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거리의 외침

지원

by 동국교지

거리의 외침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을 벌인 후,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탄핵 촉구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전엔 거리를 밝히는 것이 촛불이었다면, 이번엔 2030 여성들이 거리의 중심이 되며 응원봉이 그 자리를 채웠다. 청년들은 반짝이고 생명력 넘치는 불빛과 평소 즐겨듣던 대중가요와 함께 적극적으로 집회를 이끌어 갔다.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 응원봉 시위는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이 되었으며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뿐만 아니라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SNS를 통해 선결제 문화를 퍼뜨리는 방식으로 새로운 연대를 도모했다. 간절함을 품고 광장을 가득 채웠던 지난 겨울의 경험을 통해 시위는 우리의 삶 속에 가까워진 듯했다.

탄핵 이후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거리에 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며 투쟁하고 있었다. 그들이 거리에 서는 이유는 우리 삶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겨울, 국민들이 비상계엄에 반발하며 탄핵 촉구를 외쳤던 것처럼 우리 사회 속 부당함을 알리고 이를 바꾸기 위함이다. 그러나 시위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인식은 차갑기만 하다. ‘과격’하다거나 ‘시끄럽다’고 폄하하는가 하면, 마냥 ‘정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삶과는 관련 없는 그저 소란스러운 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들이 거리에 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여다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곁의 여전한 위험을 타파하기 위해 거리에 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환경을 위한 목소리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예측 불가의 엄청난 폭우와 폭염경보, 피해를 전하는 각종 보도는 더 이상 나와 관련 없지 않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지구의 종말이 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 또한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학교에 나가지 않고 1인 시위를 했던 그래타 툰베리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환경운동도 계속되고 있다. 더하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같은 여러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후정의를 확립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기후정의란 불공정하게 분배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바로잡아 정의를 달성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거시적으로는 200여 년 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고소득 국가와, 미시적으로는 경제적 역량을 가진 이들에게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은 저소득 국가와 취약계층이 부담하게 된다.1) 이 괴리는 사회 불평등을 더욱 극심하게 만든다. 폭염, 폭우, 한파 등 기후변화의 피해는 모두 저소득층, 노동자, 그리고 노인에게 크게 다가온다. 이들은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에 대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 이후의 대책마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더 큰 곤란을 겪고 있다.2) 경제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높은 아파트에서 차로, 건물로 이동하며 기후변화를 단순히 성가신 날씨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같은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기후변화 피해의 비윤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면을 바로잡기 위해서, 기후정의는 사람들이 당장 인식해야 할 중요한 의제이다. 기후정의 없이는 환경문제에서도 불평등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기후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목소리가 거리를 채우고 있다.

