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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母스

by 서기선

그날, 당신은
코스모스를 끝내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지요.
가을이 오면 꼭 데려다드릴게요
했던 약속은
이듬해, 혼자 오르던 제사 길에서
허공으로 흩어졌습니다.


길가에,
언제나 그 자리에 피어 있던 그 꽃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다 하시던

당신처럼 부끄럼이 많아
양볼에 피어난 홍조처럼 붉게 물든 꽃이
제 발길을 멈춰 세웠습니다.


어머니,

당신 없는 가을은 생각보다 조용하네요.
햇살도 이젠 덜 따뜻하고
바람은 어쩐지 더 말을 아끼고
꽃잎은
지키지 못할 약속처럼 흔들려요.


당신을 잃고 울음을 삼키며 서 있던 그때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코스모스가 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지요

“잘 왔다고”
“외롭지 않게 잘 지내니 걱정 말라고”
그런 소리를
꽃을 빌어 내게 건네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알겠습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마지막 안부가
가을마다 피어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인사였다는 걸


당신이 다 피우지 못한 계절을
이젠 내가 기억하려 합니다.


오늘도 당신은 피어 있겠지요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던 엄마처럼

이 계절에 다시 피는
코스母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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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