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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에 대하여

by 조희

모서리에 대하여


조희



너를 버리고 골목을 빠져나오자

모서리가 보였다

모서리는 의자에 앉은 흰 눈이 녹는 시간 겨울을 견디는 자작나무

내 몸을 뚫고 피어날지 모르는 찔레꽃


똑바로 보지 말아요 눈이 마주치면 눈을 감는 버릇이 있어요

나는 습지에 있었고 장마가 시작된 날이었다
빗방울의 손톱들이 흙을 할퀴며 흘러가고

시금치를 데치다가 ‘시’라는 글자를 빼보아도 시금치는 시금치였고

그날 김치찌개 속에도 각이 숨어 있는 두부가 보글거렸죠

눈물을 닦는 사람의 벽과 벽이 만나면 모서리가 태어나죠

모서리를 더 채집하면 더욱 완전한 벽
네 개의 모서리로 벽에 문을 만드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모래알 같은 모호함 속에서 빗방울의 문장을 이해한다면

숲의 모서리 같은 돌부리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요

숲은 돌부리를 견디며 울창한 숲이 되었을 거예요

모서리 뒷면을 한 입 베어물면

고백하지 못한 나뭇잎의 입술이 반짝이겠죠
검정에서 튀어오르는 빛

내일이 있다는 것은 모서리를 밟고 지나가는 것

두려워하지 마세요
모서리 끝에서는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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