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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l 23. 2024

머리말-꽃 사진을 보내다.

나를,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것으로 대신하다.

 나는 꽃이 좋다. 왜 좋은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엄마랑 떨어져 산 20대부터였다. 서울에 있는 내가 전화로 마음을 전하면, 부산에 있는 엄마가 답했다. 딸이 마음의 동요가 있을 때면, 말보다 키우는 화분의 꽃이나 길 가다 피어있는 꽃을 찍어 보내주셨다. 그게 딸을 위로하고,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었음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나 역시 엄마 생각이 나면, 아름다운 꽃을 만나면, 꽃 사진을 찍어 꼭 보내드린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 그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 나를,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것으로 대신한 것이다.

 10대엔 아름다움만 쫓아 예쁜 사진이 좋은 것인 줄 알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난 후 그 의미를 덧칠하느라 바빴다. 20대엔 나만의 색깔을 찾고자 애썼다. 카메라가 도구가 되어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 지 몰하며, 여기저기를 방황하고, 암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내 세상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안 시간이었다. 그래서 흑백사진을 찍었나 보다. 사춘기의 온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자아가 세상을 흑백으로만 바라보고, 그 프레임에 나를 가뒀다. 그래서 한계가 왔나 보다. 나는 나의 이야기만 할 줄 알았지, 타인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했다. 20대 중후반부터 30대는 사진이 아닌 세상에 나를 담갔다. 그리고 흑백이 아닌 다양한 색깔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지 않았으나 사진을 외면하고 싶었으나 외면이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고,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때 세상과 소통의 창은 아이와 남편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나'라는 자아의 중심이에서 '엄마', '아내'로 확장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에서 많은 갈등과 존재의 이유를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한 발짝 내디 나는 학교라는 사회로 '나'를 확장시켰다. 그곳에서 '선생님'이라는 사람으로 불리며 '타인'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든 찍지 않든 나는 여물어갔다. 그리고 이제 '나와 당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보편적인 삶에서 '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나가고 소통하고 싶다.

 '지은이가 지은 책'은 학생들이 지어 준 책 이름이다. 글을 써서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며, 나의 꿈이 생겼다고 이야기했을 때, 아이들은 나의 이름을 가지고 그러면 '지은이가 지은 책이네요.'라고 이야기하며 나를 응원했다. 필명이 있으면서도 나의 본명을 제목으로 삼은 것은 내가 세상에 나와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겠다는 굳게 먹은 마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농담 삼아 이야기한 그 책이 세상에 나오면 아이들 반응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 그럼 이제 나와, 학생들과, 당신과의 약속을 지켜볼까 싶다. 나의 사진과 글들이 엄마가 딸에게 보내 준 꽃사진과 같이 위로가 되는 사진과 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진으로든 말린 꽃으로든 영원히 간직하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당신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아 오늘 꽃 사진을 정성스럽게 프레임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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