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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공메자 Nov 15. 2024

96 각박한 세상, 진심인 사람이 있었다

"진정한 리더십은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된다." 

– 존 우든

진정한 리더는 말로만 지시하지 않고, 실천으로 영감을 준다.


때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는 동년 1월 4일 정년퇴직 2년을 앞두고 춘천 소방서장으로 부임한다. 코로나19로 거리 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 등 대면 접촉이 어려운 시기였다. 취임식은 생략하고 간부 공무원과 간담회 형식으로  춘천 소방서에서의 첫 근무가 시작되었다. 


어느 한 조직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모토는 최고 지휘관의 마인드에 달려있다. 소방은 계급을 달고 있는 제복 공무원이다 보니 근무 분위기가 부드러움보다는 경직되어 보인다. 나도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35년 동안 소방 생활을 이어왔다. 이는 수직적 조직문화의 한 단면인 것이다. 이제는 좀 이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깨고 싶었다. 수평적으로도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는데 말이다. 


나는 수시로 업무 관련 글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있어서 필요한 공감 글을 써서 메신저로 직원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임 이후 3개월이나 지났건만 답장이 없었다. 물론 답을 바라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나 홀로 소통이었다. 글을 계속 써야 되나? 아니면 여기서 그만둘까? 자괴감(自愧感)이 들었다. “아! 아니지. 아니야. 나쁜 일이 아닌데 누가 뭐래도 계속 쓰는 게 맞아”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매월 2~3개의 글을 써서 직원들에게 보내다 보니 5개월쯤 지났을까 답장이 오기 시작했다. 신참 직원뿐만 아니라 고참 직원에게서도 피드백이 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종교를 믿지 않지만 하나님 소리가 절로 났다. 


"보낸 사람 : 00119안전 센터. 000  

받는 사람 : 주진복  

보낸 날짜 : 2022-06-29 오후 5:13:29  

받은 날짜 : 2022-06-29 오후 5:13:30  


안녕하세요... 서장님. 직원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시는 서장님, 언제나 공감 메일 잘 보고 있습니다. 서장님처럼 이렇게 소통 메일을 보내주시는 분이 없으셔서  약간은 다들 쑥스러워 해서 그렇지,  아마도 많은 직원분들도 공감 메일을 잘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잠시나마, 좋은 글을 보며 좋은 생각을 하며,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서장님도 좋은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출처 : 죽음의 문턱을 세  번씩 넘나든 현직 소방서장의 메시지(저자 주진복) 


당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은 MZ 세대가 68% 정도 된다.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아빠 세대의 꼰대 문화를 바꿔야 했다. 특히 회식문화를 바꿔야 했다. 기존의 회식 문화는 건배 제의가 만연하였다. 나도 과거 선배들이 건배 시킬까 봐 회식 나가기 전에 인터넷 검색해서 건배사 2개 정도는 항상 외웠던 기억이 있다. 어느 순간 꼰대 문화에 젖어 들고 있었다. 나까지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가끔씩 부서별 회식에 참석했다. 회식 분위기를 보니까 기존 문화하고 똑같은 게 아닌가. 부서장이 나에게 건배 제의를 먼저 시키고 돌아가면서 직원들 다 시키는 거였다. “아!~ 이게 아닌데.” 한날 119구조대 회식에 참석해 제안을 했다. 앞으로 “회식할 때에는 부서장 그리고 팀장 중 한 명만 건배하고 직원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상호 간 피드백 해 주는 걸로 하면 어떨까요”라고. 직원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다. 


