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남의 잘못에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정작 자신이나 같은 편의 잘못에는 너그러운 이중잣대를 의미한다.
가족에게 추석 연휴 기간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단어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고, '피해자 코스프레'하지 말라는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네가 부모에게 받은 것, 자신도 부모에게 겪었으며, 너의 자식과 남편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내로남불이라고 얘기하는 동생의 말, 그리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는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추석이다. 흔히 '풍성한 한가위'라고 말하는데, 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추석 저녁 시댁 식구들이 저녁 먹으러 나간다는데, 그런 남편을 붙들고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남편은 동생의 맥락에서 내로남불과 피해자 코스프레가 왜 나왔는지를 설명해 주며, 내 맥락에서 내 마음이 어땠을지 다독였다.
다 하지 못한 말 :
너의 맥락에서 가족은 지켜야 하는 것이고 하나로 연결해서 챙겨야 하는 것이겠지.
나의 맥락에서 가족은 회피의 대상이었고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 것, 그래서 해체되는 게 나는 더 낫다고 생각했어. 그게 방관이었다며, 가족을 위해서 한 게 없다는 네 생각에 나는 동의하기 힘들어.
똑같은 환경에서 너만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너의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아. 하지만 각자 받아들이는 것과 그 상처의 깊이는 네가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말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
방관했다가 엄마가 아프고 나니 위하는 척이냐는 말에, 네가 본 게 다가 아니라고, 엄마가 아팠기에 더 챙기게 되는 것이라는 말을 나는 말하지 못하고 시댁으로 왔어. 그리고 내로남불, 피해자 코스프레를 되새기며 나는 답답해했어. 왜 답답하냐면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그런 내 마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주지도 못할 거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야.
기질은 타고나는 것. 자식을 낳아 키우며 더 절실히 인정하고 깨달았다. 내가 왜 그런지, 내 아빠가 왜 그런지 이해하고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를 다듬어 나갔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남동생 말대로 '내로남불'로 살았다. 끊임없이 자각하고자 노력하면서도, 자책하기도 했다. 내 입에서 '미친년'이라는 말이 나오며 울부짖을 때, 내 자식이 괜찮다며, 다독이며
"엄마, 미친년이라도 괜찮아요."라고 나를 위로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화를 다룰 수 없다며 남편에게 폭주할 때면 남편은 그렇지 않다며, 노력하고 변하고 있다며 다독이곤 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은 남동생 말처럼 결과적으로 '내로남불'이다. 그래서 구름 속 밝은 달보다, 흐린 구름이 내 눈에 더 들어오고, 내 눈을 흐리게 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슬픈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