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숙 Dec 15. 2023

이 아침에

탄생

겨울날씨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이다. 밤늦도록 티빙을 통해 드라마를 보았다. TV를 없애고 드라마를 안 본 지가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새삼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되었다. 유난히 많은 생각들로 복잡한 머리를 쉬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찾게 된 것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기 위해 보았었는데 요즘은 다른 생각을 하며 보게 된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까?' 손에서 놓고 싶지 않게 만드는 재미있는 이야기 그런 글을 쓴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한동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그 이야기에 푹 빠져 나도 저런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새삼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에 푹 빠지게 되면서 다시 또 그런 재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아들은 동화를 써보라고 오래전부터 권유를 해왔었는데 정작 나는 나의 일이 아니라고 여겼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제 내 마음에 드는 생각은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니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나온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시작을 하면 생각에만 그치는 것보다 조금은 앞으로 나아간 것이니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얼마간 생각을 멈추고 싶다는 마음에 찾게 된 것이 드라마를 보는 것을 택했던 나는 오히려 더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와중에 언니가 손자를 보게 되었다. 감동의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 손주가 보고 싶어 동영상을 끼고 산다고 한다. 탄생이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아이들을 낳아 키울 때는 멋모르고 키웠는데 새삼 손자를 보니 어찌나 기쁜지 눈물이 자꾸 난다고 한다. 탄생이란 정말 경이롭다. 그리고 아름다운 일이다. 축복 속에 태어난 아이 덕분에 나도 할머니가 되었다. 


나의 글이 책으로 나왔을 때 난 두려움과 기대에 부풀었었다. 두려웠던 이유는 나의 글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말 많이 떨렸다. 너무도 다행인 것은 허접할 줄 알았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는 말을 아들에게서 들었을 때 정말 많이 기뻤다. 그제야 글을 쓰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용기를 얻었다. 많은 시간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나의 이야기와 생각을 글로 적어 내려가면서 많이 울기도 하고 더 이상 쓰지 못할 것 같아 밤새 고민에 고민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두려움이 너무 컸기에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를 수도 없이 생각했었다. 그렇게 탄생한 나의 책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고 많은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태권도만을 생각했던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일이라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분들도 많았다. 


올 한 해 마무리를 하며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올해는 결실을 맺은 것이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눈에 띄는 결실을 맺은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탄생' 엄마 뱃속에서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고 사람의 형태를 완전히 갖춘 모습이 되었을 때 출산의 고통을 통해 소중한 생명과 만나는 것이다.


무언가 새롭게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한순간 뚝딱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로 하고 그 시간 동안 어떠한 형태로든 모습을 갖추게 되어야 비로소 나타날 수 있게 되리라. 그러기 전에 생각 속에서 먼저 그 모든 것을 만나고 이후 생각이 현실로 드러나게 하는 노력이 필요로 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에만 있던 것이 현실로 세상에 드러나 각자의 결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  


보아왔던 그 수많은 책들이 그렇게 탄생되었고, 많은 이야기가 세상에 있는 이유일 것이다. 아름다운 '탄생' '결실'을 위해 난 또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이 하나의 시작이 되어 내게 또 '탄생'과 '결실'이라는 단어로 만나지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 그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하나의 끈으로 이어 나가고자 한다.

이 좋은 날 이 아침에...



작가의 이전글 작은 마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