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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Apr 06. 2023

10km를 달리는 법

달리기와는 거리가 먼 나의 첫 10KM 달리기

'마라톤'이라 함은 42.195KM를 칭하는 단어이지만, 요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경우 여러 코스들이 있다. 대회마다 다양한데, 주로 10KM, HALF(21.0925KM), FULL(42.195KM) COURSE 등이 있으며 가끔 5KM 코스도 있는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 생각해 보니 10KM를 처음 달린 것은, 달려본 적 없을 때의 이야기였다.


대학생 시절 친했던 3인 (나 포함 셋) 이서 마라톤 대회라는 것을 같이 참가해 보자는 말을 했었다. 당연하겠지만, 달리기 또는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건장한 20대 중반이었으니, 그 정도 대회쯤은~ 이란 생각이었다.


뭔가 도전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대학생 생활의 추억을 쌓고 싶었다.

동아리 운영진 셋 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엄청나지도 않지만, 쉽지도 않은 그런 느낌의 거리였다. 10KM


쉽게 도전할 수 있고, 혼자서 도전하고 싶지 않고, 같이라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두 명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마냥 재밌다는 눈치로 대회 신청을 하고, 또 까먹고 지냈다.


훈련은 무슨.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마라톤 대회 전날.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술을 마셨다. 대회를 준비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고, 그때는 마라톤 대회보다는 다른 일들, 다른 노는 일들이 더 중요했었다.


마음 한편에는 불안감도 있었고, 그 불안감을 자랑스럽게 술을 마시며 얘기했었다. 내일 마라톤 대회 나간다고.




대회 당일 아침, 컨디션 조절 따윈 없었다.


당연하다, 전날 그렇게 술을 마셨는데.


그래도 다들 어떻게 도착했었다. 출발하는 위치는 여의도 한강 근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척이나 더운 초여름이었을까.


다들 뛰어본 적도 없고, 술도 마시고 오고, 그런 소위 '오합지졸'이었다.


이건 같이 뛰어야 하는지 따로 뛰어야 하는지, 그런 개념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저 끝나고 어디서 보자라는 말만 남기고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도 없고 오히려 준비의 반대와 같은 행동; 전날 술 먹기; 를 했는데,

그런데,


잘 뛰고 싶었다.


왜일까? 나에 대한 자만일까?


남들보다 많이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대회를 시작할 때는 무척이나 설렜지만.


같이 간 일행들과 멀어지고, 나 혼자만의 시간, 달리기를 할 때에는 무척이나 덥고 힘들었다.


그 흔하디 흔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나를 아는 이는 없는 상태로 뛰는데, 뒤쳐지기 싫었다.


당연히 뒤처졌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며 조금만 뒤쳐지고 싶었다.


5KM를 반환하는 10KM 코스였는데, 5KM를 반환하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지인들을 찾았다. 혹시나 있을까.


아는 얼굴이 보이는 순간 그거 조금 앞선 게 뭐라고 뿌듯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응원했다.


그 찰나가 지나면 다시 나만의 싸움이었다.


5KM를 지나고 나서부터 급격히 힘들어졌다.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


'이걸 어떻게 해?'


그런데 다들 한다. 걷기도 뛰기도 하면서 다들 간다. 마치 목표지점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더운 기운이 얼굴로 가득 올라온 것이 느껴졌고 그래도 달리는 걸 멈추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6, 7, 8KM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화장실을 들렸다.


그리고 이내 9KM가 나왔고 마지막 결승지점도 나왔다.




사실 스토리의 극적 전개를 위해서는, 너무나 잘 뛰었다면, 싶다.


기록은 매우 슬펐다.


당연하다. 심지어 뛰다가 배가 너무 아파 화장실에 들렸으니,,, 기록은 나의 화장실 간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실패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기분은 너무 좋았다. 남들과 얼마나 뒤처졌는지 모르지만, 내가 그중에 몇 등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치 않았다. 신경도 안 썼으니까.


완주 후 메달을 받고 간식을 먹으며 같이 갔던 친구들과 함께 모였다.


다들 비슷한 느낌이었겠지.


그게 뭐라고, 그렇게 기분이 좋았을까.




7-8년 전 이야기인데도 기억에는 상당히 꽉 자리하고 있는 느낌이다.


많은 왜곡과 미화가 이루어졌음이 분명하다.


지금 되돌아보니, 10KM 첫 달리기는 누구나 그렇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적어보았다.


부담스럽지만 또 할 수 있는, 딱 그 정도.


5KM도 좋고 10KM도 좋고.


숫자와 기록은 중요한 듯 보이지만, 대회가 끝나면 이내 사라질 수 있는 느낌이다.


누구든 천천히 달린다면 부상 없이 무리하지 않는다면 즐겁게 도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



(다음 이야기는 첫 HALF COURSE 회고록)


앨범을 뒤져 나온 과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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