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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여나 Dec 24. 2023

기다림이란, 기대가 되고

MZ세대 팀장의 고민



담당 팀원은 자신이 맡은 실무를 잘하는 게 역량이고,

팀장은 팀원이 일을 잘하게 하는 게 역량이라는 생각.


팀원이 일을 잘하기까지는 '인내'가 필요하고,

팀원의 일에는 팀원의 책임도 있지만, 팀장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


분명한 건, 끝까지 남을 탓하는 사람은 자기 발전이 없다는 생각......


그렇게 팀장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는 나날이지만

팀원에 대한 기약 없는 '기다림'은 '기대'가 되어가고


성장하지 않고 책임감을 잃어가는 팀원에게 실망하게 되면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


고민이 늘어가는데...






회사에서 갖추고 있는 인재양성계획과 훈련체계에도 직원들은 저마다 다른 성장과 성과를 보인다.

당연하겠지.


그럼에도 1년 차보다는 2년 차가 잘해야지,

2년 차보다는 3년 차가 잘해야지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실제로 같은 팀원 중에서도,

연차가 높은 직원이 회사의 인정받을 수 있게 서포트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쓴다.

슈퍼비전 시간도, 함께 고민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그렇게 팀원이 일을 잘하도록 돕고 함께 책임을 져가는 과정에서

팀원의 책임감이 점차 사라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나는 나의 일을 하는데, 너는 왜 너의 일을 하지 않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개인적인 성향으로 봐야 하나, 구조적인 오류로 봐야 하나 참... 쉽지 않다.


...



연차가 가장 높은 팀원이 있다. 중간에 팀을 한번 옮겼다.

옮기자마자 이 팀에 대해 평가하는 걸 들었다.

'이전 팀에서는 다 같이 도와줬는데, 이 팀은 각자 자기 일만 하고 도와주질 않네.'라는 평가였다.


이전 팀은 유독 담당 업무를 팀의 과업으로 삼고 함께 하는 분위기였고,

지금 팀은 담당 개인의 업무가 뚜렷해서 협조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함께 하는 업무는 없다.


업무의 차이였을까? 팀장의 성향이었을까?

물론 둘 다 해당되겠지만, 그 평가가 썩 좋게 느껴지진 않았다.

왠지 자신의 일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그 팀원은 팀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했다.


나는 그 팀원보다 이 팀에 늦게 왔다.

알고 있었다. 이 팀의 성향과 평가를.


물론 나는 철저히 담당자의 업무 책임을 우선했다.

필요할 경우 팀장인 나에게 소통한 후, 나를 통해 팀원에게 협조요청이 내려갔다.

그렇게 그 팀원의 업무효율과 성과는 올라갔고, 안정되어 가는 듯했다.

어느덧 대리로 승진도 하고, TF팀의 팀장 역할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앞으로 나서면서 드러났다.

 TF팀을 이끌어가는 회의에서,

직원의 업무를 나누고 총괄하는 담당 행사에서,

타 팀원에게 필요한 자료를 수합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실수와 오류가 발생하고 그걸 대처해내가는 과정에서,

자신 위에 있는 상사의 슈퍼비전과 책임을 기대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물론 필요하고 합당할 수 있지만, 순서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우선적으로! 자신의 오류와 개선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슈퍼비전이 필요한 부분을 명확하게 요청하고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을 더 살피고 챙겨주지 못한 상사의 잘못과 책임을 듣고 싶어 하는 팀원의 모습을 보면서... 하아... 깊은 한숨부터 나왔다.






팀장으로서, 팀장으로 주어진 일을 한다.

팀원의 일을 이끌고 함께 책임을 진다.

그 과정에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역할 고민하고,

잘하지 못한 역할을 고백하고, 잘못에 사과를 하기도 한다.

'내가 더 잘 살폈더라면, 내가 더 챙겼더라면, 내가 더 잘했더라면'이라는 생각으로, 개선하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함께 평가를 한다.


그냥 나도 나의 일을 하는 건데 말이지...


회사에서 팀장에게 기대하는 이 역할이,

팀장에게 많은 책임과 부담을 지우는 이 구조가,

'책임감 없는' 팀원을 만들기도 하더라.


인내하며 기다림으로 품은 기대가 물거품이 될 때,

결국 또 그 안에서 나의 실수와 잘못을 돌이켜볼 때,

지쳐간다.


담당자로서의 책임과 팀장으로서의 역할에서 선을 잘 지켜가는 것,

개인적인 성향과 구조적인 현실 안에서 나를 지켜가는 것,

쉽지 않다.


앞선 생각들이 무너지기도, 다시 쌓여가기도 하면서

저마다 다른 팀원들과 공생하기 위한 고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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