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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Sep 24. 2024

이불 빨래

다 마른 이불 빨래가 날 기다린다.

 서늘한 바람이 기미를 보이자마자 여름 이불 빨래부터 냅다 해버렸다. 뭐가 그리도 급한 건지, 여름은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퇴근 후 가족들이 집으로 모이기 전 먼저 들어 선 이곳에서 다 마른 이불 빨래가 날 기다린다. 그 너머로 보이는 해 질 무렵의 풍경을 살피며 나는 생각한다. 이불처럼 내 가족을 덮어주는 사람이 나라면 , 깨끗하게 세탁되어 한 계절을 마무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 끝자락 나는 나의 모자람을 생각하고, 나의 미성숙함에 상처받았을 가족을 생각하며, 속 쓰린 마음을 움켜쥔다. 해가 자취를 감추고도 나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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