럼 공황장애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무슨 말을 해줄까 아가야? 

그래 나 공황 있고. 공황 2 회차다? 그래서 굉장히 오래 약 먹고 있어. 

근데 공황이 뭐? 죽을병은 아냐. 죽을 만큼 힘들 때가 랜덤으로 찾아와서 그렇지. 

나는 괜찮다? 담당 선생님도 계시고, 약도 잘 맞춰보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나를 이해해 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주변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나는 괜찮다? 외국에 나갈 때 영어로 처방전 가져가야 하고 그런 귀찮은 것들이 있는데 정말 그런 사소한 귀찮은 것 빼곤 살만해. 죽을 것 같아서 진짜 죽고 싶어. 당연히 지금 숨이 안 쉬어져서 눈 돌아가 죽겠는데 차라리 죽고 싶지. 안 그래?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 근데 그 순간이 지나가면 그냥 아~또 한 번 지나갔구나~

하고 그냥 공황이랑 같이 살아가는 거야. 그런 거라고. 심각하게 굴지 마.


"우울해"

그럼 병원 가!! 진단받고! 치료받아!! 그럼 나아져!!

어쩌라는 거야?? 그냥 들어주면 계속 내일도 우울 모레도 우울, 우울우울 우울~~~~~~~~우울만 하다가 네 인생 진짜 우울로 나락 가는 거야!!? 그렇게 살고 싶지 않잖아~? 그럼 치료받아.


"병원 가기 부끄러워"

정신병원이 왜 부끄러워? 정신병원 약이 부끄러워? 의사 선생님이랑 환자랑 무슨 짓을 하길래 부끄러울 일이야?? 내성이 생겨? 내성 안 생기라고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주는 거야!!!! 그럼 그 기준으로 나는 부끄러운 약물중독자인가?

아니잖아!


"조울증이 있는 것 같아"

내가 조울증까지는 안 겪어봐서 모르겠는데, 조증이 있을 땐 뭘 해도 좋대. 그래서 내 앞에서 사람이 죽고 있는데도 싸패처럼 웃으면서 좋은 거야. 신고해야 하는데 좋아죽어. 그래서 신고를 안 해. 응 그건 조증이 맞아. 싸패든지. 근데 그 정도 아니잖아. 병원을 가 제발!!!


"나도 공황장애 있어"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이 멘트!!!!!!!!!!! 진짜 아주 연예인들이 싹 다 망쳐놨지. 공황장애가 무슨 감기처럼 와. 때 되면 다 공황장애 있대. 여기저기서 막 나도 있다고 콜록콜록. 아뇨.......... 진단을 받으셨냐고요. 병원을 가시라고요 좀. 검사를 받으시고요, 검사결과에 따라서 진단명이 있어요~그때 다시 올래요? 병원 가세요 제발.

"어, 나도 사람 많아지니 숨이 막혀... 공황장애인가 봐"

"어 맞아 나 지하철에서 그랬어. 공황장애인가 봐."

아뇨, 공황장애 아니시고요, 그냥 일시적으로 심리적 압박이나 컨디션 저하가 오실 순 있었을 겁니다?

공황장애에 대해서 아주 연예인들이 거지 같은 정보를 흩뿌려서 많이 화가 나고 예민하네요.


공황증상은요. 언제, 왜, 무슨 상황에서 일어나는 거 아니에요. 예측이 안 돼요!

공황이 뭡니까 여러분. 공황상태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노그대로 노출되었다는 거예요...

사전적 의미 또 끌고 와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발췌

공황(恐慌)은 급변한 사태에 놀랍고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를 가리킨다. 영어 낱말 패닉(panic)도 통용된다. 참고로, 잠든 사람에게 악몽을, 나그네에게 공포감을 주는 존재인 로마의 목신(牧神) 이 패닉의 어원이다. 공황은 개인에 있어서 단독으로 일어나거나 갑자기 큰 조직에 집단 공황으로서 나타날 수 있다.>


읽으셨죠. 보이죠? 급변한 사태, 놀람, 두려운, 어찌할 바를 모름.

"내가 이상하게 대중교통만 타면 지하철만 타면 버스만 타면 그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안 쉬어져"

정해진 환경은 급변한 사태나 놀람 두려움 아니죠. 특히 우리 매일 이용하는 대중교통이잖아요? 

그거... 일시적 스트레스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상항 공황 우울 조울 분노 붐이 일어나서 진짜 공황장애 있는 사람들이 고통받아요..


저희 조용히 상담받으면서 약 먹어가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들고 있는 상태로 매일을 조심조심 살아가거든요? 

이겨내려고 또 별별 것을 다해요. 움직이는 취미는 꼭 있고, 직업과 관련 없는 취미도 꼭 있고, 저 초 극 내향형 인간인데 사람들 만나서 웃고 떠드는 모임도 종종 나가고요, 빨리 나를 이해하고 극복해 보고 싶은 노력으로 책도 많이보고 사례도 많이 연구하고, 심리학 뇌과학에, 왜인지 모르겠지만 연장선으로 물리학 철학 역사학까지 쓸고 다녀요. 왜냐고요?? 공황증상에 틈을 주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알아야 이겨낼 수 있을 테니까요.

저 아직 젊은데, 공황장애에 우울증이 겹쳐 안 좋은 소식 들려주고 싶지 않거든요. 건강한 할머니 될 거거든요.

근데 저에게 찾아오는 분들은 전부다 "나 죽어버릴 거야"라는 얼굴로 오세요.


오지 마세요. 가세요. 병원 부끄러운 거 아니에요.

감기 걸리면 약 먹잖아요. 병원 가서 수액이나 주사도 선뜻 맞고 연차도 쓰고 그러지 않아요 다들.

똑같아요. 병원 가서 상담받고 필요한 뇌파치료든 뭐든 다 받고 오시라고요..

제발요. 도움의 손길은 많아요. 댁들이 안 잡는 겁니다.


사람 함부로 판단하지 마세요. 본인도. 남도요. 도움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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