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포털사이트에 ‘가족’을 검색하면 해맑게 웃는 엄마와 아빠, 자녀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종종 조부모와 함께 찍은 것이 있고, 반려동물이 있기도 하다. 친가를 필두로 대가족 사진을 찍기도 한다. 스크롤을 끝없이 내리는 동안 가족은 이러한 ‘형태’로 존재한다. 마치 그 이외의 다양한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과연 가족은 부모와 한 명 혹은 두세 명의 자녀로만 이루어져 화목하게 웃고만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혼인제도는 근대 이후 등장했다. 근대 이전까지의 결혼은 경제적 능력과 가문의 사회적 지위, 재산 등에 따른 손익을 따지는 중매혼에 가까웠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산업화와 낭만적 사랑을 그린 소설의 보급, 그에 따른 가족 기능 약화1) 에 있다. 이때, 가족의 기능은 출산과 양육, 생산과 소비, 교육과 부양 등이 있는데, 소비와 출산을 제외하면 모두 학교, 회사, 병원 등으로 가정 바깥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근대 초기 사회학자 탤컷 파슨스는 급격히 변화하는 가족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핵가족’을 주장했다. 노동하는 남편, 내조하는 아내. 한 쌍의 부부와 미혼인 친자식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핵가족 형태는 한국에서도 ‘정상’으로 인식되었다. 유교적 가치관인 가부장제와 잘 맞물린 것이다.
근대화 이전까지 한국의 가족 형태는 삼대가 함께 한 집에 모여 사는 대가족이었다. 1960년대, 근대화를 맞이한 이후, 도시를 중심으로 점차 핵가족화2) 로 축소가 진행되었다. 다만, 한국에서의 가족 근대화는 서구의 핵가족 담론을 완전히 따라가는 형태는 아니었다. 당시 극도로 열약했던 한국의 경제 상황은 가족이 가족을 이용하여 노동하고, 최소한의 소비로 궁핍한 생활을 감내하도록 만들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가족의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가족 전략’3) 을 펼쳤는데, 그 가장 큰 특징은 여성의 노동이었다. 딸은 학교에 다니기를 중단하고 공장에 다녔다. 내조를 담당하던 아내는 가사 노동과 더불어 하나의 인력으로써 노동시장4) 에 방출되었다. 한국의 산업화 시대 가족의 역할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도시와 농촌을 구분할 필요 없이 노동의 현장으로 방출된 여성의 역할로 가족의 형태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1980년대까지 여전히 양육과 가사는 여성만의 몫이었고, 부부간의 위계 서열은 지속5) 되었다.
이는 ‘한국’이라는 특정한 시대와 배경에 따라 나타난 특이성이다. 한국은 삼강오륜에 입각한 유교적 가족 규범의 가치관이 지배적이다. 조선에서부터 ‘효’를 중심으로 가족공동체 생활을 해왔으며, 효는 조선의 가족이 가지는 질서의 근본이자, 도덕6) 이었다. 이러한 가치관은 조선 후기로 나아가며 강화되었다. 조선이 점차 붕괴되며 대다수 국민은 자신의 생존에 있어, 국가보다는 친족 단위의 가족이 뭉쳐 생활하는 것이 생존하는 방법임을 몸소 깨달아갔다. 다시 말해,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고, 가족 모두 생존하기 위해서 가족 구성원의 노동, 특히 여성의 노동은 ‘당연’한 것이었으므로, 가족의 형태와 구성원의 역할 변화는 산업화 이후로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이러한 ‘가족지상주의’적 경향은 사회적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친족 중심의 가족 집단주의와 그에 따른 배타성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7) 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가족주의는 일제의 영향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제의 식민지화는 신분적 차별의 해방과 민족적 억압, 자본주의 경제 질서의 도입이 특징이다. 즉, 일제 치하 아래서 더는 조선의 가족관계와 사회적 규범을 일치시키기는 어려웠다. 조선의 유교 지식인들은 당연하게도 일제에 저항했으며 자본주의 체제에 반대하며 유교적 전통을 고수했다. 이를 파악한 일제는 유교적 충효 논리를 바탕으로 조선인들을 자신들의 지배 질서에 맞추려 들었다. 특히 ‘교원 심득사항’8) 에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와 조상에 효를 다하라는 논리를 강조하여 조선인 교사와 학생들의 황국신민 의식을 강요했다. 이에 더해 ‘호주제’를 도입하여 기존의 가부장제 가족주의와 맞물리는 가족법을 제정하였다. 이는 곧 조선인이 자유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권리의식이나 저항 의식을 갖지 않고, 가족의 복리에 따르는 인간형을 양성하는 계기9) 가 되었다.
