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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바통은 넘어간다

by 기공메자

인생의 무대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한때는 박수를 받으며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는 자연스레 다음 사람에게 넘어간다.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 이 말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삶의 법칙이자 자연의 순리다.


나는 36년 동안 소방이라는 현장에서 살아왔다. 그곳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었다. 불길 앞에서 망설임은 곧 생명의 손실이었다. 결단이 늦으면 재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젊은 동료들이 들어오면 그들에게 기술을 전했다. 책임의 무게를 함께 나누며, 후배들이 더 나은 길을 걷길 바랐다. 그러나 세월은 냉정했다. 언젠가부터는 내가 가르치던 후배들이 현장을 지휘했다. 나는 그들의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처음엔 아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아쉬움은 감사로 바뀌었다. 나의 시대가 있었듯, 그들의 시대도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마라톤과도 같다. 한 구간을 전력으로 달린 선수가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달렸느냐가 아니다. 주어진 구간을 얼마나 진심으로 완주했는가이다. 내 구간을 다했다면, 다음 주자가 힘차게 달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현역 시절, “선배님은 언제까지 현장에 계실 건가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질 때까지.” 하지만 돌이켜보니, 설 자리가 사라진 게 아니었다. 단지 내가 물러서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세상은 그렇게 순환한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자연은 어김없이 자리를 바꾸며 조화로운 질서를 이어간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가 앞장서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뒤를 잇는다.


퇴직 후, 나는 더 이상 ‘지휘관’이 아닌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불을 끄던 손이 이제는 글을 쓰고, 생명을 구하던 마음이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누군가에겐 이 변화가 극적인 전환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무대는 달라졌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본질은 같았다. 예전에는 몸으로 사람을 구했고, 지금은 글로 사람을 살리고 있다.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는 말에는 쓸쓸함보다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의 퇴장은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을 가능하게 만든다. 만약 모든 이가 떠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희망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다. 그 자리를 비워두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챔피언의 마지막 품격이다.


이제 나는 내 뒤를 잇는 후배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눈빛에는 예전의 나처럼 두려움과 열정이 공존한다. 나는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너희의 시대가 왔다. 그리고 언젠가 너희도 바통을 넘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지금 네 구간을 진심으로 달려라.”


삶의 진정한 승리는 기록이 아니라 태도에서 결정된다. 무대의 중심에 설 때뿐 아니라, 조용히 물러날 때도 빛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인생의 완주는 ‘끝’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연결’일지도 모른다.


<블로그 이웃의 공감 댓글>

예전에는 사람을 살리던 손이 이제는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는 작가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누군가에게 바통이 되길 바라시는 그 마음, 그 자체로도 큰 울림입니다. 주작가님의 따뜻한 글들이 제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직 초보 블로거이고 부족하지만, 작가님의 칭찬 한마디와 글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이 글을 쓸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이미 댓글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일으키고, 위로하고 계십니다. 오늘의 글로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작가의 답글>

진심 어린 말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보다 큰 보람은 없습니다. 말씀처럼 글로도 누군가를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이 오늘도 제 손을 다시 펴게 합니다. 함께 성장하며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당신의 한 줄이 저를 쓰게 하듯, 저의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길 바랍니다.


<독자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누구나 인생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순간을 맞는다. 그러나 내려오는 것이 끝은 아니다. 그 자리를 비워야 새로운 시작이 피어난다. 당신의 오늘이 누군가의 내일을 밝히고, 당신의 흔적이 또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된다면 그것이 진짜 인생의 완주다. 인생의 바통은 언제나 넘어간다. 그러나 진심으로 달린 사람의 이야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당신이 달리는 그 길 또한 누군가의 출발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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