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버지의 손은 여전히 크다.
한때는 세상을 움켜쥐던 손이
이제는 세상 대신 지팡이를 쥐고 있다.
무심히 어깨를 '툭' 치던 손이
이제는 무릎 위를 떠나지 못한다.
“별일 없냐? 어디 아픈 데는 없고?”
한마디 툭 던지고는,
괜히 목을 한 번 가다듬는 사람.
어릴 때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표현은 여전히 서툴다.
“예, 별일 없어요. 아버지는요?”
나도 짧게 대답하지만
그 속에 다 담겨 있다.
나 걱정하지 말라는 뜻,
아버지한테도 좋은 날만 있길 바라는 마음.
그런데 아버지,
언젠가부터 손가락이 얇아졌네요.
말수도 줄었고,
누워 계시는 시간만 늘었어요.
모른 척했지만, 실은 다 보고 있었어요.
괜히 머쓱해 웃었고,
담배 너무 많이 피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식사 잘 챙겨 드시고 운동도 하라고 꾸중도 했지만,
왜 그랬는지 아시잖아요.
아버지,
이제는 쉬어가도 돼요.
나는 이제 넘어져도 혼자 일어날 수 있고,
비 오는 날도 우산을 챙길 줄 알아요.
그것보다, 나도 애가 셋인데...
막내가 대학생이라고요.
그러니까 이제는
제 차례예요.
아버지가 나를 챙겼던 시간만큼,
나도 아버지를 챙기고 싶어요.
뭐, 이런 말...
좀 어색하긴 한데,
알죠?
그거요.
사랑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