2019년부터 기후정의를 위한 대규모 집회가 시작됐다. 서울 대학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린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는 환경 단체만이 아니라 노동·농업·인권·종교 단체가 함께 기후정의에 입각한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게 요구했다. 2022년부터는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되고 있다.3) 기후정의 행진은 기후 위기 해결과 함께 불평등한 기후 재난의 피해를 바로잡고자 시작되었다. 작년에는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기업들이 즐비해 있는 강남 한복판에서 대규모 행진을 벌이고 기후정의를 외치기도 했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을 뿜어내거나, 기후 재난의 한가운데서 노동자들이 죽도록 방치하거나,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상징적이었다.4) 기후정의의 목적성을 담은 ‘기후를 넘어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처럼 본 행진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올해도 기후정의 행진은 9월 27일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기후 위기는 지금 우리 눈앞에 있으며 그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경제력을 통해 기후 위기를 촉진하면서도 그 피해를 회피하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돌린 피해는 취약계층에 더욱 극심한 문제로 다가오기에 기후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게 될 미래세대 또한 환경운동의 주체로 앞장서고 있다. 기후변화의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기후파업 운동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전 세계적인 결석 시위를 주도해 왔다. 결석 시위는 한국에서도 개최되었다.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은 ‘대학 가고 나서 해라, 어른 돼서 해도 늦지 않다’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대학에 가고 취업하면 이미 미래는 사라졌을 거라며 기후 위기가 눈앞에 닥친 문제임을 강조했다.5) 이처럼 기후 위기 및 변화는 모두의 문제인 만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반면 환경문제를 경시한 채, 개발이 진행하는 일도 빈번하다. 새만금 개발은 오래전부터 문제시됐지만, ‘새만금 지구 대단위 방조제 축조 사업‘에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자됐다. 방조제 축조는 끝났으나 최근에는 공항 건설 추진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과 환경단체는 건설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6) 건설에 반대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새만금신공항 부지에는 24만여 마리 철새가 서식하는 수라갯벌이 포함되어 있기에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라갯벌은 새만금에 마지막으로 남은 갯벌이다. 이 갯벌과 주변 지역엔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와 황새, 흰꼬리수리를 비롯해 멸종위기 2급인 40여 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7) 그런데 새만금신공항을 짓게 되면 수라갯벌을 매립하게 된다. 새만금 사업은 시작부터 환경영향평가에서 법정보호종의 종류와 개체수를 대거 누락하는 등 부실하게 이루어졌고, 사전에 기대됐던 경제효과나 지역 발전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8) 새만금은 현재 악취나는 썩은 물로 차버렸거나 황무지로 변했다. 환경을 보호하고 주민들의 삶을 배려하려면 오히려 역간척을 하여 생태계를 복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항을 짓겠다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보이다.9) 이뿐만 아니라 해당 부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의 핵심 기착지이자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철새 도래지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크다. 여기서 새만금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드러나는데, 바로 조류 충돌 위험이다. 새만금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올해 사고가 있었던 무안공항보다 최대 610배가 높기에 생태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게 한다.10)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여러 사회단체, 시민들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며,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법원 앞에서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11) 천막 농성은 무려 1,000일이 넘게 진행 중이다. 다양한 소속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새만금신공항을 막고 수라갯벌을 지키기 위해 천막 농성장에 나오고 있다. 이들의 마음이 모여 4년의 시간을 빼곡히 채웠다. 농성 참여자들은 철새 모양 모자를 쓰고 팻말을 들고 ‘공항을 짓지 않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전북특별자치도는 “올해 착공, 2029년 개항”을 기정사실화하고 사업 추진을 위한 모습이 보여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다.12) 새만금신공항은 생태계와 인간을 모두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8월 11일부터 새만금신공항 착공 취소 소송 선고 재판일인 9월 11일까지 취소 판결을 기원하며 전북지방환경청부터 서울행정법원까지 걷는 ‘새,사람행진’이 예정되어 있다. 행진은 사랑과 생명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투쟁이자,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같이 하는 연대의 걸음이다. 그저 발걸음만으로도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지구에 가해지는 폭력에 맞설 수 있다. 우리는 사소한 발걸음과 연대의 마음을 모아 새만금과 수라갯벌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막아야만 할 것이다.


노동자의 목소리

노동운동을 들여다보자. 우리나라 불평등의 근원 중 하나는 노동 문제이다. IMF 이후로 비정규직 문제가 두드러지며 기존의 사무직과 생산직이라는 이중구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으로 더욱 다층적으로 작동하여 문제를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45% 정도 되는데, 기업들은 이들을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쓰고 버리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며 거리에 선다.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의 가장 유명한 노동운동이자 전환점이 된 것은 전태일 열사의 분신 사건이다. 그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하였으나 이는 여전히 도달하지 못한 절실한 외침이다. 법 테두리 밖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의 핵심 제도들이 적용되지 않아 그들은 보호받기가 어렵다.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아예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못한다. 비정규직 또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13)

