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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기록 5. 딸

나는 이렇게 애쓰며, 내 딸을 사랑한다.

by 나무

나는 내 딸을 사랑하지 못했다.

울며 기도한 날도, 남편을 붙들며 어떻게 자신이 낳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자 노력하며 좌절해야 하냐며 울분을 토한 날도, 그녀가 내 품에 안겨 자는 날도, 그녀가 흥에 겨워 엉덩이를 덩실덩실거리는 날도 나는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다. 어떤 날은 딸이 미웠다. 나의 밑바닥을 내보이게 하는 존재 같았다. 어떤 날은 다 포기하고 사라 지고 싶었다.


"딸과 아들이 있어요. 딸에게는 엄하고, 사랑을 표현하기보다는 통제와 질책을 많이 해요. 사랑을 표현하는데 노력을 해야 해요. 반면, 아들에게 대하는 건 달라요. 아들은 그냥 사랑해요. 노력하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워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아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요."

"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그렇진 않아요. 다만 온전하게 사랑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어요. 딸이 둘째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않았을까요."

"사랑의 형태와 사랑을 하는 방식이 어떻게 한 가지만 있겠어요. 사랑의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그게 사랑이 아닌 건 아니죠. 선생님이 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죠."


그녀가 태어나고 나는 '엄마'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이 어려웠다. 아이를 낳으면 모성애가 생겨 사랑이 넘칠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달리 나는 달라진 내가 보였다. 마치 짐승 한 마리가 젖을 물리는 것처럼 나라는 존재는 흐릿했다. 모든 시간이 그녀에게 맞춰진 시간이었다. 밥을 먹는 이유, 밥을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나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말은 그녀의 온 세상이 나라는 것이다.

처음 느끼는 감정, 생각, 경험이 나는 낯설고, 힘들고 우울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처음을 받아들이는 일에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며 힘들어했다. 내가 예측할 수 없으며 통제할 수 없는 일 그건 두렵고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환경에 노출이 되면 몸이 반응한다. 호흡이 헐떡거리는, 알 수 없는 두통과 숨쉬기 어려운 몸이 작게 내 마음을 두들긴다.


'힘들구나. 생각을 멈춰. 여기서 벗어나.'




딸과의 갈등을 이야기했을 때 상담 선생님은 내게 웃으며 말했다. 딸의 반응과 생각이 아주 건강하다고, 딸이 엄마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자기 생각과 표현에서 자유롭다고. 오히려 엄마인 내가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그러나 아마도 딸의 그런 모습은 엄마에게 나왔을 것이라며,


"원래 선생님은 자유롭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닐까요? 지금껏 상담을 통해서 본 선생님은 타인과 다르게 심미적 감수성을 가졌고, 상상력도 풍부해요. 가진 재능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죠."


나는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받은 부정적인 평가와 내가 하는 것마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되겠냐며, 자기 불신과 불안을 잠재우기를 요구하며 결과를 보여주길 원했다. 그래서 나는 타인이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걸 믿지 못했다. 그냥 빈말이라고 생각했다.


"전 그 말을 믿을 수 없어요."

"믿지 않는 건 선생님이 선택한 거죠. 상대방은 자기 생각을 전달했고, 받아들이는 건 자신이죠."


그랬다. 나는 기를 쓰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기를 쓰고 안 좋은 것만 보려고 했다. 내가 싫어했던 가족의 모습이 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 딸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기 원하지 않는다. 나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나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를 믿기로 했다. 그래야만 나는 딸과 같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딸을 덜 통제하고자 애쓰기로 했다. 나의 통제와 불안에서 내 딸이 벗어나길 원한다. 나와 달리 자유로운 영혼을 간직한 채 살기를 원한다. 나는 이렇게 애쓰며, 내 딸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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