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가족은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내 어린 기억에 설악산을 간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이지 아닌가 싶다. 흔들바위에서 할머니랑 사진 찍은 기억과 바위를 밀어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런 산을 아이들이랑 다시 오게 되어 나의 마음이 일렁였다. 새롭기도 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도 생각나고, 어린 시절 나도 생각이 났다.
케이블 카를 타고 오르고 내려갈 때까지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한 손에 기념품 인형도 하나씩 안고 나선 길이라 더 신이 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걸어서 흔들바위까지 갔다. 그 가는 길에 딸은 언제까지 가야 하냐고 해서 저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를 가리키며 저 근처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들은 딸은 울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는 왜 나를 고생만 시켜요."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다 추억이 될 거야. 우리 펭귄이 오늘 흑역사 하나 만들었네 울고 있는 사진 찍어야겠다."
"어차피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왜 올라가요. 왜 고생해야 해요?"
"그럼 왜 고생스럽게 수학 문제를 풀고, 고생스럽게 왜 학교를 다니지, 펭귄아, 시간이 지나면 그 고생스러움이 여전히 어려움으로 남아있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싫어요."
"조금만 더 가자. 흔들바위 앞에 가보자."
삐져서 사진을 찍지 안을려고 돌아선 펭귄들, 아이들의 짐을 짊어진 아빠 펭귄
그렇게 딸 펭귄을 달래며 흔들바위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도 딸 펭귄은 마음이 풀리지 않아 부은 눈으로 혼자 저만치 걸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설악산을 내려와 숙소가 있는 속초로 이동했다. 시장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좀 쉬고 난 뒤 아이들과 산책하러 나왔다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가족을 봤다. 아이들이 타고 싶다고 말해서 우리는 계획에도 없던 4인용 자전거를 탔다. 계획은 경포대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내리는 것이었는데, 앞에 가는 자전거 팀을 따라가다 보니 길을 잃어 자전거 도로와 일반 차 도로가 있는 곳을 쭉 나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농담으로
"우리 서울까지 가는 거 아니에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 가고 가다 보니 정말 이정표가 서울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는 어이없고, 정말 서울로 가는 것이냐며 4명이 빵 터져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넷이서 의논한 끝에 앞에 자전거 팀도 우왕좌왕하는 것 같으니 다시 돌아가자고 이야기가 되어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인 경포대 호수 공원 입구를 찾아 돌기 시작했다.
산행의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4인 자전거를 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심적 시간이 길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하하 호호 거리며 즐거워했다. 예상치 못한 서울로 갈 뻔한 일과 자전거를 함께 운전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신이 났던 모양이다. 자전거 탄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웃는 펭귄 가족은 그날 밤 아주 꿀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