그리고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 발전소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년간 최소 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14) SPC그룹의 산재 사망자는 2022년부터 지금까지 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15) 과로로 인한 쿠팡 노동자의 사망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5번째인 포스코 이엔씨 사망 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16) 이러한 산업재해 대부분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고 기업의 이윤을 위해 하청의 하청이 이어지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희생자가 되고 있다. 그리고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망하는 일 또한 번번히 발생한다. 이렇게 많은 노동자 사망사고 중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의 죽음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 대우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원청 업체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문제였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샀다.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시민들과 유가족들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겨울 천막 농성과 단식투쟁을 진행했고, 진상 규명 촉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한 수많은 투쟁을 지속했다.17) 그리고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은 국회의 본회의를 통과하여 입법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김용균 씨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은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 났다.18) 오래전부터 노동자들의 바람이었던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위해서는 아직도 수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권리 보장을 위해 혹은 살려달라는 외침으로서 다양한 형태의 노동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난히도 고공농성이 잦았다. 한화오션 고공농성은 상여금 문제와 더불어 하청 노동자들이 받은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 열악했던 처우를 계기로 시작됐고 97일을 채우고 나서야 끝이 났다.19) 그러나 세종호텔 고공농성은 끔찍한 폭염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종호텔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 투쟁을 벌여왔지만, 세종호텔은 흑자를 기록함에도 노동자들의 교섭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은 서울 중구 명동 세종호텔 앞 도로 한가운데 놓인 철제 구조물에서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모든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며 200명의 정규직이 즐겁게 일했던 과거의 일터로 다시 만들어갈 발판을 세우고자 위험한 곳으로 올라섰다. 수많은 활동가와 시민들, 광장의 동지들은 그에게 빵, 과자, 핫팩 등을 지원하는가 하면, 직접 달려와 목소리를 내고 농성장 사수를 돕는다.20) 사람들은 용기 있게 거리 위 구조물에 올라선 그에게,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옵티컬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들은 1년 반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고용을 승계하라는 일정한 요구를 하며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옵티칼하이테크의 일본 본사 닛토덴코는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상황 속에서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영상 통화를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다 연결된 얘기이고 따져보면 거의 같은 문제라는 걸요.”라는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의 말처럼 노동문제는 모두를 연결시켜주고, 모두와 연결돼있는 사안이다.21) 따라서 우리는 노동자인 서로를 위해 달려가고 함께 투쟁한다. 사회문제 중 특히나 노동 문제는 하나만 해소된다고 해결되지 않기에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노동운동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일이며 자본의 힘이 강해지는 현실 속에서 자본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길이다. 지금처럼 자본만을 위하는 발전을 강행하는 일은 더 많은 노동자들을 죽일지도 모른다.


목소리, 변화의 시작

이렇듯 거리에 나선 이들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돌려받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시위는 노동, 환경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진행되어 왔으며 수많은 변화를 이끌어왔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위 현장에서의 투쟁에 빚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1) 청소년 참정권 확대 운동

선거권을 만 18세부터 보장하게 된 것도 사회운동의 성과이다. 기존 선거법은 청소년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치 참여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만 19세 미만 청소년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규정하였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도 금지하였다.22) 이런 규정은 청소년과 정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작용했고 청소년 관련 정책과 제도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리고 선거철이 되면 청소년은 잊혔다. 2017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 참정권과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이 학교, 사회에서 모두 시민으로서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결성되어 법 개정을 촉구했다. 청소년행동단에서는 직접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선거권을 위해 삭발 시위도 진행했다.23) 결국 청소년들은 선거권을 만 18세부터 보장받을 수 있게 됐고, 본 사회운동을 통해 청소년을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존중하는 출발이 시작되었다.


(2) 의료보험 개혁운동

의료보험 개혁운동은 1988년 농촌지역의료보험 시행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농민들은 과다한 보험료 부과에 반대하며 전국적으로 저항운동이 확대되었고 ‘전국의료보험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이들은 의료보험통합일원화, 보험료의 누진적 적용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국민의료보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성과를 만들어냈다.24) 이후에는 의료보험의 통합일원화, 보험 적용 확대, 공평한 보험료 부담 달성을 목표로 시작되어 김영삼 정부 당시 ‘의료보험통합일원화 및 보험적용확대를 위한 범국민연대회의’를 결성하였다. 보험료 납부 거부 투쟁, 서명운동, 보험료 인상 저지 투쟁 등 다양한 투쟁을 통해 의료보험 통합과 보험 적용 확대를 이뤄냈다. 이때부터 직장의료보험조합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을 통합하여 우리는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회보장제도 운동을 성공시킨 사례로도 의미를 가진다.25) 이후에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있어 ‘건강연대’가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으로 의료보험조직통합과 완전통합이 이루어 전 국민의 사회적 연대성을 확보하고 복지사회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2005년에는 ‘암부터 무상의료’ 운동으로 입원환자 식대의 건강보험 급여화와 암, 심혈관, 뇌혈관 등 중증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낮추는 결과를 만들어 냈으며, 국민건강보험의 현재 보장 수준과 비슷한 60%대의 보장률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이뤘다.26) 이러한 의료보험 개혁운동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국가에서 모든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도록 돕는다.