바람직한 국민은 국가에 충성하고, 가족에 충실한 사람이다. 이러한 인간상은 박정희 정권 때도 지속되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정치적 정당성이 부족했던 박정희 정권은 국민 동원 체제로써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활용10) 하였다. 그 대표적 예시로 1969년 제정된 ‘가정의례준칙에관한법률’을 들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가정의례준칙’을 박정희 정권에서 근대화와 국민 통제의 일환으로 개편한 것이다. 혼례 및 장례를 절약적 방식으로 바꾸었으며, 국가가 제시한 근면, 절약, 충효를 강조함으로써 국민이 국가의 가족 규범을 내재화하도록 하는 정치적 도구로써 사용11) 했다. 박정희 정권의 이러한 가족주의 활용은 문화적인 차원을 넘어, 자본주의 노동 질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화목한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공장의 임금노동자이고, 어머니는-노동을 하지만-내조와 양육을 담당한다. 그들의 자녀는 미래의 노동력12) 이다. 이러한 가족 모델의 제시는 국가 주도의 산업화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재생산하는 방법13) 이었다. 즉, 정상 가족은 근대화의 도덕 규범일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성장 전략의 핵심 장치였다.
이제, 부모와 자식만을 언급하고, 국가와 가족에 충성해야 한다는 관념이 만들어낸 ‘정상가족’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남편을 존중하는 엄마, 근엄하지만 존경하는 아버지, 부모님을 믿고 따르는 아이만이 존재하는 가족은 국가와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형태이자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정상 가족에 대한 이러한 지나친 관념화는 세상에 혐오와 차별을 불러일으킨다. ‘정상’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가족이 그 스스로 존재를 부끄럽게 만든다.
하지만 결혼 여부, 혈연이 아닌 관계, 구성원의 성별 등에 따른 다양한 가족은 현실에 분명히 존재하며, 이들을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제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서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가족은 혼인신고를 통한 법률혼 관계와 혈연, 입양14) 뿐으로 더욱 다양한 가족상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모든, 다양한 가족이 그 존재를 인정받고,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법은 제정되어야 한다.
2023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발의하고, 장혜영 의원이 ‘가족구성권 3법’으로 확장하여 재발의한 ‘생활동반자’법이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혼인 중이 아닌 성인과 다른 혼인 중이 아닌 성인 1인이 합의를 통해 일상생활, 가사 등을 공유하고 생활돌봄을 상호적으로 주고받는 관계’에 일상 가사 대리권, 공유재산분할청구권, 특유재산권 등을 인정15) 한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 등장 이유로는 이혼율 증가와 만혼 추세, 동성 커플의 증가 등이 있다. 역사적으로 이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통적으로 남녀의 결합과 해체는 한 쪽의 사망 혹은 심각한 결격 사유-임신 불가능- 등의 극히 제한적인 경우가 아니면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어도 불가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이혼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는 현재 사회가 가족이란 이름 아래 존재했던 재산 상속 및 지위 대물림 등의 관습에서 벗어났으며, 결혼이란 행위가 낭만적 사랑이란 이름 아래 행해진다는 인식 변화가 한몫했다. 한국 역시 2024년 12월 이혼 건수 7,556건으로, 전년도 대비 3.5% 증가16) 하였다. 또한 초혼 나이가 점점 증가17) 하고, 비혼을 추구하는 세대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1인 가구의 수18) 가 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인식 변화에 따라 동성애자의 그 존재 ‘드러냄’도 영향을 끼쳤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입소스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성 소수자 비율은 오천만 기준 6%19) 로, 2021년 대비 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재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과 그들의 관계 맺음이 기존의 제도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가족상이 증가하는 가운데, 현재의 법 제도는 그들을 배제한 건강가정기본법을 근거로 하고 있어, 그 외 사람들의 피해를 낳는다. 그 사례를 살펴보자.
