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정은 평탄한 인생에서 많은 파랑을 만들어 냅니다.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어가던 것이 기억이 아스라히 사라지고, 어느새 발표회 날이 다가오는 싸늘한 바람을 느끼는 계절이 온 것을 깨닫습니다. 지난 약 4개월 정도의 시간을 되돌아 보면, Tango라는 피사체에 집중하고 주변의 모든 일들이 흐릿하게 되는 '블러'효과가 더해진 것 같은 기억입니다. 계절의 변화도, 회사의 일도, 집안의 일상생활도 흐릿한 주변으로 남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게 부끄러웠던 순간들도 많았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실력에 실망한 시간에 대한 기억도 많이 납니다. 아직도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잘 걷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실 때마다 잔잔한 물 위에 미동없이 떠있는 종이배에 먼 곳에서 입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나아가는 성취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나의 정해진 시간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것은 꽤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그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동안의 준비가 모자라지는 않았는지, 당일날 잘못하면 어쩌지 하는 아쉬움과 두려움의 감정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넘어갈 것이라 생각되지만 말입니다.
어제(24.10.29 밤 12:45) 연습을 마치고 나올 때, 이제 곧 발표회 시간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엄청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마음은 사실 말로 표현하기에는 좀 어색합니다. 물론 Tango를 시작하고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자극도 받고, 나름의 배움도 받아서 좋았지만, 문득 우리 쌉들에게는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요일 수업과 토요일 수업을 교차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가능한 많은 수업을 참석할 수 있어서 마리오쌉, 루씨아쌉, 나루쌉, 이본느쌉과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이 꽤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좋은 사람에게 스며든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Tango라는 춤을 매개로해서 만난 사람들이고, 개인적인 얘기보다는 춤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하게 되면서 유쾌하고, 삶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려를 깨닫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춤에 대해서 조금 더 배울수록 Tango가 서로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춤이라는 생각에 더더욱 그 매력이 더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 생활을 할 때는 난 엄청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는데,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중간정도를 유지하는데는 엄청 뛰어난 능력보다는 성실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Tango를 배울 때도 빠른 성장보다는 성실한 태도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태도를 좋아해주시는 쌉들을 만나서 많은 관심과 개인적인 조언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스승의 날'에 굳이 떠올리지 않으면 생각나는 선생님들이 없었는데, 내년 스승의 날에는 마리오쌉, 루씨아쌉, 나루쌉, 이본느쌉이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일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멋진 경험을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개인적 시간과 노력을 쏟아붇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어떤 짧은 말로 그동안의 관심과 조언들에 대한 감사를 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최대의 칭찬은 Tango 판에서 서로 만나서 즐겁게 인사할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이겠다(Featured by 마리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역시 나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그동안의 가르침에 대해서 감사를 표해야할지....
실력의 차이로 지금은 감히 춤신청을 해볼 수도 없는 실력자인 찬이님을 만나서 발표회 파트너를 하게 된 것도 정말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같이 걷는 것을 연습한지가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꽤 많은 시간을 같이 걷고, 춤을 보고 카피를 하고, 다시 동선에 맞춰서 변형을 하는 든든한 선배같은 파트너였습니다. 맘에 안드는 부분이 엄청 많았을 것 같은데, 항상 배려하고 잘 된 부분을 먼저 보고 칭찬하는 것은 인간적인 성숙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브향님이라는 좋은 친구분께 받은 조언들은 혼자서는 절대 알 수 없었을 여러가지 Tango의 비밀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영상을 보면서도 훨씬 더 많은 부분의 차이점과 주의점을 찾아내는 것을 보면서 아는 것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의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고, 다른 시각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실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꽤 의기소침한 시간에 힘을 주는 조언도 해주셨고, 인간적인 따스함을 가진 분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같이 발표회를 준비했던 동기들은 동지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었습니다. 같이 걷는 파트너와 함께 같이 론다를 돌아가는 동료들과 같은 날자를 향해서 다가가는 동지들은 처음에는 어색했던 관계가 연습실에서 만나면 정말 반가운 감정에서 큰 소리로 인사하고 싶어집니다. 연대감이라는 것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너무 잘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때로는 비교하면서 부러워하고, 훨씬 쉽게 배우는 것 같은 모습에 재능이 부러울 때도 있고, 나는 힘든데 전혀 힘들이지 않게 공연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여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나름의 어려움과 노력이 숨어져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1주일이 채 남지 않은 시간에 밤늦게 모여서 공연복을 입고서 각자가 준비한 춤을 리허설하듯이 출때, 한 팀이라는게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든든하고 좋았습니다. 다들 어디서 그렇게 음식들을 가지고 오는지, 항상 부족함없는 간식과 음료로 연습시간의 틈틈이 나눈 한담은 사람들이 같이 먹고 마시면서 동질감과 연대감과 호감을 느끼면서 가까워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다시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발표회를 하고 난 이후에는 또 다른 느낌과 감상이겠지만, 뭔가 꽤 긴 시간동안 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도 같고, 발표회의 순간보다도 더 오래 기억되는 시간은 같이 모여서 연습하면서 떠들던 시간일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은 항상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