(3) 낙태죄 폐지 운동

낙태죄 폐지 운동은 2016년 9월 보건복지부에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 입법 예고를 하며 시작됐다. “모자보건법상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낙태 시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낙태 시술을 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12개월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논란이 증폭됐고 ‘검은 시위’를 통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기 시작했다.27) 시위 참가자들은 “낙태가 죄라면 죄인은 국가다”라며 한목소리로 외쳤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청원에는 약 23만 명이 참여하는 등 많은 이들의 분노와 지지를 샀다.28) 20여 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과 ‘비웨이브’ 등 다양한 여성운동 단체에서 시위를 개최하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여성 해방을 위해 애썼다. 이런 노력은 약 1년 6개월 동안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여러 여성 의제 또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성과도 있었다.29) 그리고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거리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단 몇 가지 사례만을 통해서 우리는 거리에 서는 이들이 어떤 사안의 부당함에 대해 어떻게 저항을 해왔는지, 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잘 알 수 있었다.


(4) 두 번의 탄핵

무엇보다 두 번의 탄핵 또한 광장에서 만들어낸 성과이다. 2016년 당시 백남기 농민은 대통령에게 ‘쌀 수매가 인상 공약’을 지킬 것을 촉구하기 위해 민중총궐기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경찰은 진압을 위해 살수차를 동원하였고, 물대포는 시위대를 향했다. 그 물대포는 백남기 농민을 정확히 가격했고, 그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음에도 20여 초 동안 멈추지 않았다.30) 이 과잉 진압에 대해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검찰 수사 지체와 시신 부검 시도에 대한 분노는 국정농단 의혹,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과 함께 박근혜 정권을 향한 퇴진 촉구로 터져 나왔다. 100만 명이 거리에서 든 촛불은 박근혜 탄핵을 성공시켰다.31)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야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총책임자 또한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단을 받았으며 문제가 제기됐던 물대포 사용에 대해 최루액 사용과 직사를 금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결과이기도 했다.32) 윤석열 탄핵 촉구 시위 또한 이전부터 쌓인 정권에 대한 불만과 거부권 행사, 공천 개입 논란 등으로 인한 광장에서의 지속적인 외침이 존재했고, 계엄령으로 인해 이 외침이 전 국민적인 참여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시위를 통한 성과와 더불어 12월 광장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소위 ‘말벌 동지’라고 불리는, 투쟁 현장에 말벌 아저씨처럼 뛰어가는 개인들이다. 그들은 탄핵 촉구를 위한 광장에서의 외침에서 시작하여 남태령 대첩, 고공농성 현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여러 집회와 도움이 필요한 투쟁 현장으로 달려나가 연대하였다.33) 그리고 광장에서는 탄핵은 시작일 뿐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발언들이 터져나왔다. 한겨울 퍼진 거리의 뜨거운 목소리는 수많은 연대를 이끌어 냈고, 모두의 평등을 기원했으며, 우리 이를 통해 사회운동의 교차성을 피부로 느꼈다. 탄핵, 노동, 환경,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의 모든 문제는 연결되어 있고 모두가 당사자인 문제이다. 모든 사회운동은 개인의 이익 추구가 아닌 사회를 위한 싸움이자 헌신이다.


