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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an 08. 2025

읽었다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를

새벽부터(트위트리안)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한분 두 분 인연을 맺게 된 이웃들이 생겼다. 그들의 글을 제 때 찾아서 읽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 눈에 띄는 제목이 있을 경우 글을 읽고 감탄하기도 하고, 이 분이 어떤 분이실지 상상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작년에 '봄날'님의 브런치에서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한 노년의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분의 아침트위터들을 모아서 낸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극찬을 하는 책이라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책소개를 하는 내용들이 너무 좋고, 평점이 5.0으로 누구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면서 한 번은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책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책을 사고 난 이후, 시간에 쫓기며 한 달여는 이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2025년 두 번째 책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탐라에 고요히 내리는 비 같다.', '어느 신비로운 사색의 장소에 머물다 온 느낌이 든다', '우울함과 아픔이 있지만 뾰족하지 않고...'

서평의 책에 대한 평가를 모아놓은 문장들에 대해 완전한 공감을 느끼게 된다.


재미있게도 2024년 초에 이동진 평론가가 소개한 3가지 책 중에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이 있었고, 작년 1월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올해에도 저자는 경비원이고, 미술이 아닌 클래식 음악에 심취한 분이다. 우연이지만, 뭔가가 연결되는 듯한 운명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공통점이다. 단지, 2025년의 책은 내 마음에 흔들림을 더 크게 만들어 낸다.


나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작가에 대한 초상이 조금씩 만들어진다.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내가 있고, 아들과 딸이 있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데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죄스러움이 있다. 아버지는 93세의 일기로 요양병원에서 모셨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는 연세가 있으시고, 간혹 요양병원에 모셔야 할 때가 있다. 인생을 슬픔이라는 생각을 하고, 스스로의 삶이 보잘것없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의 삶의 어떤 실패가 있었는지를 명확히 알 수는 없다. 50대부터 듣기 시작한 클래식 음악에 심취해서 말러를 좋아한다는 얘기와 책의 한 챕터를 할애해서 클래식 음악의 인상을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도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수준급의 마라톤 완주 횟수와 기록을 가지고 있고, 산을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고, 세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아내와 끊임없는 대화를 할 수 있고, 예쁜 딸과 같이 여행 갈 수 있는 아들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왜 그렇게 삶에 대해서 슬프게만 보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게 보였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글솜씨까지...


작가에 대한 흐릿한 인상을 그리면서, 깊은 감수성을 느끼고, 경비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한밤의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묘사와 비가 내리는 장면에 대한 묘사를 들을 때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을 따라가면서 경험하지 못했지만, 경험하고 있는 듯한 사색의 분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성찰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에 휩쓸려서 내 마음의 감정도 같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기분의 차분히 가라앉은 이후, 삶에 대한 소중함이 다른 방식으로 내 마음에 들어온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며, 모든 일을 더욱 의욕적으로 시도하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책을 읽기 시작한 2일째 되는 날 평소답지 않게 뭔가 일을 크게 벌이려는 의욕을 느끼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터져 나오는 문장들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다시 읽어보면 그 옆의 문장이 또 다른 느낌으로 좋게 느껴진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작가는 더 이상의 발전을 희망하고 않고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하는데, 나는 더 나아져서 이 작가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이 책은 서문시라고 할까? 짧은 수필이라고 할까? 나에게는 보석 같은 문장들을 담고 있는 소중한 책이 되었다. 뭔가 마음이 헛헛할 때 이 책의 어떤 페이지든지 몇 번 소리 내서 읽으면 다시 시작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옆에 두고, 사색의 공간으로 가고 싶을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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