직원 여러분이 돌아가면서 관심사를 이야기하자, 119구조대 000 팀장이 “맨날 나와 함께 현장활동하는 직원이 저런 관심사를 갖고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라며 “서장님께서 너무 좋은 제안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그래, 이게 바로 소통이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꼈다. 회식 자리는 직원 상호 간에 서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친목을 도모해야 되는데, 지금까지는 반 강제의 건배사와 오너에 집중된 회식 문화 때문에 공동체가 파괴되고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사회로 변모해 가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또 한 가지 제안을 하면, 기관장인 필자를 포함 4~50대 우리 선배들이 MZ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솔선수범(率先垂範)”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솔선수범의 정의는 “남보다 앞장서서 행동하고 몸소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됨”이라고 되어 있다.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월남전이 한창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던 중, 정찰을 나갔던 미군 병사 한 명이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었다. 부상당한 병사는 절단된 다리를 움켜잡고 절규하면서 ‘Help me(살려주세요)’ ‘Help me(살려주세요)’를 외치며 애원했다. 주변에 많은 병사들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방이 온통 지뢰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그 부대 최고 책임자인 대대장이었다. 그는 절규하고 있는 병사를 향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뚜벅뚜벅 지뢰밭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부상당한 병사를 등에 업고 안전하게 탈출했다. 병사들은 뒤에 숨어서 대대장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사건 이후 그 대대장은 미국 육군의 전설이 되었다.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지뢰밭에 들어가 부하를 구출하는 그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를 존경했고 그에게 충성을 다했다. 그 대대장이 훗날 걸프전쟁의 영웅이 된 노만 슈와츠코프 장군이다. 


당시 직장 내 자유게시판에서 한 글귀가 눈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재난현장에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유능한 지휘관을 만나는 것이다.” 가슴속 깊이 새기고 있는 구절이며, 내(소방서장)가 과연  지휘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늘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마음을 다 잡아 나갔다. 필자가 자화자찬하려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수많은 성격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사람은 제목에서 언급한 바로 이 분, 유튜버이자 MKYU 대표인 김미경 강사님이다. 사연인즉 필자가 근무하던 직장뿐만 아니라 모든 공조직의 직장교육 주제는 성희롱 예방, 청렴 실천, 음주운전 근절 등이 주요 내용을 이룬다. 따라서 공직사회 교육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즉 삶에 대한 교육이 거의 전무하다. 그래서 이러한 틀을 깨 보고자 2022년 10월 21일, 강사님을 온라인으로 모셔서 “재난 현장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방관의 마음 치유 및 상하 계급 간 소통과 이해”라는 주제로 직원들에게 특강을 실시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처음에 위 강사님을 섭외할 수 있을까 많이 망설였다. 왜? 강사료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를 하시는 분이지만,  우리 공무원 사회에서 초빙하기에는 엄두가 안 나는 분이다. 공무원 조직의 강사료는 법에 정해져 있는 소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되는 게 어디 있겠는가. 각박한 세상! 진심인 분이 계셨다. 


김미경 강사님을 섭외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김미경 강사님께 어떻게 연락할까? 고민이 됐다. 전화번호도 없고, 이메일도 없고 하여 블로그를 하신다는 것을 알고 검색에 들어갔다. 블로그 안부 게시판에 “존경하는 김미경 강사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A4용지 3장 분량의 글을 써서 올렸다.


Г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원도 춘천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춘천 소방서장 주진복입니다. 초면에 김 00 강사님의 블로그  안부 게시판(8. 3. 16:30)을 통해서 인사 올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저는 올해로 소방관 생활 34년 차로 퇴직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직원들에게 고귀하고 소중한 선물 하나 남기고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하여, 존경하는 김미경 강사님께 도움을 요청드리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강사님께서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워킹맘의 공감을 얻으시고 또한 멘토가 되어 주시는 롤 모델이시며, 아울러 삶에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 TV 등 각종 매체를 통해서 강사님의 활동상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특히 강사님께서 강의하실 때 지으시는 미소와 호탕한 웃음에 저를 비롯한 청중들께서는 강사님의 강의에 홀린 듯 빨려 들어가 집중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강사님께 강의 요청을 호소하는 이유는 소방관이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멋있어 보입니다. 국민들에 대한 직업 신뢰도가 1위여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이면에 아픔이 많다는 것을 말씀을 드립니다. 소방관은 화재와 각종 재난,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장 위험한 상황에 먼저 뛰어들어(first in), 최후까지 견디다가 마지막으로 탈출(last out) 하게 되는데, 전국적으로 최근 10년간 화재, 구조, 구급 등 재난현장에서 49명의 소방관이 순직을 하였습니다. 저희 강원도 도 8명이나 순직을 하였고요. 특히 소방 활동 중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는 경우와 가정사 등 개인적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 등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결국은 이를 견디다 못해 자살로 이어지는 사고가 전국적으로 최근 10년간 60명이 발생을 하였고 저희 강원도는 9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소방청과 강원도 그리고 저희 소방서 자체적으로도 찾아가는 심리 상담 실과 동료상담사 제도 운영 등 다양한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이 저는 조직사회에서의 소통 문제가 시급하지 않나 생각을 해 봅니다. 


