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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l 30. 2024

광주

2024년 7월, 5월의 광주

7월의 광주

7월 광주 시계탑, 분수대 광장, 전일빌딩245 옆(24.07.28)
7월 광주 전남여고 앞(24.07.28)
7월 광주의 하늘, 그리고 꽃(24.07.28)


5월의 광주

한잔의 커피와 옛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24.05.01)
전일빌딩245 탄흔, 그리고 초록과 붉은 빛으로 솟아나는 나무(24.05.01)
5월 광주, 꽃은 여전히 핀다.(24.05.01)


 나는 아는 것이 적은 사람이다. 특히 역사나 정치, 사회 이야기는 남들 앞에서 말하기가 꺼려진다. 그 분야는 관심도 없고, 무지한 사람이라 나의 무지가 드러날까 봐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놓였다. 슬픔, 분노, 속상함, 안타까움, 절망감, 좌절감 등과 같은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읽는 내내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전진하듯 풀어나가는 작가의 필력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울고만 있었다. 예상되는 결말 앞에서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내 삶의 갈등과 문제들은 그들의 삶에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삶이 얼마나 평온했는지 깨닫고, 그 평온함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그 평온한 삶이 갑자기 무겁게 여겨졌다.

 소설을 언제 읽었는지 가물할 때, 광주를 처음 갔다. 2024년 5월 1일 소설의 기억이 잊힌 그날 나는 전일빌딩 245 8층 카페에 앉아 전라남도 옛 도청소재지와 분수대 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옛 전라남도 도청을 지나, 분수대, 시계탑을 지나, 신호등 앞에서 전일빌딩 245의 탄흔을 바라보았다. 245개의 탄흔을 눈길로 쫓았다. 그리고 신호등 앞에 서 있는 무덤덤한 나와 평온한 나의 주변을 느끼며, 신호가 바뀌고 자연스럽게 건너 그렇게 전일빌딩 245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읽은 지 오래된 소설을 떠올렸다.


 '내가 바라보는 이곳이 그곳인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따라 부르다 말고 너는 멈춘다. 화려강산, 하고 되뇌어보자 한문 시간에 외웠던 '려' 자가 떠오른다. 이젠 맞게 쓸 자신이 없는, 유난히 획수가 많은 한자다. 꽃이 아름다운 강산이란 걸까, 같이 아름다운 강산이란 걸까? 여름이면 마당가에서 네 키보다 높게 솟아오르는 접시꽃들이 글자 위로 겹쳐진다. 하얀 헝겊 접시 같은 꽃송이들을 툭툭 펼쳐 올리는 길고 곧은 줄기들. 제대로 떠올리고 싶어서 눈을 감는다. 가늘게 눈을 뜨자 도청 앞 은행나무들은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아직 한 방울의 비도 바람 사이로 튕겨져나오지 않았다.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9-10쪽.

 

 7월 다시 광주를 찾았다. 일부러 찾으려고 찾은 건 아니었지만, 처음 왔을 때 광주 땅을 밟고 일렁이던 마음과는 다른 마음이었다. 배움을 위해 찾아온 이곳에서 내가 머무는 2박 3일 동안 하루에도 수십 번의 비를 만났다. 그리고 떠나는 마지막 날 쾌청한 하늘을 3일 치의 짐을 등에 지고 마주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시계탑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제는 잊지 않고, 바로 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기억하고 싶었다.

 7월의 광주도 여전히 꽃은 핀다.


#소년이온다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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