한 부모 가정 중에서도 가정 내의 불화로 인한 이혼의 경우, 정책의 부족으로 인해 피해받는 사례가 존재한다. 민법 1004조에 따르면,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사망했을 경우 제1 상속권자는 친부모로서, 그가 부양 의무를 수행했는지 등의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딸에게 지급된 사망보험금을 십여 년 전 이혼한 친부가 유족과 협의 없이 절반을 수령한 사건20) 이 있으며, 아들이 죽자 오십여 년 만에 나타나서 재산을 독차지한 친모21) 도 있다. 이는 ‘혈연’에만 근거하여 제정된 법 제도의 허술함22) 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조부모 가정에서도 나타난다. 2024년 12월을 기준으로 조부모와 미혼 손자녀로 이루어진 조부모 가정은 약 11만 8,000가구23) 이다. 조부모와 손자녀는 혈연으로 이어져 있기에 보호자로서 권리가 보장되는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5년 3월,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A 씨는 며느리가 재혼한 후 혼자 남겨진 손자를 자녀로 입양24) 하고자 했다. A 씨는 손자의 법적 보호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보호자 동의를 받거나 학교에 서류를 제출해야 할 때면 재혼 후 외국으로 이주한 며느리에게 연락해, 동의서를 받아야만 했다. 아이를 위해 권리를 행사해야 할 때마다 이어진 어려움과 불편은 A씨로 하여금 손자 입양을 생각하게 했다. 법적으로 보호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친권자’가 되기 위함이었다.
또한 조부모가 수년간 아이를 양육했다고 하더라도, 친부모가 아이를 데려가면 조부모는 아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뿐더러, 면접교섭권 역시 민법상 불허하다. 지난 2014년, 외조모가 사위를 상대로 면접교섭권 소송을 걸었다, 패소한 사례가 있다. B 씨는 딸이 암으로 사망한 후 사 년간 홀로 손녀를 양육했다. 그러던 중 그동안 자신의 딸을 한 번도 보러온 적 없던 사위가 재혼한 후 손녀를 데리고 간 것이다. B 씨는 일주일에 몇 시간만이라도 손녀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소송했지만, 현행법상 부모와 자녀 이외에 다른 사람을 아이에 관한 권리 주체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B 씨는 면접교섭권을 가질 수 없었다.25)
주 양육자가 친부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부모가 아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려면, ‘친권’을 갖기 위해 아이의 부모가 되어야만 하며, 그마저도 불가하면 아이를 키우지 않은 친권자에게 권리를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모든 친부모가 아이에게 최선의 보호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혼자서 자랄 수 없다. 법적으로 이어지기만 한 관계가 실 양육권자 보다, 아이의 성장에 있어 안정과 보호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민국의 혼인제도는 건강가정기본법에 근거하여 법률혼에 따른다. 즉, 법적인 제도를 통해 혼인신고를 한 연인의 경우에만 ‘부부’로서 인정받으며 그에 따른 혜택과 보호26) 를 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외의 사실혼 관계 형태의 연인들은 법의 바깥에 존재하며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5.6%의 사실혼 부부가 결혼 지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고, 10.1%는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 보호자로서의 역할에 제약을 경험했다고 응답27) 했다. 또한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의 경우, ‘혼인외의 출생자’로 기록되며 자식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이 어머니에게만 주어져 부부가 아이에 대한 권리를 동등하게 가지지 못하는 불편28) 을 겪는다.