우리가 거리에 서는 이유

오늘도 거리는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 목소리로 채워진다. 그들은 이기적으로 개인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람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 소리 높여 외친다. 노동, 환경,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문제는 거리에서의 투쟁을 통해 개선되어 가고 있고 관심을 받지 못하던 문제들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모든 불평등은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작동하기에 서로의 해결을 막거나 돕는다. 백인 여성에게 차별당하는 동양인 남성은 동양인 여성을 차별하고 그 동양인 여성은 성소수자를 차별한다. 이들 중 누군가는 서울에 살며 기득권에 속하지만, 누군가는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무처럼 싹둑 잘라 한 가지 문제만 해결할 수 없다. 사회문제의 교차성은 위와 같이 모두의 권리는 연결되어 있음 을 보여주며 이를 이해해야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집단에선 내가 다수일지라도, 다른 집단에선 소수로 차별당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사자가 아닌 문제라도 자신의 권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고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거리의 투쟁은 세상의 모든 불평등과 불합리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현재의 일상적인 평등은 그 모든 투쟁에 빚을 지며 누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방 안에 앉아 지켜보기만

했다면, 당신이 이 수많은 투쟁에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지 다시 생각해 보라. 보행권 회복을 위한 서울 주요 도로 횡단보도 설치, 만 18세 선거권 보장, n번방 성착취와 딥페이크 성폭력을 규탄한 강력처벌 촉구, 두 번의 탄핵도 많은 이들이 무시하는 ‘고작’ 시위의 성과이다. 어느 누가 이 투쟁을 단순한 ‘소란’으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 사회운동은 사회와 가장 가까이 서서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가만히 앉아 변화를 누리기만 했다면 이를 자각하고 부채감을 느껴야 한다. 당신이 지금 거리에 서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다면 혹은 다시금 생각났다면 시간을 내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건 어떨까. 당신도 거리에 서서 소중한 것을 위해 목소리 내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거리에 서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리에 서야만 하게 만든 사회가 있다. “왜 사소한 거에 목숨 거냐?” 34)라는 질문 대신,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목숨 같은 권리를 떠올려야 한다. 인간다운 삶이 위협받고 부당한 일이 반복될 때마다 활동가들은 거리로 달려 나간다. 그들이 이끄는 거리의 투쟁은 앞으로도, 언제나처럼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참고문헌

1) 김규남, 기민도, 남종영, 「기후위기 책임 가장 큰 나라는? 미국-중국 ‘네 탓’, 한국 18위」, 『한겨레』, 2022.11.06.,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65998.html

2) 김인성, 「고령자 취약계층에 더 가혹한 기후위기」, 『환경일보』, 2024.07.07.,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3386

3) 황희정, 「기획 | 역대 '기후정의행진'을 돌아보다」, 『플래닛03』, 2024.09.06., https://www.planet03.com/post/%EA%B8%B0%ED%9A%8D-%EA%B8%B0%ED%9B%84%EC%9C%84%EA%B8%B0%EB%B9%84%EC%83%81%ED%96%89%EB%8F%99-%EC%97%90%EC%84%9C-%EA%B8%B0%ED%9B%84%EC%A0%95%EC%9D%98%ED%96%89%EC%A7%84-%EC%9C%BC%EB%A1%9C

4) 김기범, 「강남에서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는 행진을 벌이는 이유」, 『경향신문』, 2024.08.26., https://www.khan.co.kr/article/202408261535001

5) 김형은, 윤인경, 「기후변화: '대학 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요'... 기후변화 막기 위해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왔다」, 『BBC NEWS 코리아』, 2019.09.27., https://www.bbc.com/korean/news-49836981

6) 하미래, 「‘수십만 철새 서식지에 공항이라니’ 거센 반대」, 『단비뉴스』, 2025.04.24., https://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93

7) 최혜정, 「[유레카] 새만금공항과 수라갯벌의 운명」, 『한겨레』, 2023.08.23.,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05509.html#ace04ou

8) 주영재, 「‘최후의 보루’ 수라갯벌 위에 기어이 새만금공항을 짓겠다고?」, 『경향신문』, 2023.08.20., https://www.khan.co.kr/article/202308200830021

9) 위에 기사.

