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by 서기선

꿈은


어두운 시루 속에서 자라는 콩나물 같다


수없이 많은 날들이
기억의 물기를 머금은 채


몸을 불린다


어떤 꿈은 이미
껍질이 갈라져
희미한 싹을 밀어 올리고


어떤 것은 아직
단단한 침묵 속에서
몸을 풀지 못한 채 있다


당신과 함께 했던 날들도
그 안 어딘가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채


언젠가


그 껍질이
아무 소리 없이 갈라지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얼굴이


그 틈으로
잠깐 스며나오기를


그래서 매일 밤 기다린다


아직 터지지 않은


그 하나를


어머님이 아니라


엄마로 이어질


하나를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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