제도적 문제로 인해 법적 부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 커플 또한 피해의 대상이다. 헌법 제 36조 1항에 의하면, 동성끼리의 결혼은 위헌이 된다. ‘혼인과 가족 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쓰여 있다. ‘양성의 평등’을 강조한 법 조항으로 인해 동성 부부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하는 개인의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만으로 제정되어 있기에 그들은 혼인에 대상으로도 고려 받지 못한다. 2013년, 김조광수, 김성환 커플이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며 법적 부부로서 권리를 누리고자 해도, 관련 법 조항이 없기에 불수리 통지29) 되기도 했다. 때문에, 이들은 사실혼 관계로서 지낼 수밖에 없으며 제도적 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다. 직장 내 법적 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복리후생 제도를 이용할 수도 없고 부부관계임에도 불구,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 및 청약을 활용30) 할 수도 없다.
당연한 것이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억압되고 차별받는 경우가 있다. 동성 연인과 동성혼이 그러한 경우 중 하나이다. 사회는 그들의 존재가 급격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치사하고 졸렬한 핑계를 대며 혐오를 당연시한다. 그런 사회에서 동성혼 합법이라는 법제화를 바로 끌어내긴 힘들다면, 동성 부부의 존재를 인정하는 그 한 걸음을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 2024년 7월 18일, 대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 동성 역시 ‘동반자’가 될 수 있으며, 그들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대법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한국은 이른 시일 내로 차선이 아닌 최선을 다해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친구를 입양했습니다>의 저자 은서란 씨는 한 집에서 함께 산지 어느덧 오 년이 넘어가는 친구, ‘우리’(가명)씨를 자신의 딸로 입양했다. 은서란 씨는 ‘비혼주의자’로 어리 씨와 함께 살지 않았다면 1인 가구의 형태를 보였을 것이지만, 혼자 사는 삶에 외로움을 느끼고, 친구인 그녀와의 삶이 만족스러웠기에 자신 삶의 한 동반자로서 어리 씨와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현재 법적 가족의 기준이 ‘혈연, 혼인, 입양’으로만 되어 있기에 나타난 결과이다. 그들은 혈연관계도 아니었고, 동성이니 혼인도 불가-무엇보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성애적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했다.
2013년 부산, 60대 여성 A 씨가 자살했다. 사십 년을 같이 살았던 친구 B 씨의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져 사망에 이르자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그녀의 조카가 아파트와 그녀의 재산을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다. A 씨는 그녀의 친족이 아니었기에 B 씨의 보호자도 될 수 없었으며,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못했다.31) 친족이라는 이유가 사십 년을 같이 산 A 씨와 B 씨의 관계보다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1인은 그 자체로 내세울 수 있는 권리가 부족하다. 혼자 사는 사람은 다양한 응급 상황에서 제도적 어려움을 맞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응급 수술이 필요할 때 가족관계에 놓인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재빠른 조치가 가능하다. 다만 가족과의 접촉이 어려운 1인 가구의 경우 그것이 불가하다.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 살아온 임 모 씨는 교통사고로 골절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어야 하는데 법적인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의료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통보32) 를 받아야 했다. 또한 「2024 통계로 보는 1인가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혼자 사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서도 70세 이상은 38.2%로, 29세 이하 다음으로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신체적으로 허약한 이들이 법적으로 인정되는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혼자 사는 사람’과 혹은 혼자 사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이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위해서라도 가정의 형태를 확장하는 법안이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가정의 범주를 확장한 해외 사례는 이미 많다. 1975년, 호주는 연방 가족법(family law act)을 통해 사실혼 관계를 법제화하여 업무상 재해에 보상을 받고, 재산 분할과 상속 등을 인정33) 한다. 1999년, 프랑스는 ‘팍스(PACS)’제도를 통해 혼인, 혈연 이외에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해 ‘동거인’으로서의 권리를 보장34) 했다. 예컨대 혼인하지 않은 연인이 아이를 출산했을 시에도 결혼한 부부와 동일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친구와의 동거 같은 경우에도 부동산, 세금, 건강보험 등에서 법적 가족과 같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2001년, 독일은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하여, 동성인 동거가족에도 법률상 가족의 권리와 부양 의무 등을 보장35) 했다. 2015년, 일본 도쿄 시부야구는 ‘파트너십 증명’제도를 통해 동거하는 두 성인을 법률상 혼인에 상응하는 관계로 인정했다. 이외에도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서도 가족의 범주를 확장한 법이나 제도가 존재한다.
