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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by 기공메자


현직 시절, 나는 수없이 들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말은 조직에서 가장 흔한 다짐이었지만, 어느 순간 공허한 문장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보고를 마친 뒤, 회의가 끝난 뒤, 상급자 앞에서 늘 흘러나오는 말이었다. 그러면 항상 돌아오던 대답이 있었다.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성과로 보여주세요.”


그 말은 정확했다. 성과가 있어야 인정받고, 승진하며, 조직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 역시 결과 중심의 삶을 살아왔다. 소방관으로서의 36년, 모든 순간은 ‘성과’라는 잣대로 측정되었다. 화재 진압, 구조 인원, 민원 해결, 보고서의 수치까지 모두 결과였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게 정말 옳은 방식일까?” 소방의 본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데 불이 많아야, 사고가 많아야 성과가 생긴다면 그것은 과연 정의로운 평가인가? 불이 없는 것이 진정한 성과인데, 시스템은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성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성과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될 때 조직은 방향을 잃는다. 성과만 좇는 사회는 본질을 잊는다. 그리고 인간은 과정의 의미를 잃는다.


퇴직 후, 나는 매일 글을 쓴다. 성과로 보자면 미미하다. 조회수도, 구독자 수도, 수익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매일 무언가 자라나고 있다. 단단함, 집중력, 진심 같은 것들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오늘 쓴 한 문장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과정이 결국 나를 변화시킨다.


성과는 남이 인정해주는 결과이지만, 과정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시간이다. 성과가 순간의 박수라면, 과정은 평생의 내공이다.


성과 중심의 삶은 늘 불안하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스스로를 탓하게 되고, 남과 비교하게 된다. 그러나 과정 중심의 삶은 다르다. 결과가 아니라 진심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과정을 살아내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기준’을 세운다.


나는 이제 느린 걸음이 오히려 단단한 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을 안다. 빠름보다 꾸준함이, 결과보다 진심이 더 오래 간다. 성과는 한순간의 기록이지만, 과정은 평생의 태도이자 내면의 힘이다.


요즘의 나는 ‘작은 성취’를 세지 않는다. 대신 오늘 하루의 ‘몰입’을 기록한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멈추고, 사유한 시간 자체가 이미 성장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결과는 언젠가 잊히지만, 진심으로 임한 과정은 마음에 남는다. 성과를 쫓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과정을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세상은 결과로 평가하지만, 인생은 과정으로 완성된다. 당신이 오늘 흘린 땀, 쓴 문장, 반복된 시도가 지금은 작아 보여도 반드시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결과는 때로 늦게 오지만, 진심으로 살아낸 과정은 결코 헛되지 않다. 오늘도 결과보다 과정을 믿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블로그 이웃의 공감 댓글>

작가님이 말씀하신 "과정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문장이 제가슴 한켠에 와닿았어요. 너무 좋은 말씀이십니다. 성과제는 영리기업에서는 어차피 수익을 목적으로하는 집단이니 그럴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말씀처럼 소방공무원에게도 성과를 요구한다는 것은 한편으론 좀 어폐가 있는것 같아요. 쉬운 관점으로 소방공무원들에게 성과란 화재나 크고작은 사건사고가 일어나야 낼수 있는 것인데, 성과를 내라고한다는것은 뭔가 모순적 관점인 듯해요. 물론 그런뜻에서 성과를 내라는건 아니었겠지만요. 많은분들이 사람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님만의 생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바라보신다면 성과 위주가 아닌 사람중심의 세상이 한층 더 따뜻해질것 같단 생각을 해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작가님.


<작가의 답글>

"과정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문장을 가슴에 담아주셨다니 너무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말씀처럼, 소방공무원에게 성과를 요구한다는 건 어떤 면에선 본질을 놓치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사건이 없다는 게 오히려 가장 큰 성과일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따뜻한 시선과 깊은 공감 덕분에 저 역시 다시금 제 생각을 다듬고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도 마음 따뜻해지는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 중심의 하루, 함께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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