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은 소설
“에펠탑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에펠탑을 폭파해야 해”
이건 무슨 말일까?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겠다.
“비에 젖지 않으려면
아예 빗속에 뛰어들어야 해.
스스로 대양이 되어야 해.”
“부서지지 않으려면
철저히 부서져야 해. 해체되어야 해. 폭파돼야 해.
그리고 이전보다 튼튼하게 재건해야 해.”
1889년에 세워진 에펠탑은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보수공사를 하지만
실은 부식된 부분을 제거하고
눈가림식으로 페인트칠만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게 단지 에펠탑만의 문제일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에펠탑은
세계 모든 번들거리는 것들을 향한 기막힌 메타포,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내면은 썩어있는’
세계의 상징이다.
깨치고 나아가야 할 우리 내면의 얼음장이다.
경계 안의 세계는 화려하다.
마천루로 상징되는 그것은
보통의 우리 머리꼭대기보다
조금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세상은 그 자체로 기울어진 운동장
거기서 미끄러진 이들이 서로를 보듬는 광경이
이 책에서 은밀하게, 감각적으로,
때로 유쾌하게 펼쳐진다.
미끄러지고 넘어진 이들끼리는
서로 밟고 죽이는 거라고, 배척하는 거라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거라고
공공연하게 종용하는 세상
소설가 구소은이 신이 되어 창조한 세상은
그와 다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도우며
그런 방식으로 서로에게 스며든다.
한 뼘 성장하고 한 발 나아간다.
엄마는 아기를 돌보지만
실은 아기에 의해 엄마가 구원된다.
노숙자 파스칼은 어느 날 갑자기 굴러들어온
자폐 스펙트럼장애 한울이 귀찮았지만
옆에 붙여 두고 먹을 것을 나눠준다.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그를 가둔 문을 조금씩 열어젖힌다.
파스칼이 한울을 도왔다면
한울은 파스칼을 다시 태어나게 했다.
썩어빠진 에펠탑을 기어이 폭파하고 말겠다는
그 실천의지가 바로 혁명아니까
이것이 바로 파스칼이 말하는
‘신의 계시’가 아니고 무엇인가?
둘의 만남은 우리에게도 화두를 던진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인가?
우리는 긍정과 부정을 어떻게 다루는가?
혹시 ‘긍정’을 기치로 내걸고
습관적으로 부정어로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안 돼. 너는 이래서 안 돼.
도대체 왜 그러니? 가만히 있어라!
세상에서 권력은 늘 이런 식으로 작동된다.
소설은 종장을 향해 달려갈수록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심박수를 올리며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든다.
소설가 구소은은
평생 대양에서 큰 물고기를 잡아온
베테랑 어부일지도 모르겠다.
그물코를 한 줄 벼리에 꿰어 단박에 당겨버린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나의 파스칼을 생각한다.
“파스칼, 내 소원도 당신을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당신은 나의 수호천사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당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벗이, 파스칼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문을 열고 벽을 부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울 같은 동무도.
《에펠탑을 폭파하라》 검은 모래, 구소은
구소은 소설가 :
《검은 모래》 《무국적자》 《파란방》 《종이 비행기》
《에펠탑을 폭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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