해외의 사례들은 개인의 행복과 존엄 보장이라는 인권 담론과 함께 사실상 국가의 이익을 위한 제도적 전략36) 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사실혼과 동성 파트너십 법제화는 출생률 증가에 도움이 된다. 팍스 제도 시행 이후 프랑스의 출생률은 증가37) 추세에 있다. 이는 곧 노동력 재생산을 촉진시키고,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된다. 더불어 제도 밖 가족을 포섭함으로써 사회적 불만을 완화하고 사회 안정성을 강화한다.
한국의 경우 어떠한가. 혐오와 차별의 시선이 가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은 단순하지 않다. 어떤 가족은 친부모의 형태가 아니기도 하고, 어떤 가족은 성별에 구애 없이 사랑하고, 어떤 가족은 성애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것은 그 모든 형태의 가족이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하늘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를 보낸다. 세상은 모든 가족에게 동등한 풍경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회가 그들의 ‘똑같은 세상’을 짓밟고 있다. 더는 그 가정들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선 안 된다. 모든 가족관계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나의 장치로써 생활동반자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1) 소현숙, 「가족 근대화의 모델 찾기에서 가족 ‘정상성’에 대한 성찰로」, 역사문제연구, 역사문제연구소, 2021, p.355.
2) 위의 논문, p.358.
3) 조은 「도시빈민 가족의 생존전략과 여성」, 한국가족론, 까치, 1990; 김주숙, 「농촌 출신 근로여성의 이중적 경제기여와 문제점」, 한국 농촌의 여성과 가족, 한울아카데미, 1994. 재인용: 위의 논문.
4) 김주숙, 「농업생산구조의 변화와 가족: 1976~87년」;조옥라, 「도시빈민 가족과 농촌 영세빈농 가족의 비교」;이수애, 「도서지역의 경제생활과 가족」, 한국가족론, 까치, 1990. 재인용: 소현숙 「가족 근대화의 모델 찾기에서 가족 ‘정상성’에 대한 성찰로」, 역사문제연구, 역사문제연구소, 2021 p.358.
5) 소현숙, 「가족 근대화의 모델 찾기에서 가족 ‘정상성’에 대한 성찰로」, 역사문제연구, 역사문제연구소, 2021, p.370.
6) 조혜정, 「한국의 사회변동과 가족주의」, 한국문화인류학, 한국문화인류학회, 1985, p.83-85.
7) 일제가 조선인 교사에게 강제한 지침.
8) 김동춘, 「유교와 한국의 가족주의-가족주의는 유교적 가치의 산물인가?」, 경제와 사회 제55권, 경제와 사회, 2002, p.107-108.
9) 소현숙, 「가족 근대화의 모델 찾기에서 가족 ‘정상성’에 대한 성찰로」, 역사문제연구, 역사문제연구소, 2021, p.372.
10) 고원, 「박정희정권 시기 가정의례준칙과 근대화의 변용에 관한 연구」, 담론201, 한국사회역사학회, 2006, p.193-194.
11) 최선, 「박정희 정부 시기 <국민윤리>에 나타난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 시민교육연구 제52권 4호, 한국사회과교육학회, 2020, p.205.
