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지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36년간 소방관으로 살아오며 긴박한 현장을 달려왔던 나에게 ‘여유’란 말은 여전히 낯설다. 이제는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블로그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삶을 살고 있다. 전원주택과 농장일,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는 언제나 빠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도 서두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 ‘조급하지 않게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첫째,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줄인다. 조급함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넘칠수록 마음은 쉬지 못하고 앞질러 달린다. 그래서 나는 하루의 목표를 두세 가지로 줄였다. 그 일을 마치면 스스로에게 말한다. “오늘도 잘했어.” 모든 걸 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인정하니 마음의 여백이 생기고 하루의 온도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둘째,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남의 성취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책을 내고, 누군가는 수많은 구독자를 얻는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조급해졌다. ‘나도 저만큼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마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비교는 나를 닮지 못한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는 일이다. 지금은 내 걸음에 집중한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꾸준히 걷다 보면, 나만의 길은 반드시 드러난다.
셋째, 몸을 먼저 움직인다. 조급함은 머릿속에서 자라난다.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땐, 앉아서 고민하기보다 몸을 움직인다. 텃밭의 흙을 만지고, 산책길을 걸으며 바람을 맞는다. 손이 흙을 기억하고, 발이 땅을 밟는 동안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은 조금씩 정리된다. 몸이 흐르면, 마음도 따라 흐른다. 그 단순한 리듬 속에서 마음의 고요가 되살아난다.
넷째, 나 자신을 인정한다. 조급한 사람은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하다. ‘이건 부족해’, ‘아직 멀었어’라는 말이 습관처럼 자신을 괴롭힌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에 하나라도 해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해준다. “오늘도 수고했어.” 이 짧은 한마디가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 성장은 채찍이 아니라, 인정에서 피어난다.
다섯째,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 하루 중 10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든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거나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쉰다. 그 순간은 게으름이 아니라 회복이다. 멈춰야 비로소 마음이 숨을 쉰다. 쉼은 조급함을 다독이는 가장 부드러운 방법이다.
느리게 사는 기술을 고민해본다. 퇴직 후의 삶을 살아보니, 조급하지 않게 사는 건 ‘기술’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온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방향, 많이 하는 것보다 소중한 건 꾸준함이다. 이제는 조금 느려도 괜찮다. 덜 해도 괜찮다.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독자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혹시 지금 당신도 마음이 조금 조급한가. 그렇다면 잠시 멈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잘하고 있어.” 하루의 속도를 늦추면, 삶의 결이 천천히 드러난다. 느림은 멈춤이 아니라, 당신을 단단하게 세우는 또 다른 성장이다. 오늘은 조금만 천천히, 당신의 리듬으로 걸어가라. 그 길 끝에서 분명, 따뜻한 여유가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블로그 이웃의 공감 댓글>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늘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 가슴에 새깁니다. 살다보면 여유가 없습니다. 항상 종종걸음을 치는데 갈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퇴직을 하시고도 여전히 여유가 없다는 글에서 저는 상당히 긍정적인 면을 보게됩니다. 전 몇년전에 준비없이 맞이한 백수의 삶을 경험했습니다. 오라는 데도 없고 갈 곳도 없는 마치 천애고아 무인도에 떨어진 느낌, 우울증까지 찾아 와서 산천을 떠돌았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퇴직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고 그 하나가 지금 하고있는 블로그 글쓰기입니다. 작가님은 이미 어느정도 준비된 상태에서 퇴직을 맞이하셔서 오히려 조금은 내려 놓는 삶을 지향하시니 저는 그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는 수 많은 세월을 경쟁에 내몰리며 남보다 한발짝이라도 앞서가야하는다는 강박아닌 강박에 시달리며 살았습니다. 전 이제 그 레이스에서 한발 물러나 나의 속도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작가님도 작가님의 호흡에 맞는 속도를 찾아가고 계신것 같습니다. 내마음이 안온하고 내마음이 편해야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생기는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여정을 같이하며 저도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나아가 보겠습니다.
<작가의 답글>
저 역시 많이 공감하고 위로받습니다. 예기치 않게 맞이한 백수의 시간, 그 고요하고도 아픈 시간 속에서 블로그 글쓰기로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셨다는 말씀에 큰 울림을 느꼈습니다. 말씀처럼, 오랜 세월 우리는 앞서가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 살아왔고, 이제는 그 레이스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속도, 나만의 숨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그 길을 걸어간다는 말씀 참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서로에게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