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

정통을 말하지 말라

by 절대신비

'정통'을 입에 달고 사는 옛날 작가나 평론가들이 본다면 육성으로 욕설 터질 듯한

뻘쭘하고 빈약한 문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어색한 구조,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본기로 시작되는

앞으로 욕하고 뒤로 훔쳐볼 만한 이야기.

《회색 인간》은 처음부터 사람 뒤통수를 강타한다. 번쩍. 그 번개에 맞은 독자는 세 편 정도는 연달아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흡인력이란.

뒤는 읽어도 무방, 안 읽어도 그만. 모든 이야기가 사실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의 소설에는 패턴이 있다. 인간을 밀폐된 공간에 던져놓고 극한을 통과하게 하는 것. 즉 삶의 막장에서 인간이 어떻게 짐승이 되어 가는지가 적나라하게, 그리고 허술하게 대충 그려져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책이 아니라 저자, 인간 김동식이다.

그는 삶의 밑바닥을 체험한 인간이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내던져졌을 때 어떻게 야만을 드러내는지를 아는 인간

상상력이 뛰어나다기보다 할 말 분명히 있는 사람, 사고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는 사람, 절망 통과하지 않은 희망의 그 허무와 무용성을 아는 사람, 부정 통과한 '긍정'을 깨달은 사람, 하층민의 삶에서 점프한 사람, 생이라는 순례길에서 양극단을 두루 걷기 시작한 사람

이런 사람 잘 없다. 김기덕(감독)처럼 드물고 노무현처럼 귀하다.

계층 뛰어넘을 사다리가 없는 요즘 사회. 그런 면에서 양쪽을 다 살아보는 일이란 어쩌면 기적. 출판계나 문학계에서 그의 위치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 중요할 리 있나. 소설가나 평론가들은 고개 저을지라도 독자는 그를 사랑할 듯하다. 엄마의 마음으로 그 훈훈한 성장기를 지켜볼 듯하다.

그의 이야기는 사실 문학보다 철학에 가깝다. 소설이나 시나리오 쓰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아이디어 줄 것 같기도 하다. 이미 패턴을 발견했으므로 절필할 일도 없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문장도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천재가 문장까지 좋으면 어떻게 될까. 사유가 무르익는다면 보르헤스를 뛰어넘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런 인간 발견!
같은 인간으로서 짜릿한 일이라는 진실 전하면서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결국 남는 건 사람이다. 이 우주에 그외에 무엇이 더 있단 말인가." ㅡ설렘병법 (빛타, 2025) p151


《회색인간》김동식, 2017, 요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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