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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여나 Dec 29. 2023

보고하는 일, 수용의 정도

MZ세대 팀장의 일


팀장이 되고 나서,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바로, '보고'다.

(너무나도 피하고 싶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철저하게 일원화된 보고를 원한다.

팀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과장에게, 과장은 부장에게, 부장은 최고관리자에게.


만약 그 사이를 건너뛰고 팀장이 바로 최고관리자를 찾아가서

합의되지 않은 의견을 보고하고 허가를 받는다?

'도전'이라 여긴다. 하하.


심지어 직속 상사의 슈퍼비전이 납득이 안되어 더 높은 관리자를 찾아가 허가를 구한다?

'전쟁'이다.


앞서 '보고'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토록 상사가 원하는 '보고'를 이해해 보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보고의 기능을 이해한다.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보고'는 고도의 심리전이 필요하고,

보이지 않지만 승패가 나눠지는 게임과도 같다.

그 과정에서 두통이 온다.(ㅋㅋㅋㅋㅋㅋㅋ)






보고를 할 수 있는 가장 쉬는 시간은 매주 진행되는 중간관리자 회의다.

왜냐?! 벌써 보고를 받을 자세와 마음이 준비된 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보고의 수준은 정해져 있다.

사전에 어느 정도 보고된 내용 정도의 수준,

상호 이견없이 합의 가능한 주제 정도의 수준,

논쟁이 일어나지 않는 불편함이 없는 주제 정도의 수준이어야 한다.


결국 불가피하게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별도 보고를 하게 된다.

전체 업무 스케줄 중에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보고를 위한 시간을 정해 놓고 루틴화시키려고 한다.


이때, 보고를 위해서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바로 팀원들에게 선보고를 받는 일이다.

팀원들에게 동일한 의미로 보고를 제안하고,

'소통'과 '슈퍼비전'이라는 명목으로 훈련을 한다.


그렇게 보고를 받으면서 팀장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즉각 조정하고,

회사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준비된 보고자료들을 갖고 상사에게 간다.

보고도 준비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사의 스케줄을 잘 보며, 눈치를 잘 보며, 들이밀어야 한다.

여러 번의 타이밍을 놓치고서야 보고를 하러 들어가면,

팀원의 입장을, 팀장의 입장을 오해 없이 잘 전달하고자 운을  띄운다.


단순 진행보고는 비교적 편안하게 하되,

회사의 합의나 업무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상사가 납득할 수 있는 부분까지 충분히 설명하고자 한다.


보고를 하다 보면, 흔히 얘기하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을 몸소 느낀다...


맘 같아서야 '결국 같은 메시지인데 왜곡 없이 똑같이 받아들여줄 순 없나?' 싶지만,

상사에 따라서는 받아들이는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왜곡되기도 한다.


분명한 건,

상사에게 업무에 직결된 보고든

업무를 살짝 벗어난 인사나 조직운영에 대한 보고든,

팀원이나 팀장으로서의 고충에 대한 보고든...

그 내용이 팀원의 일이든, 팀장으로서의 의견이든!

그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안 좋은 보고는, '하소연'을 하는 이야기들이다.

어려운 점을 공유하고, 지지받고 싶은 마음에 했는가?

천만에... 하하!


상사도 일로서 보고를 듣기 때문에,

보고를 듣고 나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사고가 발동된다.

개선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고, 슈퍼비전하고자 한다.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뜻하지 않은 일들이 생겨난다.

가만히 있어서 해결되는 일이 얼마나 있겠나?

혹 때러 왔다가 혹을 붙이는 격이다. 하하.


...


반대로 상사에게 보고한 이후 슈퍼비전을 받았다면?

팀원에게 전달하는 과정도 보고하는 일만큼이나 에너지 투입의 비중이 크다.

(중간에서 고생이 많다...)


지금껏 만난 상사 중에 슈퍼비전을 통해 전달하는 내용의 맥락과 의미를 친절히 설명해 준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상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여겨지는 일을 지시한 것일 테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상사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스무고개' 시작이다.


상사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앵무새'가 된다.

상사가 한 얘기를 그대로~ 팀원에게 전달한다.

묻고 따지지 않고 따라와 주는 팀원은 고마운 거고,

납득을 시켜달라 들이대는 팀원이 있다면?

무지성으로 시키니까 하라고 지시하거나,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해서 전달한다.


옆 팀에서 한 팀원이 팀장에게

'차라리 녹음을 해서 들려주세요'라고 했다는 끔찍한 이야기도 들었다... 하하.


팀원에게 선보고를 받고,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슈퍼비전을 다시 팀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한두 번 거치다 보면 잘못된 오해가 쌓일 수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도 있게 된다.


그렇게 한 두 번만으로도 신뢰가 깨질 수 있다.

더 이상 그 팀장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옆 팀에서는 중간관리자 회의에서 오고 간 내용으로 팀 회의를 할 때 팀장이 하는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타 부서 팀원에게 다시 확인하는 팀원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한 보고를 상사에게 어떻게 보고했는지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상사 보고를 직접 하고 싶다는 팀원이 나타났다.






팀원에게 선보고를 받고,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상사의 슈퍼비전을 팀원에게 전하는

'보고'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팀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뜻하는 메시지를 오해 없이 정확히 전달하는 것,

그 메시지가 수용 가능하도록 언어를 변환하는 것,

회사의 가치와 상사의 관점을 이해함으로써 드러나지 않는 맥락을 유추하는 것과 그 안에서 정합성을 갖는 것.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팀장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결투장 위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고도한 두뇌전와 심리전을 펼쳐야 하는 현실...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하하

일단 강한 멘탈부터 챙겨보자.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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