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母스 14화
# 아들의 입대
어느덧 군복을 입고 생활하는 것이 더 편해질 만큼 군생활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었다.
함께 입대했던 사촌은 운전병이라 4주의 특기교육을 하였지만 폭파물을 다루는 특기인 나는 8주의 교육을 받아야 자대배치를 받을 수 있었다.
먼저 자재배치를 받기 위해 사촌이 떠난 후 2주일이 더 흘렀을 때였다.
초가을이었지만 가을이라고 하기엔 미안할 만큼 따뜻한 오후였다.
동기들과 모여 족구를 하고 있었는데, 중대장님의 호출에 행정실을 찾은 나에게 중대장님이 면회가 왔다는 뜻박의 소식을 전해주셨다.
누구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한걸음에 면회장까지 달려갔다.
멀리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사촌여동생과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내가 시아에 들어왔다.
내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먼저 알아본 것은 여동생이었는데 손을 들어 자신이 왔음을 알림과 동시에 함께 온 가족에게 내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옮기며 이야기하고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면회장에 들어서자 어머니가 먼저 뛰어나와 나를 반겨주셨다.
동생이 나의 위치를 알려주었을 때부터 이미 눈물을 보이고 계셨는데 여직 눈물이 마르지 않으셨는지 연신 눈물을 훔치시며 와락 안아주었다.
아무 말 없이 안고만 계셨지만 이미 우리는 교감하고 있었다.
가족이라는 것이 함께 있을 땐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막상 가족과 떨어져 군인신분으로 가족을 대하니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나의 마음가짐도 그랬지만 나를 대하는 식구들의 태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퉁명스럽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던 동생이 이제는 제법 상냥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군인이라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는 군인들은 단절된 시간만큼 성장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은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성장을 한다.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독립된 생활을 오랜 기간 했던 나였기에 그곳의 생활들을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도 아니었지만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주체하기 힘들 만큼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동안 낫선사 내의 시선을 의식해서인가 신경이 자꾸만 그리로 향했다.
나의 시선을 알아차린 사촌 여동생이 사내를 불러들이더니 인사를 시켰다.
[인사해 우리 오빠야] [처음 뵙겠습니다. A라고 합니다.] [예 어서 오세요 그런데 누구....?]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재빨리 사촌여동생이 말을 이었다.
[내 남자 친구이야 하하하] [어~ 그래 반가워요] [오빠 잘 봐둬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하하]
사실 이런 식의 소개는 처음 있는 일이라 나 역시 당황하긴 했지만 동생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쿨한 척 그리고 어른스러운 척 반응했지만 속으론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농담 삼아 이런대 올 때는 빈손으로 오는 건 실래라며 핀잔을 주었는데 사촌여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소설책 한 권을 내밀었다.
[쥬라기공원 1? 공룡 이야기냐? 공룡그림이 있네...] [몰라오빠 그냥 신간이라고 하길래 구입했는데 나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 그리고 나 책 읽는 거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하하하] [야 읽지도 않을 책을 뭐 하러 사냐?] [오빠 주려고 하하하] [아이고 고마워라 그래 잘 읽을깨 그런데 1편만 있는 거냐?] [몰라 나도 몰라요 ~]
거뭇거뭇한 초록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쥬라기공원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중간에서 좌측으로 티라노사우르스의 머리 모양을 마치 그림자처럼 그려 넣은 표지였다.
첫 장부터 몰입감을 주더니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었는데 2편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아뭇튼 오래간만에 만난 가족과 그간의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너무나도 많은 변화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어머니가 부산 큰아버지가 계시는 곳으로 이사 가셨고 아버지와 합가를 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동생은 사촌 여동생과 둘이 액세서리 가계를 차렸다며 자랑하였지만, 그보다 놀라운 소식은 아버지와 N이 결별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아버지가 그런 결단을 왜 내리게 되었는지 말해주지 않았고 다만 추축 할 따름이었다.
몇 달 후 휴가를 받아 이사 간 집으로 방문하기 전까지 나는 아버지의 결단이 가정을 지키기 위한 가장으로서의 대승적 결단이었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곳에서의 참상을 보는 순간 내가 바보였음을 알았다.
면회 오신 어머니의 모습은 내가 알던 예전의 어머니모습 그대로였다.
양쪽 볼과 코 끝은 여전히 빨간 홍조를 띠고 있었고 무엇보다 입가의 미소와 웃느라고 평소보다 더 축 처진 눈이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아들의 엉덩이를 때리셨지만 싫지 않았다.
무한증에 걸려 거칠어진 양쪽손으로 아들의 양 볼을 만져 주셨지만 어머니의 손길은 여전히 따스했으며 당신의 사랑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어머니의 손과 발에는 땀이 나오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무한증 같다고 하셨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똥 묻은 빨래를 겨우내 하신 탓에 마치 훈장처럼 생겨버린 손과 발의 동상이 또 그로 인해 생겨버린 무한증에 어머니는 몹시 힘들어하셨다.
하루는 글리세린을 마치 핸드크림처럼 바르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호들갑 떨며 [엄마 그거 기름 아니야? 기름을 왜 손에다 발라?] 하며 물었고 나중에야 글리세린이 화장품 재료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마 손 이리 줘봐] 아들이 잡아주는 손길이 나쁘지 않으셨는지 당신의 손을 내어주시며 [왜?] 당인의 갈라진 손이 오늘은 부끄럽지 않으신지 평소와 달리 망설임 없이 손을 내어주셨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어머니의 손을 잡지 않았다.
아니 떠오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고 아버지만 남아 계시지만 당시 어머니에게 하지 못했던 맞잡은 손길을 아버지에게 해야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소한 것들을 자주 잊고 지낸다.
그리고 사소하다는 말은 무의미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기억은 어느 것 하나 사소한 것이 없지만 굿이 의미 없는 기억을 꼽으라면 글리세린을 발랐다는 것이었다.
[엄마! 요즘도 글리세린 발라요?] 아들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놀란 어머니가 맡겼던 당신의 양손을 재빨리 되돌려 주머니 속으로 감췄다.
[엄마! 부끄러워할 일은 아닌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나중에 울 엄마 핸드크림 사주려고]
[그랬어? 그런데 엄마는 그런 거 필요 없어 너 맛있는 거 사 먹어] [왜? 기름 바르는 것보다는 훨씬 좋아 보이겠는데...] 듣고 있던 동생이 끼어들며 어머니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오빠! 엄마는 핸드크림으로 안돼 설마 내가 한 번도 안 사드렸겠냐!] [그런데 왜? 안 써?]
이미 어머니의 손에서 미끌거리는 것이 글리세린이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내가 몇 번 사줘 봤는데 건조해져서 안 좋데...] [건조하니까 발라야 하는 거 아냐?] [엄마는 땀이 안 나서 갈라지는 병(무한증)이라 치료가 안 된데 그래서 손을 촉촉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크림으로는 촉촉함이 오래가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동생이 구체적인 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아 충분히 알아보고 결정했으니 더는 왈가왈부 하지 말라며 이야기하는 듯했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간 동생은 정신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음을 조금 전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좋아 보였고 잠깐이지만 우리는 행복했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려 우리 가족이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듯 기뻤고 군생활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서는 어머니와 동생의 모습도 그리 나빠 보이진 않았다.
내가 첫 휴가 때 이사 간 집에 도착하기 전 까지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