10) 하미래, 「‘수십만 철새 서식지에 공항이라니’ 거센 반대」, 『단비뉴스』, 2025.04.24., https://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93

11) 김재우, 「"새만금신공항 기본 계획 취소해 달라"... 행정소송 제기」, 『오마이뉴스』, 2022.09.28.,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68331

12) 김준희, 「"미군 제2 활주로""올해 착공"…다시 불붙은 새만금 공항 논란」, 『중앙일보』, 2025.06.01.,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0471

13) 박효령, 「전태일 열사 54주기에도 ‘법 밖 노동자’ 여전…“근로기준법 적용 확대해야”」, 『투데이신문』, 2024.11.12.,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889

14) 백승우, 「'비정규직' 발전소 사망, 최근에만 5명 넘게 더 있었다」, 『MBC 뉴스』, 2025.08.02.,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41964_36799.html

15) 홍여진, 「SPC 빵공장의 죽음 더 있었다...과로사 3명 확인」, 『뉴스타파』, 2025.07.16., https://newstapa.org/article/PQMyS

16) 신형철, 「이 대통령 “저도 불시에 감독 나갈 수 있다…산재는 미필적 고의 살인”」, 『한겨레』, 2025.07.29.,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1210474.html

17) 김해정, 장현은, 이지혜, 「중대재해 인식 깨운 김용균…정작 그 비극을 벌하지 못하다니」, 『한겨레』, 2023.12.07.,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19540.html

18) 강은, 「죽음으로 새긴 ‘김용균법’…결국 묻지 못한 ‘원청 책임’」, 『경향신문』, 2023.12.08., https://www.khan.co.kr/article/202312080600005

19) 홍여진, 「[미니 다큐]한화오션 하청 노동자, 고공농성 97일 만에 땅으로」, 『뉴스타파』, 2025.06.20., https://newstapa.org/article/vaYiC

20) 신다은, 「세종호텔 앞 도로 10m 위에 요리사가 삽니다」, 『한겨레21』 1552호, 2025.02.25.,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911.html

21) 임아영,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 500일’ 1박2일 취재…박정혜 “난 아직 내 할 일을 덜했다”」, 『경향신문』, 2025.05.21.,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210600101

22) 「18세 선거권, 그리고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의미와 과제」, 『참여연대』 월간복지동향, 2020.04.01., https://www.peoplepower21.org/welfarenow/1696436

23) 강민진, 「청소년도 배제되지 않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웹진』 그 사람, 2019.08., https://www.humanrights.go.kr/webzine/webzineListAndDetail?issueNo=7604359&boardNo=7604350

24) 「의료보험 개혁운동의 성과와 과제」, 『참여연대』 월간복지동향, 1999.12.10., https://www.peoplepower21.org/welfarenow/%EC%9B%94%EA%B0%84%EB%B3%B5%EC%A7%80%EB%8F%99%ED%96%A51999/644271

25) 위에 글.

26) 김창보, 「의료개혁운동과 시민운동의 성과 및 한계」, 『건치』, 2011.11.15., https://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31

27) 「낙태죄 폐지 운동 –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양성평등아카이브 여기모아』, http://moa.seoulwomen.or.kr/exhibits/show/abortion/ex9-p3

28) 신지민, 신민정, 「시민들 낙태죄 폐지 ‘검은 시위’…“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 『한겨레』, 2017.12.02.,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21736.html#ace04ou

29) 위에 기사.

30) 전광준, 정은주, 「‘백남기 농민 사망’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유죄 확정」, 『한겨레』, 2024.04.13.,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87711.html#ace04ou

31) 김시연, 「광화문 촛불 100만, 경찰 계산법은 틀렸다?」, 『오마이뉴스』, 2016.11.15.,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60785

32) 박소희, 「백남기 농민사건에서야... 헌재의 뒤늦은 결론」, 『오마이뉴스』, 2020.04.23.,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35730

33) 김명진, 「‘꿀벌’ 가는 곳엔 ‘말벌 동지’도 가지」, 『한겨레21』 1558호, 2025.04.03., https://h21.hani.co.kr/arti/photo/story/57097.html

34) <대도시의 사랑법>, 이언희, 2024. 재희 대사 中.


박재용, 「불평등한 선진국: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북루덴스』, 2022.01.10.박종주, 「‘낙태’는 죄였던 적이 없다 : 오늘의 낙태죄 폐지 운동」, 『도서출판여이연』, 여/성이론 통권(37), 2017.12.전북녹색연합, https://greenjeonbu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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