저희 소방서는 2~30대 직원이 전체 직원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들 젊은 MZ 세대 직원들이 처음 취업했던 직장에서 타 직장으로 이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동료나 상사 직원과의 갈등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갈등은 MZ 세대와 기성세대와의의 불협화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통이 부족하고 공감대 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두서없이 강의 요청 사유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만,  더 안타까운 것은 저희 소방서를 비롯한 공무원들은 공직기강 확립 및 청렴 교육 등 법정교육만 정기적으로 받을 뿐, 정작 필요한 소통과 공감 교육은 너무나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 사회가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이유는 예산이 허락하지 않아서 김미경 강사님처럼 저명한 강사님을 모실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지출할 수 있는 시간당 강의료가 25만 원이며 초과시간 12만 원 플러스해서 최대 37만 원입니다. 너무 열악합니다. 저희 소방관들은 본인 상처는 뒤로 묻어 둔 채 공기호흡기 등 무거운 장비를 어깨에 짊어지고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그리고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타인(국민)의 상처를 먼저 돌보기 위해 오늘도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또한 저희 소방관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하루를 맞이하고 일과를 마칩니다. 늘 심신이 피곤한 상태로 근무하다 보니 평균 수명이 58세로 타 직종에 비해 가장 짧습니다. 강사님께서 이러한 소방관의 삶과 애환을 이해하시고 살펴 주시어 저희 소방관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강사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실무부서 간 정식으로 강의 요청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2. 8. 8. 강원도 춘천 소방서장 주진복 올림 」 


일주일이 지나도 안부 게시판 글을 읽어 보지 않은 것 같아서 담당 직원에게 글을 인쇄해서 MKYU 경영지원실(김미경 대표님 사무실)로 보내게 되었다. 이후 대표님께서는 이 글을 읽으시고 재능기부 특강을 해 주셨다. 


요즘 우리 사회는 세대 간 갈등이 심하다. 우리 직장만 해도 그렇다. MZ 세대가 68%를 차지한다. 40대까지 포함하면 85%나 된다. 50대는 15% 밖에 되지 않는다. 일명 꼰대라고 불리는 아빠 세대는 설자리가 없다. 이와 같은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사회의 틀에 박힌 교육을 깨야 한다. 앞으로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교육 문화가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이상이 필자가 지난 2022년  춘천 소방서 근무 당시 공감과 소통 교육에 재능기부를 해 주신 김미경 강사님의 진심이 필자의 가슴 한편에 늘 자리 잡고 있어서, 이러한 선행이 널리 전파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공유하니 혹시 자랑으로 비칠까 염려된다. 혜량(惠諒) 하여 주기 바란다. 


나는 가끔씩 생각한다. 직장에서 가장 의미 있고 행복했던 일은 퇴직을 앞두고 김미경 강사님을 초빙해서 직원들에게 공감과 소통교육을 했던 것이다. 김미경 강사님은 진심을 아시는 분이셨다. 당시 김미경강사님께서는 A4용지 3장의 글을 감동으로 봐 주시고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김미경 대표님께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기회가 되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뵙고 인사를 드릴 기회가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진심은 마음 깊숙이 느끼는 진실한 감정이다.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깊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또 진심으로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면,  서로에게 더 큰 영감과 희망을 줄 수 있다. <핵심> 진심은 마음을 열며, 그 힘은 강력하다. 그래서 진심은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  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글의 요약: 소통의 길>


글을 써 보냈다

조용한 밤에,

답이 없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열려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서로의 손길을 느끼며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걸어간다


솔선수범이란

먼 길을 떠나는 것,

누군가의 손을 잡고

그 마음을 듣는 일


작은 글 하나,

작은 소리 하나로

사람은 변화하고

세상은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진심은 닿는다

시간이 지나도,

그것은 언젠가

가슴 속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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