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속도의 주권

by 기공메자

<작가의 생각 한 줄>

"비교를 내려놓는 순간, 삶은 비로소 제 속도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자주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 오랜 시간 그랬다. 전직 소방관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지금도 문득 과거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어릴 적 가난했던 집안이 부끄러웠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포기해야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결혼 후 대출을 안고 들어갔던 13평 아파트가 삶의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SNS를 넘길수록 비교의 파도는 더 거세졌다.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장면들이 반복해서 스쳐 갔다. 반듯한 가정을 꾸린 모습들이 내 삶과 자연스레 겹쳐 보였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이 초라해 보였다. 더 잘하지 못한 내가 못나 보였다.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라는 질문이 따라붙었다. “왜 아직도 이 자리일까?”라는 자책이 이어졌다.


그러나 비교는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줄 세우기에 익숙해진 존재들이다. 시험 점수로 평가받았다. 키와 달리기 기록으로 비교되었다. 대학과 직장, 연봉과 외모로 스스로를 정의해 왔다.


그래서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면 불안해졌다. 조바심이 커졌다. 결국 그 화살은 나 자신을 향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 질문 앞에 멈추게 되었다. “나는 나로서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남보다 앞서야만 가치 있는 삶일까. 남이 만든 기준에 나를 억지로 맞추며 살아야 할까.


남의 삶은 그 사람의 길이다. 나의 삶은 오직 내가 걸어가는 길이다. 비교의 렌즈로 보면 내 삶은 늘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나만의 렌즈로 바라보니 다른 풍경이 보였다.


나는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고 있었다. 쉽지 않은 길 위에서 포기하지 않고 버텨왔다. 불 속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냈다. 이제는 글로 마음을 건네는 일을 하고 있다.


남의 성취를 부러워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살아낸 나에게 박수를 보내기로 했다. 세상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내 속도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게 되었다.


꽃은 모두 다른 시기에 핀다. 어떤 꽃은 봄에 핀다. 어떤 꽃은 여름에 핀다. 어떤 꽃은 늦가을에 조용히 핀다. 삶도 다르지 않다. 조급해할 이유는 없다. 남의 리듬에 휘둘릴 필요도 없다. 나만의 속도를 믿고 걸으면 된다.


그래서 비교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대신 내가 잘하는 것을 바라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쓰기로 했다. 내가 의미를 느끼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걷기로 했다. 작은 성취도 스스로 축하했다. 실수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완벽해지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태도라는 것을 배웠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나답게 살기로 했다. 그 길이 결국 나를 가장 오래, 가장 밝게 빛나게 한다고 믿게 되었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비교로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길 바란다. 지금 이 삶이 나의 호흡과 맞는지 돌아보시길 바란다. 속도를 늦추는 용기야말로 가장 단단한 성장이다.


<이웃의 공감 댓글>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지금도 수없이 남과 비교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미 없는 일이다, 나는 나대로 잘 살면 된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에 밴 비교를 완전히 내려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와 SNS 모두 조바심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나의 삶은 오직 나만이 걸어가는 길이니, 나만의 렌즈로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데 집중해 보아야겠습니다. 요즘은 그 연습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남들 속도에 따라가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법을 찾자’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이것이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 덕분에 하루를 행복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작가의 답글>

공감이 담긴 나눔에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비교는 모르는 사이 스며들어 우리의 걸음을 조급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럼에도 ‘나만의 속도’라는 말을 자주 스스로에게 들려주다 보면, 그 문장이 마음의 중심을 붙잡아 주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연습을 하루하루 함께 이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삶은 이미 우리만의 빛깔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오늘 밤도 편안하고 고요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작가노트>

이 글은 비교에 지쳐 있던 어느날 밤,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어 써 내려간 기록이다. 남의 기준과 속도에 흔들리며 놓치고 있었던 나 자신의 호흡을 되찾고 싶었다. 삶을 다시 나의 속도로 돌려놓고 싶은 마음이 문장을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다그치기보다 다정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1화보이지 않는 시간의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