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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전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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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Jul 07. 2023

밝혀지는 진실

판타지 [시전 24화]

단상에 오른 준범이 대표로 시스템에게 묻기 전 마른침을 삼켰다. 

그것과의 대화가 처음이었고 이런 날이 올 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를 처치할 때도 떨지 않던 준범이었지만 막상 단상 위에 올라 시스템에게 궁금증을 물을 땐 목소리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준범은 떨리고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애써 숨기려 들숨과 날숨을 크게 가져간 후 헛기침도 몇 차례 하였지만 결국 자기 모습과는 다른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 준범의 물음이 끝나자, 사방에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기계음 속에서 낮고 고른 템포의 중저음이 섞여 있었는데 심장박동보다 조금 빨랐다. 

그 때문일까 기다리던 사람들의 심장도 빨리 뛰기 시작했으며, 모두 긴장하였다. 

잠시 후 기계음이 멈추고 시스템의 소리가 들렸다.

[당신들은 모두 저주받은 영혼입니다.] 

[인간이 죄를 지을 때마다 악의 조건이 적립됩니다.] 

[가령 학교폭력이나 절도 살인 강간 등 수없이 많은 죄목을 죄의 경중에 따라  악의 크기 또한 다르지요. 

여러분이 쌓고 있는 죄의 크기를 우리는 악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는 악의 조건이 충족되어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자 서둘러 다음 질문으로 이어갔으며, 질문을 하는 준범의 모습이 처음과 다르게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평소 자기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는가?] 다시 사방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두 번째 질문이었지만 낯선 기계음엔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가지고 계신 악의 조건을 모두 제거하셔야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퇴마의 탑에는 저주받은 영혼들이 존재합니다. 각층 보스들은 그들을 이용해 새로운 악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그들을 제거하시면 일정 수치의 악의 조건들이 제거됩니다. 그들을 모두 제거하시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악의 조건을 삭감하실 수도 있지만, 오히려 쌓을 수도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그러면 건투를 빕니다.] 

시스템은 두 가지의 질문이 끝난 후 그들이 원했던 실시간 음성 번역기를 주었지만,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말이잖아. 거참 말 복잡하게 하네….] 기태 형님이 침묵을 깨고 먼저 말씀하셨다. 뒤이어 준범이 비웃는 듯한 미소와 빈정거린 말투로 말했다. 

[그러길래 착하게들 살지 뭡니까 다들 하하하!]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준범이 이야기했지만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감성에 졌어있을 겁니까] 두호가 이야기를 건네자 다들 두호를 바라보며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듣고 있는 실시간 번역기에 감탄하였다. 

[오호 ~ 이런 느낌이구나! 좋은데!] 감탄하는 일행들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은 두호 역시 신기한 듯 눈이 커졌다. 

[모두 정비하고 50층 갑시다.] 다시 한번 두호가 말을 걸어 보았지만 준범이 막아서며 두호의 말을 막으며 말을 이었다. 

[잠깐! 서두르지 말고 먼저 작전을 짜고 움직이자] 준범의 제안은 간단했다. 

[우리 중 50층 단독사냥할 수 있으신 분 몇 없잖아요. 중요한 건 드라큘라는 상대를 소환시킨다는 것입니다. 그게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소환당한 사람이 약 한 사람이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바로 죽어요. 

두호나 나를 소환해 주면 무조건 땡큐인데 다른 분들은 단독사냥 힘드니 항상 붙어 다녀야 합니다.] 

[조건은 힐러와 법사가 한 팀으로 움직이시고 격수는 단독 가능하니 각자 움직입니다. 

격수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소환될 때 함께 이동될 수 있도록 1칸 거리에서 움직여 주시고 소환되면 위치 알려주세요. 그러면 다른 분들은 최대한 빨리 소환 위치에 집결하시고 격수자리는 비워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뒤에서 먼저 소환되신 분들에게 힐 넣어주시면서 격수 기다리세요. 다들 아시겠지요?] 




준범일행이 다음 단계인 50층 공략을 논의할 때 이 형사는 과거의 자신과 준범을 생각하고 있었다. 

과거 이 형사와 준범은 같은 학교 단짝이었으며, 소위 말하는 일진이었다.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기도 하고 이유 없이 노려본다는 구실로 구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틀어진 건 어이없게도 준범의 사촌 여동생 때문이었다. 

준범의 집을 자기 집인 양 다니던 어린 시절 이 형사는 우연히 그의 여동생과 마주하게 되었다. 

동생은 준범과는 다르게 바른 아니 지나치리만큼 바른 친구였다. 

여동생과 함께 있으면 이 형사는 마치 자신이 더러운 오물이라도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그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에 그녀의 눈조차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이 형사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설계하기 시작했고 오늘날의 경찰이 된 것이었다. 

준범의 여동생이라던 아이가 보육원 동생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재형이 훌쩍 커버린 다음이었다. 

갑작스러운 이재형의 변화에 준범은 배신감을 느끼며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었다. 

박준범 자신이 이재형에게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탓에 이재형의 배신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멀어졌으며, 이재형은 형사로 준범은 건달이 되어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들의 만남이 다시 이루어진 것은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의 제보 때문이었다.

제보받고 들렸던 곳에서 이미 몽환상태가 되어버린 준범을 보게 된 것이었다. 

이 형사의 기억 속 준범은 리더십이 있었으며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 있었다. 

커다랗고 둥근 눈매는 선해 보이기도 했지만, 겉으로 풍기는 모습과는 다르게 다혈질이었다. 

이 형사가 옛 기억을 끄집어내어 회상하다 말고 갑자기 떠오른 의문이 들었다. 

[왜 이 녀석이지?] 이 형사가 알고 있는 준범은 그다지 바른 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지금까지 몽환상태로 들어간 환자들의 과거 이력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점심 후 찾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거리에 하나둘 자가용이 늘어날 때쯤 이 형사가 몇 가지 새로운 공통점을 찾았다. 

이들은 대부분 범죄자이거나 범법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게 더러는 아직 죄가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이 또한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기에 메모하였다. 

한참을 메모하던 이 형사가 몇 시간 전 벽에 걸어뒀던 포스터에 시선이 꽂혔다. 

순간 화들짝 놀란 이 형사가 포스터 속 여인의 모습과 최 박사에게 받은 몽환병 환자의 인적 사항 속 사진을 번갈아 보며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이마리 32세 살인’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살인이라니 무섭네] 이 형사가 사진 속  여인을 보며 혀를 찼다.


25화 이어보기 : 시전 : 네이버웹소설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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