12) 고정갑희, 「가부장체제의 생산-노동 비판=가부장체제론과 자본주의적 생산-노동 다시보기」, 마르크스주의 연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마르크스주의 연구), 2013, p.56-58.
13) 건강가정기본법 제 3조 1항.
14) 「생활동반자관계에관한법률안」, (의안번호 2122404, 2023.05.31. 장혜영 의원 외 13인)
15) 통계청, 「2024년 12월 인구 동향」, 통계청, 2024, p.11.
16) 통계청, 「시도별 평균 초혼 연령(1990-2024)」, 통계청, 2024.
17) 석 민, 「청년이 사라진다?, 미래가…!」, 매일신문, 2023.12.01.
https://www.imaeil.com/page/view/2023112813591525596
18) 그중, 동성애자와 범성애자, 무성애자는 각각 1%, 양성애자는 3%이다.
입소스, 「한국의 성소수자 비율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 입소스, 2023.08.16.
19) 신원선, 「[세월호 참사] 숨진 딸 보험금 수령하려고 시체검안서 10부 제출한 친부」, 아주경제, 2014.05.27.
https://www.ajunews.com/view/20140527135404436
20) 강윤주, 「"54년 전 떠난 친모가 아들 목숨값 챙기는 게 말이 되나요"」, 한국일보, 2023.12.16.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1511100000870?did=NA
21)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명 ‘구하라법’ 도입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 박준이, 「‘조부모+손자’ 집중 발굴 나선다…11만 8,000가구 조손가족 실태조사 추진」, 아시아경제, 2024.12.26.
https://www.asiae.co.kr/article/2024122608463877323?utm_source=chatgpt.com
23) 최희정, 「아들 사망 후 며느리 재혼… “남겨진 손자, 아들로 입양될까요?” 할머니의 고민」, 뉴시스, 2025.03.27.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327_0003115851?utm_source=chatgpt.com
24) 김수경, 이철원, 「내가 기른 손주 얼굴 보자는데 法이 왜 막나?…조부모들 뿔났다」, 조선일보, 2016.02.28.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26/2016022602448.html?utm_source=chatgpt.com
25) 김주복, 「사실혼의 법률문제」, 경남매일, 2023.02.15.
http://www.gn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513414
2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4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 2024, p.80-81.
27) 민법 제 855조 제1항
28) KBS 뉴스,「김조광수 동성커플 혼인신고…서대문구청 “수리 불가”」, KBS 뉴스, 2013.12.10.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2769335
29) 김영정, 「차별과 소외 겪는 제도 밖 가족···법적 제도 마련과 인식 개선 필요」, KDI 경제정보센터, 2022, 5월호.
https://eiec.kdi.re.kr/publish/naraView.do?fcode=00002000040000100021&cidx=13825&sel_ye
30) 허재현, 「법률로 동거가족 보호하는 ‘생활동반자법’ 기대하시라」, 한겨레, 2014.09.02.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54953.html
31) 지현호, 「‘응급상황’ 두려운 1인가구, 입원·수술 문턱 여전」, 1코노미 뉴스, 2020.03.13.
https://www.1conom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93
32) 안치용 외 2인 「가족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 주간경향, 2022.02.15.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202111757021#c2b
33) 김승일, 「[밀물썰물] 팍스(PACS)제도」, 부산일보, 2023.11.28.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112817570106892
34) 장수현, 「‘결혼하지 않아도 가족 될 수 있다’…생활동반자법이란?」, 매일경제, 2019.11.20.
https://www.mk.co.kr/news/society/9073917
35) 박광동, 다양한 가족형태의 법적 수용과 보호에 관한 연구, 한국법제연구원, 2022.
36) 김종화, 「프랑스 출산율 증가 비결 ‘팍스’ 」, 아시아경제, 2024.01.19.
https://view.asiae.co.kr/article/2024011910265640685
37) 김종화, 「프랑스 출산율 증가 비결 ‘팍스’ 」, 아시아경제, 2024.01.19.