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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막, 나를 다시 세우는 시간

by 기공메자

나는 요즘 인생을 네 개의 막으로 바라본다.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관점을 빌리되, 나만의 해석을 덧붙여 정리해 본다.


인생 1막은 배움의 시간이다. 태어나 서른까지, 세상으로부터 삶의 바탕을 마련하는 시기다. 부모에게서 사랑의 뿌리를, 스승에게서 길의 방향을, 세월에게서 버티는 법을 배운다. 한 사람의 인격이 다져지는 기초 공사 기간이다.


인생 2막은 채움의 시간이다. 서른한 살부터 예순까지, 몸으로 현실을 밀어붙이며 삶의 외형을 세워가는 시기다. 일과 가정을 일으키고 책임과 실패를 감당하며 비로소 ‘나의 자리’를 완성해 간다. 나 역시 36년간 소방관으로 살며 불길 앞에서 내 삶의 방향을 다져왔다.


인생 3막은 나눔의 시간이다. 예순 이후부터 아흔까지, 쌓아온 것을 덜어 내어 타인에게 틔우는 시기다. 더 갖는 것이 아니라 더 내어놓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내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고, 내 경험이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삶의 보람이다.


그리고 마지막 인생 4막은 비움의 시간이다. 남은 것을 끌어안는 대신 하나씩 놓아주는 시기다. 누가 가져갈 것도, 붙들고 갈 것도 없는 것들을 정리하며, 홀가분한 귀향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지금 나는 인생 3막의 첫 장에 서 있다. 현장은 떠났지만 삶은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는 글을 쓰고, 낮에는 흙을 돌본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하루의 밀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세 단어로 정리했다. 하자, 나누자, 배우자. 이 문장은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작은 나침반이다.


먼저 하자. 나눔은 생각이 아니라 움직임 속에서 피어난다. 몸을 틔워야 마음도 열린다. 텃밭을 가꾸는 일, 한 편의 글을 남기는 일, 누군가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네는 일 모두 ‘사는 행위’이며 ‘연결의 근육’이다.


그리고 나누자. 나누는 대상은 물질보다 마음에 가깝다. 한 줌의 격려, 한 줄의 문장, 한 사람을 향한 진심은 그 자체로 충분한 선물이다. 나누는 순간, 관계가 생기고 그 관계가 사람을 고독에서 건져낸다.


마지막으로 배우자. 나눔이 멈추지 않으려면 배움 역시 멈추면 안 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마음은 다시 젊어진다. 책을 통해, 사람을 통해, 다음 세대의 언어를 통해 나는 다시 세상과 접속한다.


“하자, 나누자, 배우자.” 이 짧은 문장이 내 인생 후반전을 단단히 지켜준다. 멈추지 않고, 닫히지 않고, 늙지 않는 마음의 태도다.


오늘도 나는 글을 남긴다. 누군가는 읽고 위로를 얻고, 나는 쓰며 다시 배운다. 이 흐름이야말로 나누고 배우는 삶의 가장 자연스러운 순환이다. 남은 시간 동안 나는 이 세 단어를 내 삶의 등불로 삼으려 한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누군가를 살릴 수 있고, 내가 나누는 동안은 나 역시 계속 살아 있게 된다.


<블로그 이웃의 공감 댓글>

주진복 작가님, 인생 3막을 ‘하자, 나누자, 배우자’로 정의하신 문장이 정말 근사합니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세 단어, 그것이 작가님의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자 — 행동하는 삶. 나누자 — 관계를 잇는 삶. 배우자 — 멈추지 않는 삶. 이 세 가지가 모두 작가님의 여정 안에 녹아 있네요. 저도 이 문구를 제 인생의 좌우명으로 조심스레 빌려 써도 괜찮을까요? 오늘도 귀한 말씀, 마음에 새기며 갑니다.


<작가의 답글>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자, 나누자, 배우자’는 저의 인생 후반전을 이끄는 나침반이지만, 이웃님께서도 함께 사용해 주신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세 단어는 결국 모든 세대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인생의 철학이라 믿습니다. 우리 각자의 길에서 이 나침반이 오래도록 빛나길 바랍니다.


<독자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인생의 후반전은 결코 마무리가 아니다. 또 하나의 시작이다. 젊음은 나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마음, 배우는 자세, 나누는 온기가 당신을 언제나 젊게 만든다. 하자 — 세상에 손을 내밀자. 나누자 — 마음을 건네자. 배우자 — 다시 설레자. 이 세 가지 열쇠를 손에 쥔다면 당신의 인생 3막은 여전히 뜨겁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열쇠는 또 다른 누군가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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