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희
식탁 위에 모래 한 알 올려놓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신발 속에서 나를 찔러댔던 모래
모래바람을 건너와
웅크리고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얼굴을 가까이 대자
모래가 반짝였다
빛은 여러 갈래의 길을 해산했다
눈을 감아도 환했다
태초부터 진통과 빛이 하나인 듯
사실처럼 눈이 부셨다
제 무게를 쪼갤 줄 아는 바위
제 속에서 키워낸 작은 씨앗
가장 오래도록 존재할 우주
모래의 마음을 열지 않아도
모래의 마음을 알 것 같고
모래가 모래를 부를 때
모래 속에서 헤엄을 치듯
모래의 여자가 쏟아진다
<용인문학 40호, 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