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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새

by 조희

발 없는 새


조희



국적 없는 밤 파도가 유령처럼 흔들린다 돛이 만개할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배는 코르사코프에 도착하지 않고 안개가 만개한다 습기를 빻고 빻아도 짙어지기만 하는 안개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걸까 동면에 들어가는 뱀처럼 더이상 흐느적거리지 않는 손과 발 안개속을 걸어가는 발없는 새가 보인다


안개는 추위를 잠식한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슬픔에 잠겨 바다에 빠진 감정 외로움이 눈동자를 찌른다 습기는 발 없는 새를 덮으며 안개로 피어오른다


며칠을 굶었을까 여전히 배는 도착하지 않는다 안개 속에서 서성거리며 어제 죽은 나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발 없는 새가 물 위를 걷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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